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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사람여행 - 32. 처음으로 절에서 자며 불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11년 사람여행 - 32. 처음으로 절에서 자며 불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건방진방랑자 2021. 2. 1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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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절에서 자며 불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절에서 처음 자봤다. 길가에 보이던 절, 혹 점을 쳐주는 점집이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지만 절이 맞았다. 보살님이 자신의 돈을 털어 창건한 절이고 법진 스님을 주지 스님 자격으로 초빙한 절이다. 이런 시골에서 이만한 절을 유지할 수 있는 돈이 들어오는지는 알 수 없었다.

 

 

▲ 절에서 최초로 잤다. 잊지 못할 진귀한 경험이다.

 

 

사람여행: 금강경의 맛과 닮은 선덕사와의 인연

 

나중에 알게 된 내용이지만 이 절을 찾는 사람들은 지역 사람들이 아니라 외지 사람들이라고 하더라. 어떠한 인연으로 이곳까지 찾아와 예불을 드리고 시주를 하는지 궁금하다.

선덕화(善德華)라는 법명을 가진 83살의 보살님이 이곳의 주인인 셈이다. 따뜻한 방에서 혼자 뒹굴며 자고 일어나니 어제저녁에 내린 결단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더라. 그 교회에서 잤다면 춥게 잤을 거고 새벽 기도를 드린다고 4시부터 일어나야 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왠지 아찔하다. 진짜 그랬을지는 알 수 없지만, 거기에 비하면 여기는 천국이라고 할 만했다. 무엇보다도 절과의 인연이기에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든 것이다.

아침밥을 먹으면서 불교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나에겐 생소한 종교이니만치 궁금한 게 많은 까닭이다. 언젠가 금강경(金剛經)을 읽어본 적은 있었다. 그땐 같은 말들이 반복되는 따분한 종교서적일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반복구의 말들이 전혀 다른 의미로 읽혀지더라. 그건 일상에 대한 깨달음 뒤에 왔다. 일상적인 것, 보통의 것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감사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상이야말로 변화 없는 반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특별한 일(질병에 걸림, 사고를 당함, 불운이 겹침)을 당하고 나면 그제야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평범한 일상이야말로 최고의 순간이란 깨달음, 그건 금강경의 반복구 또한 다르게 읽힐 수 있는 가능성이었다. 실제 반복은 단순한 반복이 아닌, 어감에 따른 변주였던 것이고 그건 금강경을 다양하게 해석해주는 요소였던 것이다. 내 감정의 변화에 따라 금강경은 무한히 다르게 해석되고 완전히 다르게 읽히기도 했으니 말이다.

금강경의 맛, 법진 스님과의 대화는 그 맛에 비견할만한 맛있는 대화였다. 아침 9시쯤에 예불을 드리러 손님이 오신다기에 절은 분주해졌다. 난 인사하고 길을 나섰고 스님과 보살님은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이라며 축복을 빌어주셨다.

 

 

▲ 불교에 대해 처음으로 관심 갖게 한 책이다.

 

 

 

버스를 탈까? 그냥 걸어갈까?의 심리작용

 

가랑비가 계속 내려 도로는 이미 흥건히 적셔있다. 비가 많이 내릴 거 같진 않아 우의는 상의만 입고 배낭은 방수커버로 덮었다. 오늘은 건천과 경주의 중간 지점까지 걸어가고 내일 경주에 들어갈 생각이다.

11시까지는 좀 빠르게 걸었다.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점심을 먹기 위해서다. 그런데 10시부터 아무리 걸어도 교회는 나오지 않는다.

버스를 기다려 본 적이 있으신지? 어중간한 거리를 가려 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않는다. 그때 이럴 거면 아까 그냥 걸어갈 걸 그랬어. 그랬으면 지금쯤이면 도착했겠구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 지금이라도 그냥 걸어갈까?’하고 갈등이 되기도 하지만, ‘막상 걷기 시작했는데 버스가 오면 어떡해?’라는 기대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기대는 또다시 시간을 지체하게 하고 마음은 자꾸만 조급해져 간다.

왜 이런 얘기를 하냐면, 그때의 내 심정이 그랬기 때문이다. ‘저 코너만 꺾으면 보이려나기대를 하고 막 걸어가면 교회는 안 나타난다. 1050분이 넘었으면 포기할 만도 한데도, 포기는커녕 전속력으로 걷는다. 무려 1115분까지. 그때까지 걸은 거리가 13Km정도 되었으니 보통 걸음으로 3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2시간 30분 만에 온 것이다. 단순한 수치만으로도 내가 얼마나 빨리 걸었는지 알 만하다.

놓지 못한 기대 덕에 이런 무지막지한 여행을 하고 만 것이다. 어쨌든 그 결과 건천 초입길에 들어섰다. 어차피 예배드리는 시간, 밥 먹는 시간이 절약되었으니, 이제부턴 천천히 걸어도 오늘 중으로 경주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는 구경하면서 가야지.

 

 

▲ 경주 시내까지 갈 생각은 아니었는데 오전에 열나게 많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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