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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11년 사람여행 - 77. 가능성이 0.1%라도 한 번 해봐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11년 사람여행 - 77. 가능성이 0.1%라도 한 번 해봐

건방진방랑자 2021. 2. 1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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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이 0.1%라도 한 번 해봐

 

 

얼마나 맹렬하게 걸었던지 1050분쯤 면소재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건 뭐 면소재지란 말이 어색할 정도로 마을 규모가 작더라. 여태껏 지나온 면소재지엔 공통적으로 면사무소, 경찰서, 학교, 농협, 교회 등 건물이 많이 있어 눈에 확 띌 정도였다.

 

 

▲ 휘돌아 가는 길을 걸을 때, 언제나 드는 생각. '언제 저 끝에 가지?'

 

 

 

닥치지 않은 걱정이 현재를 옥죈다

 

그런데 여긴 건물도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교회나 경찰서도 보이지 않았다. 음식점도 딱 하나만 보일 뿐이다. 이런 상황이니 교회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날씨는 덥고 바람은 거의 불지 않아 기운도 없었다. 정자에 올라가 한참을 쉬었다. 거기서 한숨 자고 출발하면 좋겠던데, 아직은 가만히 있으면 옷매무새를 가다듬어야 할 정도로 서늘한 날씨다. 그래서 오래 앉아 있지 못하고 30분 만에 일어섰다.

어쨌든 경로의 반절을 오전 중에 온 셈이다. 이대로 간다면 1시쯤엔 읍내에 도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유롭게 가는데도 걸음걸이를 늦추지 않아서인지 도착시간은 자꾸만 빨라지고 있었다. 일찍 도착하면 일찍 도착하는 대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면 되는데도 잠자리를 얻지 못할까 걱정하며 자꾸만 발걸음을 늦추고 있었다. 잠재적 걱정 때문에 여행을 즐기지 못하는 어리석은 모습이다.

자꾸 걷다 보니, 억지로 천천히 가며 시간을 때우고 있는 내 모습이 한심해 보였다. 이렇게 시간은 시간대로 죽이고 가는 둥 마는 둥 여행을 어거지로 하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부딪혀 보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자. 뭐 설마 읍인데 잘 곳이 한 군데도 없겠어. 운이 좋아 잘 해결되면 관광도 할 수 있고 사람도 만나 얘기할 수도 있는데 뭐 하러 앞서서 걱정하냐라고 생각을 정리하고 원래 속도로 걸었다.

 

 

▲ 봄의 전령,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폈다.

 

 

 

가능성이 0.1%라도 도전해봐

 

2시쯤 읍에 도착했다. 우선 재림교회를 찾아야 했다. 토요일에 예배드리는 곳이라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참을 찾았으나 안 보이더라. 이럴 땐 스마트폰이 없는 게 서럽다. 하는 수없이 경찰서에 들어가 물어봤다. 당연히 경찰들도 위치를 몰라서, 인터넷으로 확인하고서야 교회를 찾아갈 수 있었다.

괴산교회에 들어서니 교육관 쪽에서 아이들 소리가 나더라. 주일학교 중인 줄 알고 예배당에 들어가 기다리려 했다. 그러다 교육관 쪽을 살짝 들여다보니, 앉아 계신 집사님이 인사를 건네며 들어오라고 하시더라. 주일학교는 아니고 간식을 먹기 위해 모여 있는 것이었다. 들어가서 사정을 이야기하니, 목사님은 지역 순회 중이라고 하시더라. 분위기는 어색했으나, 집사님들이 편하게 대해주시니 마음이 놓였다. 아이들 간식으로 한 스파게티를 나에게도 주셔서 맛있게 먹었다. ~ 눈물 나게 행복한 순간이다.

조금 기다리니, 목사님이 들어오셨고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대낮임에도단번에 허락해주셨다. 나중에 안 내용이지만 목사님은 나보다 한 살이 많았을 뿐이다. 일반 교회에선 젊은 부부가 목회를 하는 경우 낯선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들만의 영역이 침범당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사례를 통해 예외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시 사람은 각양각색이다. 또한 낮에 부탁하면 거부당할 거라 생각해서 자꾸 발걸음을 늦췄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그것도 괜한 우려임을 알았다. ‘그럴 것이다하는 생각으로 가능성을 막아선 안 된다는 가르침을 이런 경험을 통해 받았다.

 

 

▲ 괴산읍으로 가는 길에서

 

 

 

괴산 가마야말로 괴이하구나

 

목사님에게 근처에 가볼 만한 곳을 물어보니, 바로 근처에 대형가마(?)가 있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해주시더라. 처음엔 날 놀리나 했는데, 진짜란다.

교회에서 나와 10분 정도 걸어가니 정말 큰 가마가 전시되어 있더라. 그런데 신기하게도 기대와는 달리 별 감흥이 없었다. 지역 볼거리치고는 실용적인 면에서나 역사성에서나 내세울 만한 점은 없어 보였다. 난 그 앞에서 만세를 불렀다. 단지 이렇게 외치면서.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세상이여, 어서 오라!”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것이야말로 예산 낭비의 대표 사례가 아닌가 싶다. 지역 명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만들었을 텐데, 지역의 흉물로 전락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신기한 마음에 한 번은 오겠지만 이것을 보러 괴산에 오진 않을 것 같다.

 

 

▲ 뭔가 있어 보이고 싶어 만들었을 텐데, 지금은 처치 불능이지 않을까. 어떤 생각으로 만든 걸까?

 

 

인용

목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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