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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11년 사람여행 - 83. 활기찬 걸음엔 향기가 나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11년 사람여행 - 83. 활기찬 걸음엔 향기가 나네

건방진방랑자 2021. 2. 1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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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찬 걸음엔 향기가 나네

 

 

증평에서 잘 쉬었기에 오늘은 좀 오버하더라도 많이 걷고 싶었다. 날씨는 좋은데 바람이 세게 불고 꽤 쌀쌀한 편이다. 바람 한 점 없는 날보다 이런 날이 오히려 걷기에 더 좋다. 더욱이 오늘 걷는 길은 국토종단 때 와본 길이기도 하다. 그땐 초평면으로 갔기에 방향은 달랐지만 말이다. 그래도 같은 공간을 두 번이나 지나가는 것이기에 친근감이 들었다.

인삼조형물이 놓인 장소에서 사진을 찍으며 2년 전의 내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했다. 2년이란 시간 동안 뭐가 달라진 것일까? 시간의 흐름만큼 조형물에도 먼지 더께가 두껍게 쌓였을 것이며, 나 또한 삶의 흔적들이 덕지덕지 붙었을 것이다.

 

 

▲ 국토종단 땐 늦은 오후에 지났고 사람여행 땐 이른 아침에 지났다.

 

 

 

경험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

 

사람여행을 하다 보니 국토종단을 통해 얻게 된 지식들을 수정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경험의 횟수만큼 세상을 보는 눈도, 삶의 가치관도 바뀐다고 하나 보다. 사람여행을 하지 않고 국토종단의 기억만 있었다면 그 알량한 지식이 진리인 양 착각하며 남을 훈계하며 살았을 테지. 경험이 많아질수록 사람은 더 겸손해질 수밖에 없음을 느낀다. 왜냐하면 내가 아는 건 극히 일부이거나 잘못된 내용일 수 있는 까닭이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많은데 어찌 큰소리 칠 수 있을까.

이번에 바뀐 생각은 지방도에 관한 것이다. ‘국도보다는 지방도가 한산하고 걷기 좋다.’ 국토종단을 통해 깨달은 내용이다. 그렇기에 빨리 갈 수 있는 국도가 있더라도 걷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걸으려면 조금 돌아가더라도 지방도로 갔던 것이다. 그래서 국도를 따라 힘겹게 여행하느니 지방도를 따라 즐겁게 여행하겠다는 말도 했던 것이다. 대부분 도로에선 이 말은 맞는 말이었지만, 하지만 오늘 여행을 통해 예외도 있다는 것을 알았게 되었다.

510 지방도를 눈으로 보고 나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 멀리서부터 밀려오는 자동차들의 물결이 보이는가. 여긴 더욱이 2차선도 아니고 4차선이다. 이건 말이 지방도지 국도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형국이다. 기대도 무너지고 체험에서 우러난 지식도 무너졌다. 물론 이번 경우는 예외 상황에 속하겠지만, 예외야말로 우리에게 겸손하길 요구하는 순간들이다.

 

 

▲ 지방도임에도 국도와 차이가 없다.

 

 

 

활기가 어릴 때 걷는 이의 몸에선 향기가 난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복잡한 도로를 가고 있음에도 몸은 가볍고 활기가 솟았다. 이덕무(李德懋)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2에서 시인과 시를 읊조리는 사람이 아름다운 때나 좋은 경치를 대하면 시를 쓰는 어깨에선 산이 솟아오르고, 읊던 눈동자엔 물결이 일어나며, 어금니와 뺨에선 향기가 나고 입과 입술에선 꽃이 핀다[騷人韻士 佳辰美景 詩肩聳山 吟眸漾波 牙頰生香 口吻開花].”고 했는데 오늘 나의 기분이 그랬다.

휴식으로 원기도 회복했고 여행에 몸도 맘도 적응되어 무엇을 하든 즐겁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발걸음도 당연히 가벼웠다. 팔을 앞뒤로 흔들며 경쾌하게 걷는다. 여행이 길어지다 보니 걷는 즐거움도 잊고 목적지만을 향해 걸어가기에 바빴던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오늘은 맘이 여유로워 걷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걸었던 것이다. 어깨를 펴고 허리는 빳빳이 세우고 최대한 거만한 듯, 신난 듯 차를 바라보며 걸어간다. 사람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것처럼 차를 운전하는 사람과 눈인사라도 할 듯이 정면을 응시하며 걸었다. 걷는 건 단지 목적지에 가기 위해 참으며 해야 하는 행동이 아니라, 그 자체가 기쁨이며 즐거움이다. 즐기며 걷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는 것일 뿐이다.

 

 

▲ 걷는 거리마다 봄을 알리는 전령화들이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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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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