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요구를 거절하게 된 목사님의 사연
이번 주가 고난 주간이랬나. 이런 주간엔 오히려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잘 받아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고난에 동참하는데 어찌 고난을 자처하는 사람을 나몰라라 하겠는가. 그렇다고 그런 심리를 역이용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받은 만큼 나누며 살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 받았다고 해서 평생 그렇게 살진 않을 것이기에. 더욱이 아침에 찜질방을 나서며 ‘당당하고 활기차게 말해보겠다’고 다짐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나오며 두 군데 교회에 이야기 해봤는데 모두 거부당했다.
세 번째 교회에서 가까스로 허락되다
두 번째 교회는 분위기가 좋았다. 벨을 누르니 사모님이 나오셨는데 물리치지 않으셨다. 사모님은 목사님이 잠시 외출 중이니 올 때까지 기다려보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 자체가 되게 희망적으로 들렸다. 교회 앞마당엔 방방이 설치되어 있어 동네 아이들이 재밌게 놀고 있더라. 그것도 중학교 1학년 여자아이들까지 껴서 말이다. 생각 같아선 나도 들어가 같이 팔짝팔짝 뛰며 놀고 싶었는데, 나이를 생각해서 그러진 않았다. 밖에 서서 아이들과 이야기하며 목사님을 기다렸다.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보며, 서서히 저물어가는 햇살을 받고 있으니, 모든 게 왠지 잘 될 것 같은 희망이 어리더라. 시간이 조금 지나 목사님이 오셨고 사정을 말했더니, 교회에서 세 분의 권사님이 주무신다며 난색을 표하셨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클 수밖에 없었다. 화장실에서라도 자겠다고 억지도 피웠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두 번의 실패 후 완전히 의기소침해졌다. 스산한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니 더욱 처량하게 느껴지더라. 아~ 돌아가고 싶다.
세 번째 교회에 왔는데 목사님은 안 계신다. 기다려야 하나, 아니면 다른 교회를 찾아 빨리 떠나야 하나를 고민했다. 하지만 떠난다 해도 별 뾰족한 수가 없기에 무작정 기다리기로 했다. 어떻게든 되겠거니 하는 ‘케세라세라(Que Sers Sers)’ 정신으로 말이다. 다행히도 목사님은 7시가 넘으니 오셨고 조금 생각하시더니 바로 허락해주셨다. 그리고 사택에 초대하여 밥도 같이 먹었다. 비록 내가 자야 하는 방은 냉방이지만 그래도 잘 곳이 정해졌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두 번의 실패 후 성공한 것이라 그 감회는 남달랐다.
사람여행㉑: 짐진 자들을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목사님의 애환
목사님에겐 실례가 되는 말이지만, 목사님을 얼핏 보면 ‘2MB’를 닮았다. 목소리도 비슷하고 조용기 목사님을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다. 조용기 목사님을 존경한다며, 한 번 뵙고 싶다고도 하셨다.
목사님은 회사원 생활을 하셨단다. 그런데 집안에 우환(憂患)이 닥쳤고 몸까지 아파서 몇 년간 힘들었다고 하신다. 그러다 예수님을 믿어 마음의 평안을 얻었고 결국 목사님이 되셨다고 하신다. 전형적인 ‘간증의 레파토리’다. 목사님의 신앙관은 ‘믿으면 만사형통(萬事亨通)’이었다. 그렇기에 목사님은 나를 보고 예수는 꼭 믿어야 된다고 말씀하셨던 것이다.
목사님은 사택에 다른 사람을 받아준 경우가 처음이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럴 듯도 했다. 여긴 서산에서 홍성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 잡은 곳이라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그 중 90%는 교회가 ‘구제 기관’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자신들의 배를 채우러 오는 거란다. 휴지를 팔고 버스비를 달라고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단다. 물론 처음엔 거절하지 못하고 그런 사람들을 다 받아줬다고 하신다. 하지만 그런 순수한 마음을 역이용해서 사람들끼리 ‘그쪽 교회는 뭐든 다 들어준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그런 사람들은 더욱 더 많이 찾아오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하셨다. 그런 사람들의 몰골은 하나 같이 처량하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목사님도 그때부터 최대한 냉정하게 할 수밖에 없었노라고 하신다.
목사님의 이야기는 일반 교회 성직자들이 겪는 일일 것이다. 이런 현실이기에 나 같은 사람이 찾아오면 반가워 하기보다 경계부터 했던 거겠지.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목사님의 애환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지출내역
내용 |
금액 |
순대국밥 |
6.000원 |
맥주 |
1.000원 |
일일 총합 |
7.000원 |
총 지출 |
152.400원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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