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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개념어 사전 - 감각(Sense)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 감각(Sense)

건방진방랑자 2021. 12. 1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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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Sense

 

 

보통 지식이라고 하면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을 연상한다. 경제학 지식은 경제 현상에 관한 다양한 정보가 특정한 계통에 따라 배열된 것을 가리키며, 생물학 지식은 유기체의 구조와 특성에 관한 정보가 총체적으로 집적된 것을 가리킨다. 그러나 그 방대한 지식 체계도 처음에는 아주 단순한 정보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럼 그 단순한 정보는 어떻게 얻었을까?

 

정보의 가장 기본적인 원천은 감각이다. 돌이 단단하고 물이 부드럽다는 것은 감각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러나 감각이 체계적인 지식으로 발전하는 데는 하나의 걸림돌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감각이 주관적이라는 사실이다. 사람마다, 때마다 다른 게 감각이다. 이러니 감각에서 어떻게 올바른 지식이 나오겠는가?

 

 

 

 

그래서 고대로부터 철학자들은 감각을 중시하지 않았다. 인간이 진리를 인식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은 이성에서 나오는 것인데, 감각은 이성을 마비시키는 경향이 있으므로 믿을 수 없다. 외양(外樣)에 속지 말라! 쌍꺼풀을 만들고 코를 높이고 턱을 깎아내도 원판은 불변이다! 게다가 누구도 외모만으로 사람의 성격까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아무리 감각을 불신한다 해도 감각이 사물에 관한 직접적인 정보의 원천이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여기서 철학자들은 딜레마에 봉착한다. 감각을 통해 얻은 앎이 올바르다는 것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이것이 근대 철학에서 정립된 인식론의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와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Leibniz, 1646~1716) 같은 합리론자들은 감각이 오히려 진리를 인식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단정했으나 로크(John Locke, 1632~1704)와 버클리(George Berkeley, 1685-1753) 같은 경험론자들은 감각의 기능을 그리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특히 버클리는 감각만이 앎의 유일한 근원이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그는 감각이 사물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인간이 마음속에서 만들어내는 관념이라고 여겼다. 이를테면 돌이 단단하다는 감각은 돌 자체의 성질이 아니라 우리가 지각하는 돌의 관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버클리는 존재하는 것은 지각되는 것((Esse est percipi.)” (인간 지식의 원리에 관한 연구)이라는 극단적인 이론을 주장했다.

 

 

버클리의 생각은 좀 심하다 싶기는 하지만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다. 사물 자체와 사물에 관한 감각이 일치한다는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물론 상식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얼음이 차갑다는 것은 누구나 만져보고 알 수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그 차가운 감각은 얼음의 속성일 뿐 얼음 자체와는 무관할지도 모른다. 더구나 이 세상의 모든 얼음을 다 만져볼 수는 없지 않은가?(귀납/연역) 그럼 얼음이 차갑다는 감각을 어떻게 진리라고 확증할 수 있겠는가?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18세기 독일의 철학자인 칸트(Immanuel Kant, 1724~1804). 그는 감각이 일차적으로 사물에서 나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의 정신이 그 감각을 구성하는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칸트에 의하면 경험론의 오류는 감각이 경험과 일치한다고 믿은 데 있다. 감각은 우리에게 자료를 줄 뿐이고 그것을 경험으로 가공하는 것은 우리의 정신이다! 칸트는 인간의 정신에 감각 자료를 가공할 수 있는 두 가지 기본 형식이 내재한다고 보았다. 그것은 감성(感性)과 오성(悟性)이다. 감성이 감각기관을 통해 감각자료를 받아들이면 오성이 그것을 개념화해 경험으로 만든다. 이것이 칸트가 말하는 인식 과정이다.

 

그전까지 철학자들은 사물에 관한 지식이 사물에서 나온다고만 생각했다. 인식 대상을 태양에 비유한다면, 대상에 관한 지식은 마치 태양의 둘레를 도는 행성들처럼 대상의 주변에서 형성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칸트는 그 관계를 거꾸로 뒤집어 오히려 인식 주체가 인식 대상을 구성한다고 보았다. 칸트는 이것을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과 같은 대전환이라고 여겨 스스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말했다.

 

 

 

 

 

 

인용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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