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시(詩)의 실상: 산수에의 밀착과 형신(形神)을 통한 진면목의 묘파(描破)
① 김창흡(金昌翕)의 「구룡연(九龍淵)」을 통해 본 특징
다음은 김창흡(金昌翕) 『삼연집(三淵集)』 권2의 「구룡연(九龍淵)」이란 연작시 몇 편을 보자.
2
二淵懸瓢似 瀑流喧吐呑 | 둘째 못은 달아 맨 바가지던가 멍멍하게 폭포 물을 삼켰다 뱉네. |
誰知呀然小 逈洞搏桑根 | 누가 알랴? 우묵하게 고인 작은 물이 멀리 통해 부상의 뿌리에까지 맺힐 줄. |
5
五淵急回軋 南岸側成釜 | 다섯째 못 급히 돌며 콸콸 대는데 남쪽 언덕 비스듬하여 솥이 되었네. |
馳波迭後先 赴隘徘徊舞 | 앞서거니 뒤서거니 치달리다가 좁은 곳에선 빙빙 돌며 춤추는 듯. |
6
六淵美如璧 清涵石紋粹 | 여섯째 못 아름답기 구슬 같은데 맑게 씻긴 바위 무늬 티도 없구나. |
竦髮注眸深 高雲正泛翠 | 머리 선 채 못 깊은 곳 눈을 붙이니 높은 구름 참으로 비취 위에 떠있네. |
8
八淵淺堪漱 潛龍易出身 | 여덟째 못 얕아서 양치질할 만하니 숨은 용도 쉬 몸을 드러내겠네. |
日靜玩澹瀩 眞爲遭睡人 | 날이 고요해 못가에서 즐기다 보면 진실로 잠든 용을 만난 사람이 될 듯. |
연작시는 대상의 진면목을 다양한 측면에서 관조하고 입체적으로 형상화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는데, 이러한 장점은 산수와의 정신적 교감을 통해 산수의 진면목을 담아내려 했던 백악시단의 시적 지향과 잘 맞는다. 나아가 연작시는 형상화에 있어 형사(形似)와 심사(心似)를 보다 자유롭게 선택하여 조직할 수 있게 하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전대의 산수시와 비교할 때 백악시단이 연작 산수시를 상대적으로 많이 창작한 까닭은 이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② 백악시단 문인들의 산수를 대하는 태도
1) 김창협(金昌協)은 『농암집(農巖集)』 권21 「유이이생동유시서(兪李二生東游詩序)」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러나 조물주에게는 완전한 공력이 없고 사람의 재주 역시 치우침이 있기 때문에 우주의 산수가 모두 빼어날 수 없고 사람의 시가(詩歌) 또한 오묘한 것이 드물다. 이 때문에 평범한 경치에서 기발한 말을 구한다면 도움을 받을 수 없고, 조잘대는 소리를 가지고서 아름다운 경관을 묘사하려 들면 조금도 닮지 못할 것이다.
然造化無全功, 人才有偏蔽, 故宇內之爲山水者, 不能皆勝, 而人之於詩歌, 亦鮮造妙. 是以踐常境而求奇雋之語, 則無助, 操哇音而寫瑰麗之觀, 則未肖.
2) 김창흡(金昌翕)은 『삼연집습유(三淵集拾遺)』 권1 「경차가군운(敬次家君韻)」
上山危險不須論 | 산을 오르는 데 위험은 논하지 말라! |
纔入氷壺可濯魂 | 신선경에 들자마자 혼을 씻을 만할 테니 |
3) 권섭(權燮)은 『옥소고(玉所稿)』 「유행록(遊行錄)」 3권의 「대남록(臺南錄)」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작년에 금강산에 들어갔을 때 이르는 곳마다 위험한 곳을 딛고 올랐는데, 그곳에는 반드시 기이한 볼거리가 있었다. 그런 까닭에 미친 듯이 정신을 빼앗겨 거꾸러지는 것을 후회하지 않고 말하길, ‘늙은이가 일흔에 죽어 이 사이에 뼈를 묻어둘 수 있다면 다행일 뿐이다.’라고 하였다.
昨年金剛之入, 到處躡危, 必有奇觀. 故不悔狂而倒曰: ‘老七十而死, 藏骨於此中間幸耳.
4) 이병연(李秉淵)의 「보덕암(普德庵)」
落日行臨潭水頭 | 해질녘 걷다가 맑은 못가 이르니 |
蜿蜒銅柱影中流 | 구리기둥 그림자 물속에 구불구불 |
老龍嘘送虹千尺 | 늙은 용은 천척(千尺)의 무지개를 뿜어서 |
扶起搖搖白玉樓 | 흔들흔들 백옥루를 붙들고 있네. 『사천시초(槎川詩抄)』 |
5) 『두타초(頭陀草)』 책 14 「동유록(東遊錄)」
시내 왼쪽의 좁은 길을 따라 보덕굴(普德窟)로 오르는데 돌비탈길이 구불거리는 것이 거의 수백 보(步)이다. 비탈길이 다하면 다시 돌층계가 있는데 그 층계를 따라 다시 수십 보(步)를 내려가면 비로소 굴에 이를 수 있다. 가운데에는 사대사상(沙大士像)을 봉안하였고 위는 이층집으로 덮었는데 마치 제비둥지 같다. 앞 기둥은 아래로 허공을 임하고 있는데 수십 척 구리기둥으로 받치고 또 쇠사슬로 얽어매었다. 승려 혜관(慧觀)이 마루판을 들어내고 나를 이끌어 내려다보게 하였는데 어지럽고 떨려서 오래 볼 수가 없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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