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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시(詩)의 실상: 물아교감(物我交感)의 이지적(理智的) 일상
① 김창흡(金昌翕) 『삼연집(三淵集)』 권4 「십구일(十九日)」
荏苒芳華事 猶殘小圃春 | 고운 꽃 핀 봄날 풍경 사라지는데 작은 밭에 봄이 아직 남아있구나. |
愁中紅日駐 睡起綠陰新 | 시름할 땐 붉은 태양 꼼짝 안더니 자고 나니 녹음이 싱그럽구나. |
樊竹通雞逕 蔬花化蝶身 | 대밭엔 닭이 다녀 길이 생겼고 배추꽃엔 나비가 알을 붙였네. |
靜看機出入 忘却我爲人 | 고요 속에 천기(天機)의 출입을 보다가 내 자신이 사람인 줄도 잊게 되었네. |
② 김시보(金時保) 『모주집(茅洲集) 』 권7 「월야금운(月夜琴韻)」
夜冷霜生竹 樓虗月上琴 | 밤이 차서 서리가 대나무에 엉기고 누대는 비어 달만 거문고 위로 떠오르는데 |
泠然廣灘水 流入大餘音 | 차가운 광탄의 물 대여음(大餘音)으로 흘러드누나. |
③ 이병연(李秉淵)의 『사천시초(桂川詩抄)』 권상(卷上) 「화원(花園)」
1
宛轉幽禽囀 窺簾去復迴 | 예쁜 새 요란하게 지저귀면서 주렴을 쳐다보며 날아갔다 날아오네. |
重重勤報說 屋角杏花開 | 자꾸자꾸 부지런히 말을 전하니 집 모퉁이 살구꽃이 피었나 보다. |
3
紅杏臨池發 池中寫紙霞 | 붉은 살구꽃 못가에 피어나니 못에는 고운 노을 그려져 있네. |
幽人携稚子 指與倒看花 | 숨어 사는 사람은 아이 손을 붙잡고 손으로 가리키며 비친 꽃을 바라보네. |
4
辛夷杜鵑落 縞李碧桃開 | 개나리 진달래 지고 난 뒤에 하얀 배꽃 하얀 도화(桃花) 피어났구나. |
我是花盟主 朝朝點檢來 | 나는야 꽃동산의 맹주(盟主)라 아침마다 점검하려 여기 오노라. |
5
白白紅紅艷 春光誰淺深 | 희고 붉은 고운 꽃들 봄 경치에 어느 것이 좋고 나쁘랴. |
詩人妄題品 傷我化翁心 | 시인이 망령되이 품제(品題)해서 조화옹의 마음을 상하게 할 뿐. |
④ 김시민(金時敏) 『동포집(東圃集)』 권6 「야반수각(夜半睡覺)」
肺病冬常苦 宵寒未御盃 | 폐병은 겨울이면 늘 심해지니 차가운 밤 술잔도 들지 못하네. |
已知盈尺雪 先念在龕梅 | 한 자 넘게 눈이 온 걸 알자마자 생각이 감실 매화로 먼저 간다네. |
櫪馬蹄頻鼓 窓童鼾卽雷 | 마구간의 말발굽 자주 또각거리고 창가 아이 코골이는 천둥 같은데 |
心明眼故闔 點檢一生來 | 심지 밝히고 낡은 문짝에 눈을 붙인 채 한 생명 예 왔는지 살펴본다네 |
⑤ 김창업(金昌業) 『노가재집(老稼齋集)』 권2 「숭(菘)」
一本大如股 其種來燕市 | 한 포기가 넓적다리만큼 큰데 그 종자가 중국 시장에서 온 것. |
濯濯靑玉莖 經齒忽無滓 | 깨끗하게 푸른 옥 같은 줄기는 이로 씹으면 앙금도 없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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