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Ⅵ. 꿈과 깨어남 - 3. 꿈[夢]으로부터의 깨어남[覺], 사유현재와 존재현재 본문

고전/장자

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Ⅵ. 꿈과 깨어남 - 3. 꿈[夢]으로부터의 깨어남[覺], 사유현재와 존재현재

건방진방랑자 2021. 7. 4. 03:43
728x90
반응형

3. []으로부터의 깨어남[]

 

 

1. 사유현재와 존재현재

 

 

장자는 공자 사상의 가능성과 한계에서 자신의 사유를 출발시켰다. 그리고 그 핵심은 자신이 원하지 않은 것을 타자에게 하지 마라[己所不欲, 勿施於人]”라는 공자의 서()의 원리를 더 급진화하는 데 있다. 타자가 원하지 않는 것을 타자에게 하지 마라[人所不欲, 勿施於人]!” 예를 들어 보자. 나는 마늘을 싫어하기 때문에 남에게 마늘이 들어간 음식을 주지 않는다. 이런 원칙은 기본적으로 남도 나와 마찬가지로 마늘을 싫어했을 때에만 적용가능한 원칙에 불과하다고 이미 말했다.

 

여기에는 타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빠져 있다. 다시 말해 이런 원칙에는 타자에 대한 배려나 타자의 소리에 대한 귀 기울임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 내가 마늘이 들어간 음식을 주지 않았던 것은 타자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애정의 결과가 타자에 대한 폭력일 수도 있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 우리는 여기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己所不欲]존재론적 위상을 생각해보아야만 한다. 그것은 결국 사유를 통해서 정립된 것, 성심에 근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그것은 자신이 특정한 공동체에 살면서 내면화된 선입견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타자와 조우한 현재라는 시점에 비추어보면 사유를 통해서 정립된 과거 의식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칸트(I. Kant)가 시간을 우리의 감성 형식으로 규정한 후, 현상학을 거쳐서 시간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사유의 조건으로 변했다. 다시 말해 과거ㆍ현재ㆍ미래는 모두 인간의 사유를 통해서만 가능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과거는 이 세계 속에 현존하지 않고 단지 우리 사유의 기억(retention)이라는 작용을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다. 또한 미래는 이 세계 속에 현존하지 않고 단지 우리 사유의 예기(protention)라는 작용을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다. 또한 현재도 우리 사유의 지각(perception)이라는 작용을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을 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사유를 통해서 존립되는 현재와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서 열리는 현재를 구분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편의상 전자의 현재를 사유 현재라고 부르고, 후자의 현재를 존재 현재라고 부르도록 하자. 사유 현재와 존재 현재는 구분하기가 무척 어렵다. 내가 어떤 관심을 가지고 타자를 지각하고 있을 때가 있다. 이 경우를 우리는 사유 현재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내가 타자와의 강렬한 조우를 통해서 나의 관심을 그 타자에게 기울일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를 우리는 존재 현재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인 사유 현재의 예를 생각해보도록 하자.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을 하기 위해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고 해보자. 두리번두리번 시계를 보면서 나는 내가 타려는 버스를 기다린다(=버스에 관심을 갖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버스를 나는 보게 된다(=지각한다). 이 경우 내가 지각한 버스는 나의 관심 또는 나의 사유를 떠나서는 존립하지 않는다. 내가 타려던 버스는 내가 어제 탔었던 같은 종류의 버스라는 것을 나는 안다(=기억한다). 또 나는 그 버스가 정류장에 곧 도착할 것임을 안다(=예기한다). 이런 기억과 기대 속에서 현재의 버스는 내가 어제 탔었고 또 내일도 탈 바로 그 버스로 지각된다.

 

결국 현재 지각하고 있는 버스의 현재성은 나의 사유 작용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유 현재의 최종적 근거는 사유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존재 현재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가? 무엇보다도 먼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존재 현재는 사유의 기억ㆍ예기ㆍ지각의 연속성을 파괴하면서 도래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다든가 혹은 갑자기 전쟁이 일어난다든가 혹은 갑자기 애인의 결별 선언이 있다든가 하는 것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존재 현재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또는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사건(event)을 통해서 도래한다. 따라서 존재 현재의 최종 근거는 사건과 타자의 도래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인용

목차

장자

원문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