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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Ⅸ. 타자의 타자성 - 2. ‘포정 이야기’에 대한 예비적 분석, 고착된 자의식이 해체되어야 소통이 가능하다 본문

고전/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Ⅸ. 타자의 타자성 - 2. ‘포정 이야기’에 대한 예비적 분석, 고착된 자의식이 해체되어야 소통이 가능하다

건방진방랑자 2021. 7. 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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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포정 이야기에 대한 예비적 분석

 

 

1. 고착된 자의식이 해체되어야 소통이 가능하다

 

 

장자라는 책에는 수많은 장인(匠人)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그 중 아마도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내편」 「양생주(養生主)편에 실려 있는 포정(庖丁)이라는 소를 도살하는 사람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외ㆍ잡편을 보아도 이런 장인들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많이 기록되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편이 아마도 달생(達生)편일 것이다. 이 편은 주로 장인들에 대한 우화들로 구성되어 있다. 장인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달생편 외에도 외ㆍ잡편도처에 산재해 있는데, 그 가운데 전자방(田子方)편에 나오는 화공 이야기’, 지북유(知北遊)편에 나오는 허리띠 버클을 잘 만드는 장인 이야기’, 산목(山水)편에 나오는 빈 배 이야기등을 들 수 있겠다. 이것은 장자의 후학들이 내편에 실려 있는 포정 이야기가 지닌 철학적 함의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포정 이야기를 직접 분석해보기 전에 우리는 장자의 후학들이 구성한 이야기를 하나 읽어보도록 하자.

 

다음 이야기는 달생(達生)편에 나오는 종대를 귀신처럼 잘 만드는 재경(梓慶)이라는 장인에 대한 이야기.

 

 

재경(梓慶)이 나무를 깎아 종대를 만들었다. 그 종대가 완성되자, 그것을 본 자들은 마치 귀신을 본 것처럼 놀랐다. 노나라 제후가 그를 방문해서 물었다. “어떤 비법으로 너는 그것을 만들었는가?”

梓慶削木爲鐻, 鐻成, 見者驚猶鬼神. 魯侯見而問焉, : “子何術以爲焉?”

 

그러자 재경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단순한 장인인데, 제게 무슨 비법이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한 가지 비법이 있기는 있습니다. 종대를 만들려고 할 때, 저는 종대로 인해 저의 기운을 낭비하지 않고,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확실히 재계합니다. 삼 일 동안 재계한 후 저는 축하와 보상, 명예와 봉급에 마음을 두지 않게 됩니다. 또 사 일 동안 재계한 후 저는 비난이나 칭찬, 나의 능숙함이나 서투름에 마음을 두지 않게 됩니다. 또 칠 일 동안 재계한 후 저는 저에게 몸과 사지가 있다는 것을 잊습니다. 이때에 이르러 저는 (종대를 만들라는) 조정의 명령마저도 잊게 됩니다.

對曰: “, 工人, 何術之有! 雖然, 有一焉. 臣將爲鐻, 未嘗敢以耗氣也, 必齊以靜心. 齊三日, 而不敢懷慶賞爵祿; 齊五日, 不敢懷非譽巧拙; 齊七日, 輒然忘吾有四枝形體也. 當是時也, 無公朝.

 

정교함에 전일하게 되어 외부의 산만함이 녹아버린 후에야, 저는 산림 속으로 들어가서 나무의 자연스러운 본성을 살핍니다. 나무의 몸체가 저의 마음에 이른 연후에야 저의 마음에는 종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오직 그때에야 그것에 저의 손을 댑니다. 그렇지 않다면 저는 모든 일을 그만둡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자연스러움으로 나무의 자연스러움에 결합합니다. 이것이 그 악기가 귀신처럼 보이는 이유가 아니겠습니까?”

其巧專而外骨消, 然後入山林, 觀天性形軀. 至矣, 然後成鐻, 然後加手焉, 不然則已. 則以天合天, 器之所以疑神者, 其是歟!”

 

 

산에 들어가 종대의 재료가 될 나무를 얻기 위해 재경이 하는 모든 수양은 결국 고착된 자의식의 해체에 집중되어 있다. 고착된 자의식이 해체되어야 우리는 타자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왜냐하면 고착된 자의식이 해체된 상태가 바로 타자의 소리에 따라 민감하게 자기를 조절할 수 있는 유동적인 주체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가 이러저러한 종대의 모습을 미리 마음 속에 두고 산에 올라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오히려 고착된 자의식을 철저하게 비워버림으로써 나무가 자신만의 소리를 내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나무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나무의 몸체가 저의 마음에 이른 연후에야 저의 마음에는 종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이렇게 완성된 종대의 모습은 재경의 노력의 결과라기보다는, 나무가 비인칭적인 마음을 회복한 재경에게 주는 소리인 것처럼 그려져 있다. 그리고 재경은 나무가 전해주는 소리에 화답해서 종대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결국 완성된 종대의 모습이 떠오르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재경이라는 목수에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나무 그 자체에 있었다고 해야 한다. 결국이 이야기를 통해서 장자 후학들은 타자와의 소통이란, 주체와 사유 중심적인 것이 아니라, 타자와 존재 중심적인 사건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었던 셈이다. 이런 입장에 따르면 타자와의 소통의 조건은 고착된 자의식의 기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자의식이 과거의식을 매개로 모든 사태들에 적용되면 소통은 불가능해지며, 역으로 주체와 타자 사이의 소통이 발생할 수 있으려면 이런 과거에 고착된 자의식은 반드시 해체되어야만 한다.

 

 

 

 

인용

목차

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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