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미란 무엇인가?
1. 돌덩이와 고인돌
강화도에 가보면 커다란 돌덩어리가 하나 있다. 그 돌덩어리는 상당히 넓은 편편한 돌덩어리가 작은 돌덩어리들에 의해 받쳐져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어른으로서 우리는 그 돌덩어리가 고인돌이라는 것과 그것이 이전 선사시대 때 무덤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바로 그 순간 우리가 어린아이들이 칼싸움을 하느라고 그 고인돌을 오르고 뛰어내리는 것을 보게 되었다고 하자. 어른으로서 우리는 권위 있는 목소리로 “얘들아! 거기서 뛰어놀면 안 돼!”라고 소리치기 마련이다.
도대체 왜 이런 갈등이 일어나게 되었는가? 그것은 돌덩어리에 대한 의미 부여가 어른과 아이들에게 각각 상이하기 때문이다. 어른에게 돌덩어리는 고인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반면, 아이들에게 돌덩어리는 놀이 공간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어른과 아이들의 갈등은 동일한 돌덩어리에 대한 의미 부여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강화도의 그 돌덩이는 천여 년 간 무의미한 돌덩이로 남아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다시 말해 천여 년 동안 그 돌덩이는 아이들이 부여한 대로 놀이 공간에 지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어느 날 일군의 학자들이 그 놀이 공간에 줄을 치고 발굴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푯말이 그 돌덩어리를 둘러싸고 있는 철망에 붙여진다. ‘고인돌: 선사 시대의 무덤.’ 이제 우리는 모두 그 돌덩이를 놀이 공간으로 보지 않게 되었다. 그 돌덩이는 이제 고인돌이라는 확정된 의미를 부여받게 되었고, 우리는 강화도를 방문해서 놀이 공간으로서의 돌덩이가 아닌 고인돌로서의 돌덩이를 보고 오게 된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해서 우리는 고인돌이라는 의미를 먼저 알고, 그 고인돌이라는 의미에 부합되는 돌덩이를 찾아간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왜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에 대해서는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 돌멩이는 그저 무심결에 발에 차이고 비를 맞으며 아이들에게 망치로 쓰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 돌멩이는 진정으로 어떤 의미도 없는 것일까? 그것은 선사시대 이전 인류가 문화를 갖추기 이전에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 또 그것은 선사시대 때 돌팔매질할 때 쓰였던 도구일 수도 있다. 또 삼국시대 때 산성을 이루던 돌덩이에서 쪼개진 것일 수도 있다.
다시 앞의 고인돌의 예로 돌아가 보자. 만약 아이들이 어른에게 “죄송합니다. 저희들은 그것이 고인돌인 줄 몰랐어요.”라고 사과했다고 하자.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아이들은 자신들이 그 돌덩어리에 대해 부여했던 놀이 공간이라는 의미를 포기하고 어른이 부여한 고인돌이라는 의미를 수용했다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아이들이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공유할 때, 그들은 어른으로 자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들에게는 이제 놀이 공간으로서의 돌덩이는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이처럼 아이들이 배운다는 것은 어른들의 의미를 공유한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아이들이 금속으로 만든 길고 가느다란 막대를 가지고 코를 파고 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 아이들은 먼저 그 막대에 코를 파는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해야만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아이들을 혼내준다. “이놈아, 그것은 젓가락이야.” 다시 말해 그것은 반찬을 집을 때 쓰는 도구라는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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