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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Ⅹ. 날개 없이 나는 방법 - 3. 무매개적 소통의 철학적 함축, 두 가지 소통에서 중요한 것 본문

고전/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Ⅹ. 날개 없이 나는 방법 - 3. 무매개적 소통의 철학적 함축, 두 가지 소통에서 중요한 것

건방진방랑자 2021. 7. 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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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두 가지 소통에서 중요한 것

 

 

무매개적 소통은 인간 주체의 반성 능력, 즉 자신의 마음 안에 들어 있는 매개를 비판하고 반성할 수 있는 역량을 긍정한다. 이 점에서 무매개적 소통은 동물적인 자극이나 반응과는 구별된다. 왜냐하면 무매개적 소통의 경우 주체가 타자와의 무한한 소통을 통해 무한히 다양한 매개의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이런 비판과 반성의 역량으로 인해 마음은 타자에 민감해지게 되고, 주체는 항상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반면 매개적 소통은 주체가 미리 형성된 매개를 독단적으로 모든 타자에 적용될 수 있는 본질이나 일반성으로 긍정함으로써 현실화된다.

 

결국 매개적 소통 아래에서 작동하는 주체는 스스로 직접 타자와 관계하는 것이 아니라 매개를 통해 간접적으로만 타자와 관계하는 셈이다. 이런 상태에서 주체는 항상 매개의 절대성과 타자의 고유성 사이의 충돌을 경험하게 된다. 이처럼 매개적 소통의 입장이 어떻게 주체가 미리 존재하는 매개를 파악할 것인가?’, ‘어떻게 주체가 매개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가?’라고 질문하게 되어 있다면, 무매개적 소통의 입장은 어떻게 매개가 주체와 타자의 관계를 왜곡하는가?’, ‘어떻게 하면 주체는 미리 설정된 매개를 제거하고 타자와 소통할 수 있는가?’라고 질문해 들어간다. 결국 매개적 소통에서 중요한 것이 매개와 주체와의 관계라면, 무매개적 소통에서 중요한 것은 주체와 타자와의 관계다.

 

표면적으로 매개적 소통의 입장과 무매개적 소통의 입장은 전혀 이질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매개가 지닌 일반성에 대해 비판하고 회의할 때 드러나는 입장이 무매개적 소통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매개는 기본적으로 무매개적 소통으로부터 발생한다는 점에서, 이 두 입장은 내적인 논리로 묶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장자의 입장은 매개를 그 자체로 부정하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그가 부정하고 있는 것은 절대화되고 실체화된 매개나 그로부터 발생하는 인칭적이고 고착된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장자가 권고하는 이상적인 마음은 비인칭적 유동성의 상태, 즉 주체화되기 이전의 비인칭성의 상태에 있다.

 

그러나 장자의 최종 목표는 단순히 주체화 이전의 유동적 상태에만 머무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장자가 주체화 이전의 상태를 회복하자고 역설했던 이유는 새롭게 도래하는 타자에 맞게 임시적이고 단독적인 주체를 구성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렇게 구성된 단독적인 주체는 다시 절대적 실체, 과거에 사로잡힌 의식으로 고착되고 형해화할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장자의 양행(兩行)의 논리는 바로 이런 고착화와 형해화를 막기 위해서 제안된 것이다. 즉 부단한 소통을 긍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우리는 비인칭적인 마음이 전제하는 잠재적 무한성과 무한한 타자들과 무매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현실적 무한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용

목차

장자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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