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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시사, 목릉성세(穆陵盛世)의 풍요(豊饒)와 화미(華美) - 도선가(道仙家)의 명작(名作): 정렴(鄭磏)ㆍ정작(鄭碏)ㆍ박지화(朴枝華)의 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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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시사, 목릉성세(穆陵盛世)의 풍요(豊饒)와 화미(華美) - 도선가(道仙家)의 명작(名作): 정렴(鄭磏)ㆍ정작(鄭碏)ㆍ박지화(朴枝華)의 시

건방진방랑자 2021. 12. 21.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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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7(명종2)정렴(鄭磏)정작(鄭碏)박지화(朴枝華)가 함께 봉은사(奉恩寺)를 놀러가면서 배안에서 지은 시에는 이들의 긴밀한 친분관계가 잘 나타나 있다.

 

먼저 정렴의 휴박군실지화사제군경 향봉은사 주중작(携朴君實枝華舍弟君敬, 向奉恩寺, 舟中作)부터 본다.

 

孤烟橫古渡 落日下遙山 외로운 연기 옛 나루에 빗기고 지는 해는 먼 산에 떨어지네.
一掉歸來晚 招提杳靄間 외로운 배 느지막히 돌아오는데 절은 아득한 노을 사이에 있네.

 

이 시는 국조시산(國朝詩刪)기아(箕雅)대동시선(大東詩選)에 모두 선록(選錄)되어 있는데 허균(許筠)은 이에 대해 그 시람은 기이한데 시 또한 맑고도 고원하다[其人異也, 詩亦淸遠]”라 했다. 정렴(鄭磏)이 노을이 질 때 배 안에서 멀리 보이는 봉은사(奉恩寺)의 모습을 탈속(脫俗)의 분위기로 담담하게 그리고 있음에 비해 박지화(朴枝華)는 자연물과 동화하려는 정신적 지향을 보이고 있다.

 

孤雲晚出岫 幽鳥早歸山 구름은 저녁에 산동굴에서 나오고 새는 일찍 산으로 돌아가네.
余亦同舟去 忘形會此間 나도 함께 배를 타고 떠나가니 이 사이에서 때마침 이 몸 있는 줄도 잊었네.

 

도잠(陶潛)귀거래사(歸去來辭)에 보이는 운무심이출수 조권비이지환(雲無心以出峀, 鳥倦飛而知還)”점화(點化)하여 서경(敍景)으로 기()ㆍ승구(承句)를 구성하고 전()ㆍ결구(結句)에서 자연과 함께 동화된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日暮暝煙合 蒼茫山外山 해 저물어 어둠과 이내 잘 어울리고 아득히 산 밖에 또 산이 있네.
招提問何處 鐘定翠微間 묻노니 절은 어느 곳에 있는지, 종소리 산중턱에서 그친다.

 

정작(鄭碏)은 이때 나이가 열다섯으로 산외산(山外山)’을 찾고자 하는 지향과 아울러 장형(長兄)과 사부에게 자신이 아직 모르는 것을 묻고자 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평보유(詩評補遺)에서는 이 세편의 시를 비교하면서 북창(北窓)의 시가 다른 둘에 비해 당시(唐詩)의 수준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鄭磏(北窓, 溫陽人, 縣監. 嘗携其弟古玉碏朴守菴枝華)向奉恩寺, 舟中作詩曰: ‘孤烟橫古渡, 落日下遙山. 一掉歸來晚, 招提杳靄間.’ 守菴次之曰: ‘孤雲晚出岫, 幽鳥早歸山. 余亦同舟去, 忘形會此間古玉次之曰: ‘日暮暝煙合, 蒼茫山外山. 招提問何處, 鐘定翠微間.’ (北窓最逼唐) -詩評補遺上篇]

 

 

신륵사 전경과 황포돗배 나루, 2019년 5월, 사진 이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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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사한시

한시미학

16~17세기 한시사

존당파ㆍ존송파의 평론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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