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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필(權韠)이 스승인 송강 정철(鄭澈)의 무덤에 쓴 「과송강묘유감(過松江墓有感)」은 정철(鄭澈)의 사설시조인 「장진주사(將進酒辭)」의 사의(辭意)를 따서 인생의 무상함을 피력한 절창(絶唱)으로 이안눌(李安訥)의 「문가(聞歌)」와 비견되곤 한다. 이 시는 정경(情境)이 혼융되고 여운이 오래도록 가는 수작으로 많은 소인묵객(騷人墨客)들에 의하여 널리 구송되기도 하였다.
空山木落雨蕭蕭 | 빈 산에 낙엽지고 부슬부슬 비내리니 |
相國風流此寂寥 | 상국의 풍류도 이처럼 쓸쓸하구려. |
惆悵一杯難更進 | 애달퍼라 한 잔 술 다시 올리기 어렵건만 |
昔年歌曲卽今朝 | 지난 날의 그 노래 오늘을 두고 지었음이라. |
남용익(南龍翼)은 『호곡시화(壺谷詩話)』 21에서 이안눌(李安訥)의 「문가(聞歌)」와 이 시를 비교하여 석주의 수구(首句)는 마치 옹문(雍門)의 거문고 소리가 홀연히 귀를 놀라게 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게 한다고 하고[盖權之首句, 有如雍門琴聲忽然驚耳] 이어서 동악(東岳) 이안눌(李安訥)의 시와 우열을 가리기는 힘들지만 격조는 권필(權韠)의 시가 뛰어나다고 평가하였다[雖難優劣, 然格調則權勝].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이 『금오신화(金鰲新話)』를 통하여 그의 탁월한 시재(詩才)를 과시하고 있거니와, 석주(石洲) 권필(權韠)도 그가 제작한 「주생전(周生傳)」에서 일찍이 그 유례를 보지 못한 사(詞)의 솜씨를 시범함으로써 시인(詩人)은 소설류(小說類) 작품을 제조할 때에도 시의 기능에 특히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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