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운(吳光運, 1689 숙종15~1745 영조21, 자 永伯, 호 藥山)은 고시언과 채팽윤이 편찬하다가 못다하고 간 『소대풍요(昭代風謠)』를 마무리하여 간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위항문학을 세상에 드러나게 한 문인기도 하다.
오광운(吳光運)은 사대부문학 뿐만 아니라 ‘천(天)’을 온전히 간직한 위항문학을 포괄해야만 조선문학의 전체적인 조망이 가능하다고 말하면서, “양반들이 홀로 감당할 수 없어 중인이나 한미한 선비의 집【규두(圭竇): 규(圭) 모양의 길쭉한 쪽문이라는 뜻으로, 지극히 빈한한 선비의 거처를 가리킨다. 『예기』 유행(儒行)에 “선비는 가로 세로 각각 10보(步) 이내의 담장 안에서 거주한다. 좁은 방 안에는 사방에 벽만 서 있을 뿐이다. 대를 쪼개어 엮은 사립문을 매달고, 문 옆으로 규 모양의 쪽문을 내었다. 쑥대를 엮은 문을 통해서 방을 출입하고, 깨진 옹기 구멍의 들창을 통해서 밖을 내다본다.[儒有一畝之宮 環堵之室 篳門圭窬 蓬戶甕牖]”라는 말이 나온다】에서 이따금 영기를 모았다[搢紳士不能獨當, 而委巷圭竇往往鍾靈焉. 「昭代風謠序」]),”이라 하였다. 이러한 오광운(吳光運)의 시세계 역시 진정(眞情)의 유로를 중시하는 시문학을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가을 밤의 강 포구를 그린 다음의 「강포어화(江浦漁火)」를 보기로 한다.
遙夜漁燈點點愁 | 긴 밤 고기잡이 등불은 점점이 수심 어리는데 |
伴星和月耿寒洲 | 별빛 짝하고 달빛에 어울려 찬 물가에 반짝이네. |
一時影亂爭明滅 | 일시에 그림자 어지러워지고 불빛은 보일락말락 |
風起蘆花萬頃秋 | 갈대꽃에 바람이 일어 물결마다 가을빛일세. 『대동시선(大東詩選)』 권6. |
순전한 사경(寫景)만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정감(情感)의 움직임은 깊은 곳에 내장(內藏)되어 있다.
다음에 보이는 「춘규원(春閨怨)」은 여성화자의 목소리로 쓴 악부의 여향(餘響)을 실감케 하는 작품이다.
樓前金色柳 本意爲郞栽 | 누각 앞에 금빛 버들, 본 뜻이야 낭군 위해 심었지. |
郞遊不繫馬 寂寂小鶯來 | 낭군은 유랑하고 말을 매지 않나니 쓸쓸히 작은 꾀꼬리만 찾아 오누나. 『대동시선(大東詩選)』 권6 |
화려한 수사를 빌리지 않고서도 님을 그리는 여성의 진정을 직절하게 전달해 주고 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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