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고사【등고사(登高寺): 평안도 강서(江西)의 무학산(舞鶴山)에 있는 절 이름.】에서 짓다
제등고사(題登高寺)
정지상(鄭知常)
石逕崎嶇苔錦斑 錦苔行盡入禪關
地應碧落不多遠 僧與白雲相對閑
日暖燕飛來別殿 月明猿嘯響空山
해석
石逕崎嶇苔錦斑 석경기구태금반 | 돌길 울퉁불퉁하고 금빛 이끼 반짝이니 |
錦苔行盡入禪關 금태행진입선관 | 금빛 이끼 다 걸어 사찰문에 들어가네. |
地應碧落不多遠 지응벽락불다원 | 땅은 하늘【벽락(碧落): 하늘이라는 뜻의 도가(道家) 용어이다.】과 맞닿아 많이 멀지 않고 |
僧與白雲相對閑 승여백운상대한 | 스님은 흰 구름과 서로 한가롭게 대하네. |
日暖燕飛來別殿 일난연비래별전 | 해가 따뜻하니 제비가 날아서 별전으로 오고 |
月明猿嘯響空山 월명원소향공산 | 달이 밝으니 원숭이 울어대어 빈 산에 올리네. |
丈夫本有四方志 장부본유사방지 | 장부란 본래 천하에 뜻이 있으니 |
吾豈匏瓜繫此閒 오기포과계차한 | 내가 어찌 박처럼 그 사이에 매달려 있겠는가. 『東文選』 卷之十二 |
해설
이 시는 정지상(鄭知常)이 평양에 살던 청년 시절에 근처의 등고사에 올라 지은 초기 시로, 큰 뜻을 품은 젊은 시절의 포부가 담겨 있다.
이끼가 알록달록한 것은 사람이 찾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이끼 길이 다 지난 곳에 절이 있다는 것은 절이 아주 높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산꼭대기에 절이 있기 때문에 하늘과 닿아 있고 흰 구름과 마주한 스님에게선 속기(俗氣)를 찾을 수 없다. 너무 호젓한 곳이라 제비는 날고 원숭이는 울어댄다. 호젓해서 머물고 싶은 곳이지만, 천하를 경영할 꿈이 있는 대장부이니, 머무를 수 없고 세상에 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시는 함련(頷聯)에 요체(拗體)를 쓰고 있다. 요체(拗體)란 평자(平字)를 놓을 자리에 측자(仄字)를 바꾸어 쓰는 것이며, 그것의 효과는 어기(語氣)를 기건(奇健) 발군(拔群)케 하는 것이다. 불(不)의 요(拗)를 상(相)으로 구(救)하고 있어 요체의 예로 자주 거론되는 명구(名句)이기도 하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64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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