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강회백 삼대
姜通亭淮伯, 玩易齋碩德, 仁齋希顏, 祖子孫三人, 皆以文章大鳴. 噫! 歷觀往古, 讀書能文章者爲難, 雖能文章而成一家傳後世爲難, 雖傳後世, 能奕世趾美, 不堕其業爲尤難. 求之於古, 僅得蘇ㆍ杜二家, 而我東方獨有通亭一家, 繼世箕裘, 豈不偉哉!
通亭「寄燈明師」詩: ‘人情蟬翼隨時變, 世事牛毛逐日新. 想得吾師禪榻上, 坐看東海碧粼粼.’
玩易齋「題秀庵上人軸」詩曰: ‘占斷烟霞心自閒, 茅茨高架碧孱顔. 飢飱倦睡無餘事, 春鳥一聲花滿山.’
仁齋「詠松」詩曰: ‘階前偃盖一孤松, 枝幹多年老作龍. 歲暮風高揩病目, 擬看千丈上靑空.’ 格調最高.
해석
姜通亭淮伯, 玩易齋碩德, 仁齋希顏, 祖子孫三人, 皆以文章大鳴.
통정(通亭) 강회백(姜淮伯)과 완역재(玩易齋) 강석덕(姜碩德)과 인재(仁齋) 강희안(姜)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손자 삼 대로 모두 문장으로 크게 울렸다.
噫! 歷觀往古, 讀書能文章者爲難,
아! 지날 옛날을 살펴 보면 글을 읽으며 문장을 잘 짓기는 어렵고
雖能文章而成一家傳後世爲難,
비록 문장을 잘 짓더라도 일가를 이루어 후세에 전하기 어려우며
雖傳後世, 能奕世趾美, 不堕其業爲尤難.
비록 후세에 전해졌더라 여러 세대[奕世]에 아름다움을 이어가며 가업을 떨어뜨리지 않기는 더욱 어렵다.
求之於古, 僅得蘇ㆍ杜二家, 而我東方獨有通亭一家, 繼世箕裘, 豈不偉哉!
옛날에서 구해보면 겨우 소식과 두보 두 집안에서 얻어지지만 우리 나라에선 유독 통정(通亭) 한 집안만이 있어 가업[箕裘]【기구(箕裘): 키와 가죽옷이라는 뜻으로, 가업(家業)을 비유하는 말이다. 『예기』 「학기(學記)」의 “훌륭한 대장장이의 아들은 아비의 일을 본받아 응용해서 가죽옷 만드는 것을 익히게 마련이고, 활을 잘 만드는 궁장(弓匠)의 아들은 아비의 일을 본받아 응용해서 키 만드는 것을 익히게 마련이다[良冶之子 必學爲裘 良弓之子 必學爲箕].”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을 이었으니 어찌 대단치 않을까 보랴.
通亭「寄燈明師」詩: ‘人情蟬翼隨時變, 世事牛毛逐日新. 想得吾師禪榻上, 坐看東海碧粼粼.’
통정(通亭)의 「등명 스님께 부쳐[寄燈明師]」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人情蟬翼隨時變 | 인정은 매미의 날개라 때에 따라 변하고 |
世事牛毛逐日新 | 세상 일은 소 털이라 날마다 새로워지네. |
想得吾師禪榻上 | 상상해보면 우리 스님 선탑 위에서 |
坐看東海碧粼粼 | 앉아 동해의 푸르고 깨끗함을 보고 계실 터. |
玩易齋「題秀庵上人軸」詩曰: ‘占斷烟霞心自閒, 茅茨高架碧孱顔. 飢飱倦睡無餘事, 春鳥一聲花滿山.’
완역재(玩易齋)의 「수암 스님의 시축에 쓰며[題秀庵上人軸]」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占斷烟霞心自閒 | 이내와 노을 독차지[占斷]하니 마음은 절로 한가롭지만 |
茅茨高架碧孱顔 | 초가집의 높은 시렁엔 푸르고 잔약한 얼굴뿐. |
飢飱倦睡無餘事 | 주리면 먹고 잠 오면 자 남은 일 따윈 없이 |
春鳥一聲花滿山 | 봄 새의 한 번 울어대고 꽃만이 산에 가득하네. |
仁齋「詠松」詩曰: ‘階前偃盖一孤松, 枝幹多年老作龍. 歲暮風高揩病目, 擬看千丈上靑空.’
인재(仁齋)의 「소나무를 노래하며[詠松]」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階前偃盖一孤松 | 계단 앞에 누운 듯 덮은 듯한 한 외로운 소나무는 |
枝幹多年老作龍 | 가지와 줄기가 여러 해 동안 노쇠해 용처럼 되었네. |
歲暮風高揩病目 | 세밑에 바람 높아져 병든 눈을 비비니 |
擬看千丈上靑空 | 의심스레 보건대 천 길이의 푸른 허공에 오르는 듯하네. |
格調最高.
격조가 가장 높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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