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수학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한한 자유
존 내쉬에게 노벨상을 안겨주었던 논문은 그가 겨우 스물두 살 때 작성한 27페이지짜리 짧은 박사논문이었다. 처음에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의 아이디어는 너무 단순해서 학자들의 눈에 전혀 흥미로워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너무 협소한 테마라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이 이론의 가치는 너무 명백해서 내쉬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발견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내쉬 균형의 엄청난 영향을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늘날 전략적 게임과 관련된 내쉬 균형 개념은 사회과학뿐 아니라 생물학에서조차 기본적인 패러다임이 되었다. 『뉴 팔그레이브』는 내쉬 이론의 가치를 이렇게 묘사한다. “내쉬 균형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는 주제를 논하는 아주 강력하고 우아한 방법이다. 뉴턴의 천체 역학이 고대인들의 원시적이고 임시적인 방법들을 일거에 대체했던 것에 비견된다.”
내쉬 이론의 진정한 가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것은 그가 30년 이상의 정신분열을 앓고 난 이후, 1990년대가 되어서였다. 내쉬의 노벨상 수상은 한 개인의 ‘인간승리’라기보다는 사회 전체의 ‘기다림’의 승리이기도 했다. 내쉬가 일했던 랜드 코퍼레이션의 경영 관리자였던 존 윌리엄스는 이 ‘기다림의 미학’을 알고 있던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는 수학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한한 자유’임을 알고 있었고 그 무한한 자유를 위해 필요한 24시간 건물 개방권과 칠판과 커피를 수학자들에게 ‘무한 리필’로 제공함으로써 ‘자유’를 ‘물질화’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윌리엄스는 당시 미국 최고의 수학자였던 폰 노이만에게 거액의 수임료를 제시하면서 이런 편지를 보낼 정도였다. “우리가 조직 차원에서 부탁드리고자 하는 것은, 귀하의 많은 생각 가운데 그저 면도를 하시며 흘려보내는 것들만 건네 달라는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시다가 혹시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으시면 그것을 우리에게 넘겨주시면 됩니다.”
윌리엄스는 수학자들에게 시간의 자유를 주었고, 다음에는 커피와 칠판을 제공했다. 그런 것이 없으면, 아무런 가치 있는 것도 생산해내지 못할 거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 그는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오전 여덟시에서 오후 다섯 시까지만이 아니라 24시간 랜드 건물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수학자들에게 개인 사무실 건물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수학자들에게 개인사무실을 제공했다. 복도에는 여러 곳에 커피대를 마련해 24시간 관리인을 붙여 놓았다. 왜 수학자들에게 그토록 자유를 주어야 하는지 의아해하는 엔지니어와 미 공군 장성을 이해시킨 것도 그였다.
-실비아 네이사, 『뷰티풀 마인드』, 204~205쪽.
인생 전체를 배팅할 만한 문제를 발견하는 천재 자신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의 문제풀이를 채근하지 않고 어떤 압력도 가하지 않으며 다만 무조건 ‘기다리는’ 주변의 노력 또한 중요하다. 빨리빨리 연구 결과를 내놓으라고 재촉하는 분위기 속에서는 결코 ‘향기 나는 아이디어의 전쟁’이 탄생할 수 없다. 이 문제가 정말 중요한지 그렇지 않은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 문제가 어쩌면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연구결과가 ‘실용화’될 수 있다는 보장도 전혀 없다. 영원히 정답이 나오지 않을지라도, 혹시 도중에 그 문제를 풀던 사람이 죽더라도, 그 문제에 도전하는 일 자체가 소중한 일이라는 것. 그것을 깨달은 ‘친구들’이 있을 때 천재의 ‘면벽 수행’도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존 내쉬는 그런 희귀한 행운을 거머쥔 몇 안 되는 천재였다. 인류의 미래를 바꾼 획기적인 발명들은 대부분 ‘위대한 사람들의 비관적인 예측’을 벗어나는, 아이디어 제출시한도 마감시한도 없는 ‘기다림’의 역사로부터 시작되었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인간은 달에 가지 못할 것이다.
-리 디 포레스트 박사, 진공관 발명자(1957)
인간이 원자력을 이용하게 될 가능성은 없다.
-로버트 밀리컨,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1923)
컴퓨터는 전 세계를 통틀어 다섯 대 정도 팔릴 것이다.
-토머스 왓슨, IBM 설립자(1943)
개인이 가정에 컴퓨터를 놓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
-케네스 올센, 디지털 이큅먼트사 설립자 겸 회장(1977)
비행기는 재미있는 장난감이지만 군사적 가치는 전혀 없다.
-페르디낭 포쉬 장군, 프랑스 군사 전문가, 제 1차 세계대전 사령관(1911)
6개월 후 텔레비전은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다. 사람들은 곧 매일 밤 합판으로 만든 상자를 들여다보는 것에 싫증날 것이다.
-대릴 F. 자눅, 20세기 폭스사 회장(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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