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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한글역주, 논어해석사강 - 주(注)와 소(疎)의 의미 본문

고전/논어

논어한글역주, 논어해석사강 - 주(注)와 소(疎)의 의미

건방진방랑자 2021. 5. 26.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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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어해석사강(論語解釋史綱)

 

 

()와 소()의 의미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은 그의 역저 논어고금주(論語古今注)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한유(漢儒)는 경을 주석하는 데 고고(考古)를 기준으로 삼아 명변(明辨)이 부족하다. 그러므로 참위(讖緯)류의 사설(邪說)이 같이 끼어드는 것을 면할 길이 없었다. 이것은 배우기만 하고 깊게 생각하지 못하는 폐단이다.

漢儒注經以考古爲法, 而明辨不足. 故讖緯邪說, 未免俱收. 此學而不思之弊也.

 

후유(後儒)후대의 유학자들, 송유(宋儒)를 가리킴는 경을 해설하는 데 궁리(窮理)이치를 궁구함. 송유의 이론적 성향을 가리킴를 근본으로 삼아, 고증이나 논거가 소홀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제도에 관한 것이나 사건이나 이름 같은 것이 틀릴 때가 있다. 이것은 생각키만 하고 공부하지 않는 것의 허물이다.

後儒說經而窮理爲主, 而考據或疎. 故制度名物, 有時違舛. 此思而不學之弊也. (1, 30b).

 

 

이것은 물론 논어』 「위정(爲政)배우기만 하고 생각치 않으면 멍청해지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라는 구절을 해설하는 과정에서 한 이야기이므로, 한유를 멍청한 케이스에, 송유를 위태로운 케이스에 해당시켜 각기 그 특징을 논구한 것이다. 다산이 말하기를 멍청하다함은 맹목적이라서 속임수에 잘 빠진다는 뜻이요, 위태롭다 함은 너무 관념적이고 옛 것을 권위주의적으로 신봉하여 환상적이되기 쉽다는 뜻이라 한다.

 

우리가 논어를 읽을 때 주석의 도움이 없이 본문만을 읽는다는 것은 아무리 한문의 달자(達者)라 할지라도 불가능에 속하는 일이다. 주석 없이 읽는다고 호언 해도 그 읽음은 이미 어느 주석의 영향권에서 성립한 담론이나 인식체계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논어의 본문은 주석과 유기적 일체를 이룬다. 주석은 논어의 해석(Interpretation)이다. 그런데 이 해석은 역사적으로 축적되어 왔다. 축적이란 시대적 가치관이 하나의 패러다임을 구축하면서 역사적으로 계속 쌓여온 것을 말하는 것이다.

 

조금 전문적으로 약속된 언어를 가지고 논어의 해석문제를 생각해보자. 논어라는 서물이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서지학적 조형형태로 구축된 것은 전국말기를 거슬러 올라가기가 어렵다. 따라서 논어의 해석작업은 당연히 논어의 성립 이후, 그러니까 한()제국 시대의 사건일 것이다. ()대에 최초로 이루어진 해석을 우리는 주()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주()라는 말은 한대에 성립한 해석에 한정하여 부르는 전문용어라는 것을 독자들은 유념해야 한다. 그래서 보통 후대학자들이 임의로 쓰는 주라는 말과 혼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고주(古注)라는 말을 쓰는 것이다. 이 고주의 대표적인 것이 정현(鄭玄, 정 쉬앤, Zheng Xuan, AD 127~200)의 해석이다. 정현의 고주를 보통 논어정주(論語鄭注)’라 부르는데, 이 논어정주는 어느 세월엔가 유실되었다가 최근 돈황, 신강성 투루판(吐魯番) 등지에서 당사본(唐寫本)이 발견되어 최근에는 그 원래모습의 한 반 정도가 복원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논어의 경우, 정현의 주를 계승하여 조조(曹操)의 첩의 아들이며, 사위이기도 한 하안(何晏, 허 옌, He Yan, AD c. 193~249)이 만든 논어집해(論語集解)까지를 주()로 간주한다. 그러니까 논어의 고주라고 하면 실제적으로 정현과 하안, 이 두 사람을 염두에 두면 된다.

 

그 후에 육조(六朝)시대로부터 당()나라를 거쳐 송나라 초기에 이르러 완성되는 해석양식을 우리는 ()’라는 말로써 규정한다. 소라는 말에 소통(疏通)이라는 의미가 있듯이 그것은 기본적으로 주를 소통시킨 것이다. 기존의 주의 기초 위에서 다시 세부적으로 논의한 것인데, 주를 저수지에서 흘러나오는 주된 간선 도랑이라고 한다면 소는 각 동네 논밭에 물을 대기 위하여 만든 수없이 작은 물길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니까 주는 매우 간결하고 군말이 없는데 반해, 소는 매우 장황하고 시시콜콜 자문자답 잔말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한말(漢末)에서부터 중국으로 불교가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중국으로 유입된 한역불전들이 초기에는 한대에 성립한 경전해석학의 방법론을 도입하여 조직화되기 시작하다가 나중에는 역으로 중국경전의 소()에 영향을 주었다. 그러니까 육조ㆍ당 시기의 유경(儒經)의 소는 불경의 소의 양식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위진남북조 시기에는 청담(淸談)의 학풍이 유행하고, 또 인물의 추천제 등용방식이 성행하여, 속말로 이빨 잘 까는 구라꾼들이 많아, 이들의 주ㆍ객 대립의 다양한 담론과 강의노트가 소로 발전하였던 것이다. 하안과 동시대인이었던 왕필(王弼)만 하더라도 무()의 체득자로서 노자보다 공자를 더 높게 평가하였다. 노자는 무를 입으로 떠들기만 했고, 공자는 무를 소리 없이 실천하고 체현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에는 노장사상이나 불교적 사유가 적지 않게 반영되어 있다.

 

()가 간결하고 소()가 용장(冗長)한 것은 상기의 시대적 분위기 이외로도 종이의 발명과 그 보편화라는 하부구조적 사태의 변화가 개입되어 있다. 채륜(蔡倫, 차이 룬, Cai Lun, ?~AD c. 107)이 종이를 발명한 것은 후한 중기이지만 오늘날 우리가 보는 수피(樹皮)를 사용한 그런 순수한 재질이 아니었고, 또 그것이 보편화되기에는 시간이 걸렸다. 한대에만 해도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된 책()의 자료는 죽간(竹簡)이었다. 죽간은 가격도 비쌌고, 또 많은 내용을 담기 곤란한 소재였다. 죽간 한 조()에 몇 글자밖에는 실리지 않는다. 따라서 주는 간결함을 생명으로 했다. 그러나 서진(西晋) 이후부터 종이가 보편적으로 활용되면서 가격도 저렴해졌고 많은 내용을 수월하게 담을 수 있게 되었다. 소의 시대는 종이의 시대였던 것이다.

 

소를 대표하는 것으로서 독자들은 두 사람의 이름만 기억해도 큰 불편이 없을 것이다. 그 첫째가 벽암록첫 공안의 주인공인 양무제(梁武帝) 시절, 강소성 사람 황간(皇侃, 후앙 칸, Huang Kan, AD 488~545)이다. 황간은 논어의소(論語義疏)라는 작품을 남겼다. 본래 정현은 산동 고밀현(高密縣) 사람이었으며, 그의 학설은 북방에서 유행하였다. 그러나 하안의 집해(集解)는 주로 남조 중심의 남방에서 성행하였던 것이다. 황간의 소는 남방문화의 소산이며, 남방에서 유행하던 하안의 집해를 집중적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황간의 소도 중국에서는 송() 이후 자취를 감추어 구해볼 수 없었으나 일본의 아시카가학교(足利學校)1439년에 설립된 일본 중세의 유일한 학교, 토찌기현(栃木縣) 아시카가시(足利市) 소재 도서관에 그 온전한 판본이 보관되어 청나라 때 역수입되어 사고전서(四庫全書)에 수록되었다.

 

다음으로 기억할 소의 대가가 북송(北宋) 진종(眞宗) , 한림시강학사(翰林侍講學士), 예부상서(禮部尙書)를 지낸 형병(刑柄, 싱 삥, Xing-Bing, 932~1012)이라는 인물이다. 형병은 황간의 의소(義疏)를 더욱 확대시켜서 소의 전통을 포괄적으로 완성시켰다. 그 작품이 바로 논어정의(論語正義)이다. 논어정의가 정보가 풍부하고 기존의 제설을 포섭할 뿐 아니라, 송나라 때는 목판본 종이책의 대량보급이 이루어지는 시대였으므로, 형병의 논어정의가 나오자 그 이전의 단행본들이 자취를 감추고 마는 불운한 결과를 가져왔다. 황간의 의소가 사라진 것도 그 중의 한 예이다.

 

남송 말기에는 기존의 주()와 소()를 합치어 십삼경주소(十三經注疏)가 성립한다. 십삼경주소본이 통용되면서 학문이 획일화되는 성향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인쇄술의 발달이 학문의 다양성을 죽인 것이다. 십삼경주소본의 논어는 하안집해와 형병소를 합친 것이다. 이상의 논의를 마무리 지으면서 다음의 표 정도는 머리에 집어넣으면 좋을 것이다.

 

본문(本文) 노론(魯論)
장후론(張侯論)
() 정현주(鄭玄注)
하안 집해(何晏集解)
() 황간 의소(皇侃義疏)
형병 정의(邢昺正義)

 

 

 

 

인용

목차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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