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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18. 시인의 위치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18. 시인의 위치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건방진방랑자 2021. 10. 2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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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위치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소화시평권하 18에서는 최립의 시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다. 우선 시를 해석할 때 중심에 놓고 생각해봐야 할 거리에 대해 교수님은 이야기를 해줬다.

 

이 시에서 시인과 스님은 같이 있는가? 따로 있는가? 만약 따로 있다면 시인은 어느 곳에 있는가?

 

시를 짓게 된 배경을 알고 두 사람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면 그에 따라 시의 해석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수님은 지금 시인은 어디에 있습니까?”라는 질문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반반이 나누어져 한 편은 스님과 함께 절에 있습니다.’라고 했고, 다른 한 편은 관청에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만큼 이 시는 시인의 위치를 딱 확정지어 말하기에 복잡한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文殊路已十年迷 문수사 길은 이미 10년이라 흐릿한데
有夢猶尋北郭西 꿈에서는 아직도 북쪽 성곽 서쪽을 찾네.
萬壑倚筇雲遠近 온갖 골짜기 지팡이에 의지하여 다니니 구름은 가깝거나 멀거나
千峯開戶月高低 많은 봉우리 창을 여니 달은 떴다 지겠지
磬殘石竇晨泉滴 경쇠소리 잦아들면 돌구멍에서 새벽 샘물이 떨어지고
燈剪松風夜鹿啼 심지 자르면 솔바람에서 밤새 사슴이 울어대겠지.
此況共僧那再得 이런 상황을 스님과 함께 언제나 다시 누릴 수 있을까.
官街七月困泥蹄 큰 길은 칠월이라 질척거리는 발굽 괴롭구려.

 

1~2구에선 문수사에 가는 길조차 흐릿할 정도로 찾아가질 못했고 꿈에서나 그 길을 찾아 헤매고 있다는 말을 했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 시인이 지금 문수사에 있는지, 전혀 다른 곳에 있는지가 결정된다. 이 부분을 ‘10년 동안이나 가보지 못해서 기억이 흐릿하고 그저 꿈에서 찾아 헤매는 것으로 본다면 시인은 지금 관청에 있는 게 될 것이고, ‘오랜만에 문수사를 찾아가고 있으니 기억이 흐릿하기만 하네. 그러니 꿈에서마저 길을 찾던 버릇을 총동원하여 찾아가는 수밖에는 없지라고 본다면 지금 시인은 문수사를 찾아가는 길목에 있으며 이 시를 쓸 땐 시인과 함께 사찰에 있는 게 될 것이다.

 

2~6구까지는 문수사의 정경을 담고 있어 크게 논란이 일어날 만한 구석은 없다. 단지 시인의 사찰에 있다고 본 경우엔 직접 본 것을 묘사하는 방식이 될 테지만, 관청에 있다고 본 경우엔 지금쯤 문수사엔 이러 이러한 풍경들이 펼쳐질 텐데라는 회상에 잠겨 기억을 훑는 방식이 될 테다.

 

7~8구 또한 시인이 사찰에 있다고 본 경우엔 이제 스님과 헤어지면 언제 다시 볼끄나. 그런데 돌아가는 진창길이 괴로울 생각을 하니 더욱 돌아가기 싫으네.’라는 말이 되고, 관청에 있다고 본 경우엔 ‘10년 전에 문수사에서 도란도란 얘기 나누던 그런 정취 언제나 다시 누릴 수 있을까. 질척거리는 이 속세에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이 괴롭기만 하네라는 말이 된다.

 

시인이 관청에 있음 시인이 사찰에 있음
文殊路已十年迷 有夢猶尋北郭西
문수사 길은 이미 10년이라 흐릿한데 꿈에서는 아직도 북쪽 성곽 서쪽을 찾네. 문수사 길은 이미 10년 전이라 헛갈리니 꿈에서 북쪽 성곽 서쪽에서 찾듯이 해야지.
10년 동안이나 가보지 못해서 기억이 흐릿하고 그저 꿈에서 찾아 헤매는 것. 오랜만에 문수사를 찾아가고 있으니 기억이 흐릿하기만 하네. 그러니 꿈에서마저 길을 찾던 버릇을 총동원하여 찾아가는 수밖에는 없지.
萬壑倚笻雲遠近 千峰開戶月高低
磬殘石竇晨泉滴 燈剪松風夜鹿啼
온갖 골짜기 지팡이에 의지하여 다니니 구름은 가깝거나 멀거나 많은 봉우리 창을 여니 달은 떴다 지겠지.
경쇠소리 잦아들면 돌구멍에서 새벽 샘물이 떨어지고 심지 자르면 솔바람에서 밤새 사슴이 울어대겠지.
온갖 골짜기 지팡이에 의지하여 다니니 구름은 가깝거나 멀거나 많은 봉우리 창을 여니 달은 떴다 지네.
경쇠소리 잦아들면 돌구멍에서 새벽 샘물이 떨어지고 심지 자르면 솔바람에서 밤새 사슴이 울어대네.
문수사에 도착하여 보게 된 광경들을 묘사하고 있음. 10년 전에 본 광경을 회상하며 그 상황을 묘사하고 있음.
此況共僧那再得 官街七月困泥蹄
이런 상황을 스님과 함께 언제나 다시 누릴 수 있을까. 큰 길은 칠월이라 질척거리는 발굽 괴롭구려. 이런 상황을 스님과 함께 언제나 다시 누릴 수 있을까. 돌아가는 큰 길은 칠월이라 질척거리는 발굽 괴롭구려.
10년 전에 문수사에서 도란도란 얘기 나누던 그런 정취 언제나 다시 누릴 수 있을까. 질척거리는 이 속세에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이 괴롭기만 하네. 이제 스님과 헤어지면 언제 다시 볼끄나. 그런데 돌아가는 진창길이 괴로울 생각을 하니 더욱 돌아가기 싫으네.

 

 

최립의 시적 재능에 대해 평가를 하고 있는 허균의 말도 눈에 띈다. 그는 스승으로부터 배운 게 아니라 스스로 여러 작품을 지으며 독창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작품들을 만들어냈다고 보았으니 말이다.

그러니 그저 음률이나 따지며 평측을 배치하려 고심하는 사람이나, 그럴 듯한 수사를 위해 좋은 시어들만 모아대는 사람은 절대로 최립의 시재에는 미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리고 아예 허균은 최립의 시가 문장보다 훨씬 좋다고 보았다. 바로 이런 평가 기준을 통해 권하 19까지 함께 보면 그 의미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인용

목차

상권 목차

하권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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