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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17. 한시로 선연동의 기녀를 기린 권필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17. 한시로 선연동의 기녀를 기린 권필

건방진방랑자 2021. 10. 2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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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로 선연동의 기녀를 기린 권필

 

 

年年春色到荒墳 해마다 봄빛이 황량한 무덤에 찾아오면,
花似殘粧草似裙 꽃은 남은 화장인 듯, 풀은 치마인 듯.
無限芳魂飛不散 무한한 꽃다운 넋들이 흩어지지 않아서
秪今爲雨更爲雲 다만 지금은 비가 되었다가 다시 구름이 되었다가.

 

소화시평권하 17에서 나온 석주의 시는 절구로 되어 있기에 윤계선의 시에 비하면 사족은 전혀 보이지 않고 담백하게 느껴진다. 1구부터 아주 파격적으로 해마다 봄이면 찾아왔다고 자기 고백을 하며 2구에선 그때마다 보이는 꽃과 풀은 기녀들의 생전 모습처럼 보이기까지 하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그렇게 매년 찾아와 넋들을 조문하지만 그럼에도 3구에선 넋들이 돌아가야 할 곳으로 가지 못하고 이곳에 남아 있다고 말을 한다. 동양사회에선 사람을 혼과 백으로 나누어 사유했었다. 혼은 지금의 말로 하면 정신이란 말에 가까울 것이고 백은 육체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니 혼은 죽고 나면 날아가 없어져야 하고, 백은 죽고 나면 땅에 묻혀 잘 흩어져야 한다. 그런데 혼이 날아가지 않거나 백이 흩어지지 않는 경우엔 귀신이 되어 세상을 배회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바로 3구는 이런 전통적인 혼백론으로 쓰여진 곳이다. 그러니 그렇게 남아 있는 넋은 비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구름을 만들어내기도 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교수님은 예전부터 부부 관계를 맺는 것을 운우지락(雲雨之樂, 무산기슭에 사는데 아침엔 구름이 되었다가 저녁엔 비가 무산을 오르락내리락 한다)이라 표현했었는데 이 구절에선 아마 죽었음에도 여전히 부부의 연을 맺고 싶어 하는 기생의 마음을 담은 걸 거예요.”라고 말해줬다.

 

= =

 

 

이에 대해 홍만종은 윤계선의 시에 대해 다만 몽()이란 글자가 타당하지 않다[但夢字未妥].’고 평가하고 있으며 김정이란 사람도 홍만종의 평가에 적극 동의하며 석주는 최고의 경지에 들어간 반면 윤계선은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가벼운 재주만 있다고 혹평했다.

바로 그 근거로 제시된 ()’이라는 글자가 왜 문제가 되는지를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윤계선 시에서 4구에 바로 이 글자가 나오는데 이 구절의 내용을 보면 여전히 꿈속엔 붉은 누각에 당신들과 함께 연회를 즐기곤 한다오[夢來朱閣對金樽].’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건 단순히 넋을 조문하는 정도만이 아니라 여전히 향락을 누리고 싶다는 뉘앙스까지 풍긴 것이니 홍만종의 입장에서 이 부분이야말로 가장 맘에 안 드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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