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한가롭게 거처할 때의 공자 모습
7-4. 공자께서 공무로 밖에 나가지 않으시고 집에 한가로이 계실 적에는 그 모습이 날개를 사뿐히 펼친 듯했고, 얼굴엔 화색이 돌아 광채가 났다. 7-4. 子之燕居, 申申如也, 夭夭如也. |
해탈인의 모습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공자는 자유로운 인간이었다. 1ㆍ 2ㆍ3장은 모두 공자의 학문에 대한 치열한 정신을 반영하는 자술(述)의 말씀이다. ‘공자는 이렇게 말씀하시었다’를 세 번 반복한 후 ‘공자는 이러이러한 인간이었다’하고 3인칭으로 서술하는 이 형식은 향후 8장군(章群)의 모델을 이룬다. 치열한 느낌 후에 전개되는 한가롭고 온화한 본 장의 모우멘트는 째즈 명곡의 자유로운 텐션 같은 느낌을 준다.
‘신신(申申)’은 ‘신신(伸伸)’의 뜻으로 새기면 새가 날개를 쭈욱 펴고 한가롭게 나는 모양을 연상시킨다. 주석가들도 대강 ‘서(舒)’라는 글자와 연상지워 말하는데, 하여튼 요즈음 말로 하면 ‘릴랙스드(relaxed)’, 느긋하고 여유로운 모습이다. 그런데 ‘신신(申申)’과 같은 중첩어는 반드시 그 자의(字義)에 구애되지 않는다. 자의를 초월하여 독자적인 의미를 가질 때가 많다. ‘요요(夭夭)’는 『시경』 주남(周南) 「도요(桃夭)」라는 노래에도 그 용례가 있는데 시집가는 젊은 새악씨의 붉게 물든 복숭아 볼과도 같은 어리고 싱싱하고 보드라운 모습을 형용하고 있다.
桃之夭夭 | 복숭아나무 어리고 싱싱한 모습 |
灼灼其華 | 붉게 빛나네 그 꽃이여 |
之子于歸 | 이 새악씨 시집가네 |
宜其室家 | 그 시집을 꽃피우리 |
여기 공자가 집에서 한가롭게 공부하고 있을 때는 비록 칠순이 넘었지만 여린 복숭아꽃잎처럼 보드랍고 싱싱한 광채가 배어나오는 그런 젊은 모습이었을 것이다. 측근의 제자 누구인가, 그 싱싱한 모습을 전달하고 싶어했을 것이다.
‘연거(燕居)’는 한가하여 공무가 없을 때를 말하는 것이다. 양중립이 말하였다: “‘신신(申申)’이란 그 용태가 편안하게 주욱 펴진 것을 말한 것이다. ‘요요(夭夭)’는 그 안색이 상쾌하여 온화한 것이다.’
燕居, 閒暇無事之時. 楊氏曰: “申申, 其容舒也. 夭夭, 其色愉也.”
정이천이 말하였다: “이것은 제자들이 성인(공자)을 잘 형용한 특징적 모습이다. ‘신신(申申)’이라는 글자로 그 모 습을 다 나타낼 수 없으므로 거기에다가 ‘요요(夭夭)’라는 글자를 첨가시켰다. 요새 사람들은 연거할 때에는 나태하거나 방자하지 않으면, 반드시 너무 엄격하고 엄숙하다. 엄격ㆍ엄숙할 때에도 신신요요 이 네 글자를 붙여줄 수가 없고, 나태ㆍ방자할 때에도 신신요요 이 글자를 붙여줄 수가 없다. 오로지 성인만이 스스로 중화(中和)의 기운이 감도는 것이다.”
○ 程子曰: “此弟子善形容聖人處也, 爲申申字說不盡, 故更著夭夭字. 今人燕居之時, 不怠惰放肆, 必太嚴厲. 嚴厲時著此四字不得, 怠惰放肆時亦著此四字不得, 惟聖人便自有中和之氣.”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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