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그게 바로 나야 나’라 말한 공자
7-23.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얘들아! 내가 뭘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니? 나에게 숨기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뿐만 아니라 나는 행(行)하여 너희들과 더 불어 하지 않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이것이 나 구(丘)로다!” 7-23. 子曰: “二三子以我爲隱乎? 吾無隱乎爾. 吾無行而不與二三子者, 是丘也.” |
내가 『논어』를 읽으면서 전율에 가까운 감명을 받았던 구절이 바로 이 ‘시구야(是丘也)’라는 한 마디이다. 어찌 성인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정직하고 적나라한 말을 할 수 있을까? 어찌 이토록 자신을 따르는 자들 앞에 벗겨 드러낼 수가 있는가? 어찌 이토록 자신의 현실태에 대하여 강렬한 자신감을 토로할 수 있는가?
나는 이 구절에서 인간 공자를 절감하고 또 절감하였다. “이것이 나 구다!” 이 한마디 외로 『논어』의 천구만절이 공자의 실존에 무엇을 보탤 수 있으리오! 공자가 스스로 자신을 이름으로 부르는 그 소탈한 분위기를 잘 파악하여야 할 것이다.
뭇 제자들은 부자의 학문세계[道]가 드높고 깊어서 거의 따라갈 수 없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그들은 공자가 분명 꼬불쳐 두는 것이 있다고 의심하기만 하였고, 성인의 행동하고 쉬고, 말하고 침묵하는 그 모든 것이 가르침이 아닌 것이 없다는 사실은 깨닫지를 못하였다. 그러므로 부자께서 이러한 말씀으로써 제자들을 깨우쳐주신 것이다. ‘여(與)’라는 것은 더불어하면서 모든 것을 보여준다[示]는 뜻이다.
諸弟子以夫子之道高深不可幾及, 故疑其有隱, 而不知聖人作, 止, 語, 黙無非敎也, 故夫子以此言曉之. 與, 猶示也.
○ 정이천이 말하였다: “성인의 도(道)는 하늘과도 같아, 문하의 제자들이 직접 공자 밑에 와서 부닥쳐보고 발돋움을 하여 보면 그것이 얼마나 높고 먼 것인지를 그때서야 깨닫게 된다. 근본적으로 미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만 들면, 공자를 배우고자 하는 향심이 거의 태만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므로 성인의 가르침이란 항상 당신을 낮추어 그들과 더불어하기를 이와 같이 하신 것이다. 이는 단지 자질이 용렬하고 낮은 자로 하여금 힘써 생각하여 따라갈 수 있도록 하신 것일 뿐만 아니라, 재기가 고매한 자들로 하여금 감히 건너뛰어 쉽게 나아가지 못하도록 하신 것이다.”
○ 程子曰: “聖人之道猶天然, 門弟子親炙而冀及之, 然後知其高且遠也. 使誠以爲不可及, 則趨向之心不幾於怠乎? 故聖人之敎, 常俯而就之如此, 非獨使資質庸下者勉思企及, 而才氣高邁者亦不敢躐易而進也.”
여여숙(정문사선생 중의 하나)이 말하였다: “성인께서 도를 체화(體化)하심에 숨김이 없다. 저 푸른 하늘과 같이 밝게 빛난다. 지극한 가르침이 아닌 것이 없고, 항상 사람들에 다 보여주시건만, 사람들이 스스로 살피지 못할 뿐이다.”
呂氏曰: “聖人體道無隱, 與天象昭然, 莫非至敎. 常以示人, 而人自不察.”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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