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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한글역주, 술이 제칠 - 31. 함께 노래 부르는 모습에서 보는 공자의 호학정신 본문

고전/논어

논어한글역주, 술이 제칠 - 31. 함께 노래 부르는 모습에서 보는 공자의 호학정신

건방진방랑자 2021. 6. 2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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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 함께 노래 부르는 모습에서 보는 공자의 호학정신

 

 

7-31. 공자께서는 사람들과 더불어 노래를 잘 부르셨다. 그때 누군가 노래를 잘 한다고 생각되면 반드시 그로 하여금 노래를 다시 부르게 하셨다. 그리고 다 듣고 나서 또 따라 부르셨다.
7-31. 子與人歌而善, 必使反之, 而後和之.

 

아주 하찮은 일 같지만, 공자의 마음 씀새와, 그가 공부해간 열정의 역정을 리얼하게 느끼게 하는 파편이다. 옛날에는 시경의 시가 노래 아닌 것이 없었다. 한국사람처럼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민족도 세계적으로 드물다. 모이면 꼭 노래 부르라 하고, 술 먹고나면 반드시 같이 노래 부르고, 또 이차ㆍ삼차 가다보면 노래방으로 골인하기 일쑤다. 위지동이전의 기술에서부터 내려오는 조선인의 노래습관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 같다. 공자의 시대, 산동의 곡부사람 들이 모두 우리와 같았을 것이다. 그때는 신문도 없었고 라디오도 없었다. 일체 매스컴이라는 것이 없었다. 당시 사회에서 매스컴 역할을 담당한 것이 바로 노 래였다. 노래가사를 통해 정치를 풍자하고, 소식을 전하고, 백성을 교화하고, 서로간의 즐거움을 나눈다. 화민성속(化民成俗)의 가장 보편적 수단이 노래였다. 지금도 산동 곡부에 가면 저녁에 저자거리 한 모퉁이에서는 마실 나온 사람들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빵쯔시(棒子戱)’나 토속적 창()의 무대가 펼쳐지곤 한다. 공자는 노래의 달인이었다. 이 장의 과정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 먼저 공자가 사람들과 노래를 부른다.

2) 그러다가 누군가 노래를 썩 잘 부르면 그로 하여금 다시 부르게 한다.

3) 그것을 다 듣고 난 후에는 다시 한 번 그와 같이 합창한다.

 

노래를 익히는 과정의 섬세한 감정의 흐름이 묘사되고 있다. 두 번째 과정에는 노래를 잘 부르는 상대방에게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를 형성시켜주는 존경의 마음이 표시되고 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노래 부르라고 명령하는 것으로 오해되면 안 된다. 그 노래를 잘 들음으로써 배우는 자로서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노래는 반드시 속으로 따라 불러야 그 다음에 합창이 가능한 것이다. 남에게 무대의 기회를 주고, 또 그 무대를 경청하고, 또 자신이 몸소 따라하는 자세야말로 훌륭한 학인의 모범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나는 평소 강연초청에 응하지 않지만 모처럼 강연을 해보면 느끼는 것이 있다. 강연초청에도 예법이 있는 것이다. 강연초청자들 본인이 앉아서 나의 강의를 경청하지 않으면 그것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결례가 되는 것이다. 공자가 항상 말하는 호학(好學)’의 의미를 이런 장에서 깊게 깨달아야 할 것이다.

 

 

()’는 거성이다. ()’은 반복하는 것이다. 노래를 잘 부르는 자로 하여금 반드시 다시 부르게 하는 것은 그 상세함을 알아 그 좋은 점을 취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다 듣고나서 다시 따라 부르는 그 자서 것의 묘미를 습득할 수 있었던 것을 기뻐하고 그 상대방의 훌륭함을 인정해준 것이다. 이로써 성인의 기상이 은은하며, 그 성의가 지극히 간절하며, 그 겸손이 심밀(審密)하고, 타인의 장점을 가리지 않음이 이와 같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대저 사소한 하나의 일의 미묘함에 중선(衆善)이 모여있는 것을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이 장을 읽는 자는 이러한 뜻을 마땅히 자세히 음미하여야 할 것이다.

, 去聲. , 復也. 必使復歌者, 欲得其詳而取其善也. 而後和之者, 喜得其詳而與其善也. 此見聖人氣象從容, 誠意懇至, 而其謙遜審密, 不掩人善又如此. 蓋一事之微, 而衆善之集, 有不可勝旣者焉, 讀者宜詳味之.

 

 

대개 논어를 읽는 사람들이 이런 장들을 코믹하게 넘겨 버리는 오류 를 범한다. 나 스스로도 어릴 때는 그렇게 잘못 생각한 바가 있었다. 그러나 이 장의 내용은 우스개소리가 아니라 프로페셔날리즘(professionalism)의 상세한 과정을 보고하고 있는 것이다. 당대 학단의 매우 전문적인 정보를 전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현재 째즈보컬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일차적으로 동원하는 방법은 따라 부르는 것이다. 수없이 따라 부르고 반복하면서 박자와 리듬을 익히고 자기감정의 음색을 펼쳐낸다. 그리고 박자와 리듬이 자유롭게 맞아떨어지면 한없이 섬세한 신코페이션과 멜로디의 변주를 감행케 되는 것이다. 단 한 곡에도 수천 번의 반복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보컬 명인들의 소리가 재능의 소산이라기보다 일차적으로 노력의 소산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바로 이런 것들을 공자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인용

목차 / 전문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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