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중병을 앓는 공자에게 기도하길 청한 자로
7-34. 공자께서 병이 걸리셨는데 위중한 상태에 이르렀다. 자로가 하느님께 기도할 것을 청하였다. 공자께서 이에 말씀하시었다: “아프다고 하느님께 비는 그런 일도 있는가?” 7-34. 子疾病, 子路請禱. 子曰: “有諸?” 자로가 대답하여 아뢰었다: “있습니다. 그런 일이 있습니다. 뢰문(誄文)에 ‘그대를 하늘과 땅의 하느님께 기도하노라’라고 쓰여 있지요.” 子路對曰: “有之. 誄曰: 禱爾于上下神祇.”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자로야! 나는 이미 하느님께 기도하며 살아온 지가 오래되었나니라.” 子曰: “丘之禱久矣.” |
참으로 다시 한 번 공자의 인품의 깊이와 그의 종교적 심성의 심연을 느끼게 해주는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장이다. 공자가 귀로하여 애공 16년 73세로 죽을 때까지 4년 몇 개월 동안의 기간 동안 그에게 대사가 네 번 있었다. 그 정확한 연대는 모르지만 선후관계는 확실히 알 수 있다.
1. 장남 백어(伯魚)의 죽음
2. 애제자 안회顔回)의 죽음
3. 공자 자신의 대병(大病)
4. 평생의 반려 자로(子路)의 죽음
자로가 죽은 것은 애공 15년, 아마도 이것은 자로가 죽기 직전, 애공 14년 쌀 쌀한 가을쯤 스산한 북풍이 불 무렵이었을 것이다. 당시 공자의 나이 71세였다. ‘질(疾)’은 그냥 병에 걸렸다는 일반적 상태. ‘병(病)’은 중병에 이른 상태를 묘사하는 말이다. ‘유저(有諸)’는 ‘유지호(有之乎)’의 줄임말. ‘그런 일이 있는가?’ 다시 말해서 병에 걸렸다고, 병을 낫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비는 상황이 있는가? 요즈음 사람들은 자식 대학 붙게 해달라고도 비는 상황이니 공자의 감각과는 너무도 다르다. 하느님을 위해서 비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보고 나 인간을 위 해서 빌어달라고 청탁하는 것이다. 존엄한 하느님 앞에 나 인간이 서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인간적 욕망과 욕심을 위해 하느님이 무릎 꿇고 기도하고 있는 것이다. 공자의 감각으로는 대병이란 나의 실존의 책임이요, 유한한 생명의 한계 상황이다. 나의 몸의 개선을 위해, 나의 질병의 구제를 위해 하느님께 기도한다는 것은 좀 이상한 일이다.
“그런 일이 있는가[有諸]?”
안타까운 자로, 한시라도 더 사랑하는 선생 공자의 생명을 연장하고픈 자로! 그 자로는 애타게 외친다.
“있습니다. 있구말구요! 뢰(誄)에 이런 말이 있지요. 아픈 그대를 하늘의 하느님께, 땅의 하느님께 기도하노라! 얼마나 멋있습니까? 하느님이 이 기도를 들어주실 것입니다.”
뢰(誄)가 어떠한 경전인지, 어떠한 문헌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현재의 뢰(誄)란 사람이 죽은 후에 그의 공적을 열거한 문장일 뿐이다. 공자는 안타까운 자로의 표정을 무한한 연민의 정을 가지고 바라본다.
“자로야! 그러한 것이 하느님께 비는 것이라 한다면 나야말로 수없이 하느님께 빌어온 사람이다. 나는 나의 생애 한 순간도 하느님께 기도 안 해본 적이 없다. 따로 기도드릴 필요 없나니라.”
결국 공자는 기도드리지 않고 이 병석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2년을 더 살다가 자로의 죽음까지 겪은 후 세상을 떴다.
‘誄’는 구궤(九軌) 반이다. ○ ‘도(禱)’는 귀(鬼)와 신(神)에게 비는 것이다. ‘유저(有諸)’는 도대체 이러한 이치가 있는가 하고 묻는 것이다. ‘뢰(誄)’라는 것은 한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의 행적을 기술해놓은 말들이다. ‘상하(上下)’는 천지(天地)를 일컫는다. 하늘의 하느님을 신(神)이라 하고, 땅의 하느님을 기(祇)라고 한다. ‘도(禱)’라는 것을 잘못을 뉘우치고 천선(遷善: 선으로 옮겨감)하여 하느님의 도움을 비는 것이다. 그렇게 할 이치가 없으면 기도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할 이치가 있을 수 있다고 양보할지라도 성인께서는 특별히 잘못한 일도 있을 수 없고 따라서 선으로 옮겨갈 건덕지도 없으니, 그 평소의 행동이 이미 신명(神明)에 합치되어 있는 정황인 것이다. 그러므로 ‘나 구는 기도한 지 오래 되었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誄, 力軌反. ○ 禱, 謂禱於鬼神. 有諸, 問有此理否. 誄者, 哀死而述其行之辭也. 上下, 謂天地. 天曰神, 地曰祇. 禱者, 悔過遷善, 以祈神之佑也. 無其理則不必禱, 旣曰有之, 則聖人未嘗有過, 無善可遷. 其素行固已合於神明, 故曰: “丘之禱久矣.”
또한 사(士)의 상례(喪禮)에 질병에 걸리면 오사(五祀)의 신들에게 기도를 행한다【『예기』 「제법(祭法)」의 정현 주에 ‘士喪禮曰, 疾病禱於五祀’라는 말이 있으나 『의례』 「사상례」 속에는 이 말이 없다】라고 되어있지만, 이는 대저 신하 된 사람이 절박한 심정에서 스스로 그만둘 수 없어서 하는 기도일 뿐이며, 처음부터 병자 본인에게 청한 후에 기도를 드리는 것은 아니다【왕이 칠사(七祀)를 세우고, 제후가 오사(五祀)를 세우고 대부가 삼사(三祀)를 세우는 것에 관한 정현의 주이므로 신하 된 사람이 알아서 드리는 것이라는 얘기는 맞다】. 그러므로 공자가 자로를 대놓고 곧바로 거절하는 것은 딱한 일이므로, 지금 새삼 기도를 일삼아야 할 바가 없다는 의사를 내비치신 것이다.
又「士喪禮」, 疾病行禱五祀, 蓋臣子迫切之至情, 有不能自已者, 初不請於病者而後禱也. 故孔子之於子路, 不直拒之, 而但告以無所事禱之意.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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