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산과 평지 만들기로 비유한 노력의 중요성
9-18.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비유컨대 흙을 쌓아올려 산을 만든다고 하자! 열심히 쌓아올려 한 삼태기의 흙이면 산이 완성될 텐데 그것을 중지하면, 아무리 공이 많다 하더라도 그것은 내가 중지한 것이다. 비유컨대 구덩이를 메꾸어 길을 낸다고 하자! 비록 첫 한 삼태기의 흙이라도 내가 쏟아부었다면, 길이 나게 되는 것은 아직 아무리 공이 적다하더라도 그것은 내가 시작한 것이다.” 9-18. 子曰: “譬如爲山, 未成一簣, 止, 吾止也; 譬如平地, 雖覆一簣, 進, 吾往也.” |
많은 주석가들이 이 장을 매우 애매하게 해석한다. ‘위산(爲山)’과 ‘평지(平地)’가 정확하게 대칭되는 것인데 그것을 해석치 못하는 것이다. 위(爲)와 평(平)이 모두 동사이다. 위산(爲山)은 평지에 흙을 쌓아올려 산을 만드는 것이고 평지(平地)는 구덩이를 메꾸어 길을 내는 것이다.
그 대칭되는 언어는 다음과 같다.
위산(爲山) 쌓아올려 산을 만든다 |
평지(平地) 메꾸어 길을 낸다 |
성(成) 흙을 쌓아올린다 |
복(覆) 구덩이에 흙을 붓는다 |
지(止) 마지막 순간에 멈춘다 |
진(進) 첫 시작을 내가 한다 |
오지(吾止) 내가 멈춘 것이다 |
오왕(吾往) 내가 나아간 것이다 |
둘 다 모두 내 책임이다 |
공이 많다 해도 멈춘 것은 내가 멈춘 것이요, 공이 적다 해도 시작한 것은 내가 시작한 것이다. 배움의 길에 있어서 시작과 끝이 모두 내 책임이다. 시작을 격려하고 완성을 종용한 공자의 위대한 호학의 메시지이다.
신출의 정현 주는 좀 밥맛 없는 해석을 가하고 있으나 한대 사람들이 해석하는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궤(匱, 우리 판본에는 궤簣)’는 흙을 담는 그릇이다. 이것으로써 다음의 사실을 말하고 있다. 선정(善政)을 베푸는 인군(人君)이 있는데 한 삼태기를 더 이루지 아니 하고 멈추는 자가 있다고 하자! 그가 나에게 찾아와 벼슬하기를 권유해도 나 또한 멈추고 나아가지 않을 것이다. 왜 그런가? 사람의 나 태는 매일매일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匱, 盛土器也. 以言有人君爲善政者, 少未成匱而止. 雖來求我, 我止不往也. 何者? 人之懈倦日日有甚也.
‘복(覆)’은 흙을 쏟아 붓는 것이다. 이것으로써 다음의 사실을 말하고 있다. 선정을 베푸는 인군이 있는데 어제부터 구덩이를 메꾸어 길을 내기 시작하고 오늘 열심히 더 일하고 비록 미미한 시작이지만 길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하자! 그가 나에게 찾아와 벼슬하기를 권유하면 나는 그에게로 나 아갈 것이다. 왜 그런가? 군자는 작은 것을 쌓아서 높고 큰 것을 이루기 때문이다.
覆, 猶寫也. 以言有人君爲善政者, 昔時平地, 今而日益. 雖少行進. 若來 求我, 我則往矣. 何者? 君積小以成高大也.
아무리 거대한 성취라도 하루라도 노력을 게을리하고 중단하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는 것이요, 아무리 작은 시작이라도 열심히 하기만 한다면 거대한 성취를 반드시 이루어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簣’는 구위(求位) 반이다. ‘覆’은 방복(芳服) 반이다. ○ ‘궤(簣)’는 흙을 담는 삼태기이다. 『서경』 「여오(旅獒)」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아홉 길이나 되는 높은 산을 쌓아올리는 데 공이 한 삼태기라도 부족하면 모든 것이 다 무너져버린다.”
簣, 求位反. 覆, 芳服反. ○ 簣, 土籠也. 『書』曰: “爲山九仞, 功虧一簣.”
아마도 부자의 말씀은 바로 이 『서경』의 말에서 나온 것일 것이다. 산이 거의 다 이루어졌는데 단지 마지막 흙 한 삼태기가 모자란다 하더라도, 그 중지함은 내 스스로 중지했으니 내 책임이다. 구덩이를 메꾸어 길을 내는데 한 삼태기의 흙이라도 내가 먼저 부어 조금이라도 길이 나아갔다면 그것은 내가 스스로 나아간 것이니 내 공인 것이다. 대저 배우는 자는 자강불식하기만 하면 적은 것을 쌓아올려도 많은 것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중도에 그쳐버리면 아무리 전공(前功)이 크다 할지라도 다 허사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니, 그 그침과 나아감이 모두 나에게 있는 것이요, 타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夫子之言, 蓋出於此. 言山成而但少一簣, 其止者, 吾自止耳; 平地而方覆一簣, 其進者, 吾自往耳. 蓋學者自彊不息, 則積少成多; 中道而止, 則前功盡棄. 其止其往, 皆在我而不在人也.
주희의 주석이 매우 명료하다. 이 장에 대한 성백효의 번역에 약간 문 제가 있다. ‘평지(平地, 땅을 평평하게 하다)’의 뜻을 잘 새기지 못했다. ‘평(平)’이 타동사이고 ‘지(地)’가 그 목적어이다. ‘평평한 땅’이라는 뜻이 아니다.
인용
'고전 > 논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논어한글역주, 자한 제구 - 20. 학문으로 진보하되 멈추지 않았던 안회 (0) | 2021.06.27 |
---|---|
논어한글역주, 자한 제구 - 19. 공자의 말을 부지런히 실천한 안회 (0) | 2021.06.27 |
논어한글역주, 자한 제구 - 17. 여자 밝히듯 덕을 좋아하길 (0) | 2021.06.27 |
논어한글역주, 자한 제구 - 16. 공자, 물을 예찬하다 (0) | 2021.06.27 |
논어한글역주, 자한 제구 - 15. 공자에게 어렵지 않던 네 가지 일 (0) | 2021.0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