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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한글역주, 자한 제구 - 17. 여자 밝히듯 덕을 좋아하길 본문

고전/논어

논어한글역주, 자한 제구 - 17. 여자 밝히듯 덕을 좋아하길

건방진방랑자 2021. 6. 2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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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여자 밝히듯 덕을 좋아하길

 

 

9-17.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나는 덕()을 좋아하기를 아리따운 여인을 좋아하듯 하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하였다.”
9-17. 子曰: “吾未見好德如好色者也.”

 

번역은 점잖게 했으나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섹스를 좋아하는 것처럼 덕 닦기를 좋아하는 자를 아직 보지 못했다는 뜻이다. 혹은 요즈음 말로 아주 쉽게 말하자면 섹스를 좋아하듯이 공부하기를 좋아한다는 뜻이 될 것이다. 소라이(荻生徂徠)나 유보남(劉寶楠)호덕(好德)’, ‘호색(好色)’의 덕과 색을 모두 사람으로 새겨야 한다고 본다. 그러면 미인을 좋아하는 것처럼 유덕자를 좋아한다는 뜻이 된다.

 

나는 고주가 이 말의 분위기를 잘 지적했다고 생각한다.

 

 

공자 당시의 사람들이 모두 색만 밝히고 덕()에는 인색했던 그 시대적 경향성을 질책하고 계신 것이다. 그래서 이 말씀을 발한 것이다.

疾時人薄於德而厚於色, 故以發此言也.

 

 

사마천은 공자세가(孔子世家)에 이 말을 좀 야비하게 써먹었다. 남자(南子)를 만나고 난 후 세인들이 의혹의 눈길을 그에게 돌리자 공자가 점잖게 변명하는 맥락에서 이 말을 발()한 것처럼 삽입시켰다. 사마천이 드라마를 만드는 실력이 좀 모자란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똑같은 얘기가 위령공12에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아 공자가 평소 입버릇처럼 자주 뇌까렸던 말이지 그렇게 구체적인 역사적 맥락에서 한 말이 아닐 것이다.

 

이 장은 공자가 얼마나 평소에 구체적이고 비근한 사례를 들어 소탈하게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강조해서 표현하는 사람인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인간에게 있어서 색() 즉 성적 쾌감(sexual pleasure)처럼 강렬한 유혹은 없다. 프로 이드가 구상하는 모든 인간세계가 바로 이러한 범색론적 충동으로 설명되듯이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있어서 성적 쾌락처럼 본질적이며, 항존하며, 이기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강렬한 에너지는 없다. 인류의 모든 문학과 종교가 사실은 이 성적 에너지의 다양한 변용(變容)일 뿐이다. 바로 그 이드적 충동을 학문에 대한 탐구열, 배움의 희구, 덕성함양의 충만으로 대치시키고 있는데 바로 이 공자 메시지의 강렬함이 있는 것이다. 미켈란젤로가 그림과 조각에 몰두함으로써 색을 잊었다든가 하는 식의 승화(昇華, sublimation), 그 에너지 대체방식은 인간에게서는 빼어놓을 수 없는 고귀한 행동양식이다. 도마복음서은 인간에게 내재하는 색()의 충동을 사자(lion)에 비유하고 있다: ‘복되도다 사자여! 사람이 그대를 먹어삼키기에 그대는 사람이 되는도다’(7). 색의 충동은 사자가 우리에게 덮치듯이 달려든다. 그러나 우리는 그 달려드는 사자에게 먹히지 말고 오히려 그 사자를 먹어버려야 한다. 사자를 우리가 먹어버릴 수 있을 때만이 그 사자가 복된 것이다. 그 사자는 사자로서 남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자를 삼켜먹는 사람의 사람다운 행위를 공자는 호덕(好德), 호학(好學)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이 장을 강의할 때, 요즈음 학생들에게는, 결국 같은 표현이지만, 호덕이라는 이미지가 제대로 와닿질 않기 때문에, 호덕을 호학으로 바꾸어 강의한다: ‘오미견호학여호색자야(吾未見好學如好色者也).’ 나는 진실로 이 장의 말씀을 사랑한다. 진실로 내가 호색하는 것만큼 호학할 수 있을까? 그만큼 강렬하게 학문에 몰두할 수 있을까? 이 장은 색 정이 쇠퇴해버린 노인에게보다는 색정으로 어쩔 줄 몰라 하는 젊은이들에게 더욱 강렬한 함의를 던지는 메시지가 될 것이다. 이것은 공자가 말년에 어린 학생들(당시 230)을 향해 면학의 뜻으로 입버릇처럼 뇌까린 로기온 파편이 직전제자들에 의하여 전송된 것이 분명하다.

 

 

()’는 거성이다. 사현도가 말하였다: “아름다운 여색을 좋아하고, 기분나쁜 악취를 싫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내재하는 성()이다沃案. 사현도의 표현이 정확하다. 좋은 것을 좋아하고 나쁜 것을 나빠해 하는 것은 인간의 성실한 본성이다. 여색을 좋아하듯이 덕을 좋아할 수만 있다면 이 성()이 바로 호덕(好德)하는 성()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능히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문 것이 걱정일 뿐.”

, 去聲. 謝氏曰: “好好色, 惡惡臭, 誠也. 好德如好色, 斯誠好德矣, 然民鮮能之.”

 

○ 『사기(史記)』 「공자세가(孔子世家)에는 공자가 위나라에 거()할 때에, 위령공이 부인과 함께 수레에 동승하고, 그 뒤를 공자로 하여금 수레를 타고 따라오게 하면서, 시내를 거드름피우며 의기양양하게 지나갔다고 써놓고 있다. 이때 뒤따라가는 공자가 이를 수치스럽게 여겨 이 말을 한 것으로 사마천은 적어놓고 있는 것이다.

○ 『史記: “孔子居衛, 靈公與夫人同車, 使孔子爲次乘, 招搖市過之.” 孔子醜之, 故有是言.

 

 

공자세가(孔子世家)에는 이 사건 바로 앞에 공자가 남자(南子)를 사적으로 만난 사건이 기술되어 있다. 사마천은 암암리 공자와 남자 사이의 섹스 스캔들을 전제로 해 놓고 사태를 기술하고 있는 것이다. 공자가 남자와 섹스를 했는가, 안 했는가의 문제를 떠나 사마천이 자료를 구성하는 방식이 이런 대목에서는 좀 천박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공자의 이야기를 좀 재미있게 만들고 싶어하는 그의 충정은 이해가 가지만.

 

 

 

 

인용

목차 / 전문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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