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과 무신론, 그리고 무아의 종교
여기 이 4명제에 관해 정리해야 할 몇 가지 중요한 사실들이 있어요. 내가 하바드대학에서 강의할 때였습니다. 미국학생이 나에게 묻더군요?
“그럼 불교는 일종의 심리학입니까?”
나는 서슴치 않고 대답했어요.
“아~ 그렇죠. 그렇구말구요. 불교는 심리학입니다. 서양의 심리학이 불교를 제대로 못 배우는 것만이 제 한이죠.”
제가 신학대학에서 강의할 때였어요. 목사후보생인 대학원 학생이 묻더군요.
“그럼 불교는 무신론입니까? 4법인에 신에 관한 얘기가 하나도 없군요.”
나는 학생의 질문에 감동했습니다. 제 강의의 핵심포인트를 너무도 정확하게 짚어냈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그가 어떤 맥락에서 그런 질문을 했는지는 모릅니다만 추측컨대 ‘무신론(atheism)’이라는 말을 매우 부정적으로 쓴 것 같았습니다.
“아~ 내 강의를 정말 잘 들으셨군요. 그렇죠. 그렇습니다. 불교는 무신론입니다. 그러나 무신론자가 되어보지 않은 사람은 종교를 논할 수 없고, 근대정신을 논할 수 없어요. 종교가 반드시 하나님이라는 테마를 전제로 할 필요가 없어요. 하나님 없어도 인간은 종교생활을 향유할 수 있어요. 인간의 종교적 과제는 산적해 있어요.”
불교도가 하나님을 믿는다고 합시다. 4법인에 의하면 그 하나님은 반드시 ‘무아’이어야 합니다. 자기동일성 즉 자성(自性)이 없는 하나님이어야만 하죠. 이렇게 되면 이론이 매우 복잡해집니다. 사실 무신론이란 황제신론을 진실한 신론으로 바꾸어 놓은 것에 불과하죠. 4법인만큼 우주의 진리를 요약한 법인이 없어요. 간결하게 말씀드리죠.
4법인의 요체는 ‘무아(無我)’이 한마디입니다. 불교는 궁극적으로 ‘무아의 종교’입니다. 나도 무아고, 부처도 무아고, 중도 무아고, 절도 무아고, 다르마도 무아입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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