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쇼카 시대의 결집
다시 말해서 자리(自利, 자기를 이롭게 한다, 자기 개인의 구원을 추구한다. svārtha, ātma-hita)만을 추구했지 이타(利他, 타인에게 도움을 준다. parārtha, para-hita)의 결과를 초래하지 못했습니다. 불교의 원래적 의도는 자리(自利)를 통하여 이타(利他)가 도모되는, 다시 말해서 자리(自利)와 이타(利他)가 합일이 되는 경지에 있을 것입니다. 상구보리(上求菩提, 위로는 깨달음을 구함)하고 하화중생(下化衆生, 아래로는 중생을 제도한다)하는 삶을 실천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불교는 권위화되어가고 소수집단화되어갔던 것입니다.
이러한 대체적 방향성에 새로운 계기가 생겨납니다. 그 계기를 제공한 사람이 바로 전륜성왕(轉輪聖王)이라고 불리우는 마우리아왕조의 아쇼카왕(아육왕阿育王이라고 음사된다)이지요. 아쇼카(Aśoka)의 연대도 확실치 않습니다. 사실 역사적 싯달타의 생애도 아쇼카의 치세와 연동하여 추론하곤 하는데 아쇼카도 확실한 기준이 되질 못해요. 그러나 아쇼카는 역사적인 존재성이 매우 확실한 사람이고 그의 치세는 대강 BC 268~232으로 학자간에 일치를 보고 있습니다.
이 아쇼카왕이야말로 광개토대왕과 세종대왕을 합친 것과도 같은 진실로 위대한 왕이었습니다. 마우리아왕조의 개창자인 찬드라굽타 마우리아(Chandragupta Maurya)의 손자인 아쇼카는 인도역사상 최대의 온전한 제국을 형성하였습니다. 찬드라굽타는 아라비아해에서 벵갈만에 이르는 영토, 북으로는 히말라야산맥, 남으로는 데칸고원의 대부분, 서로는 카티아와르반도(kathiawar Peninsula, 사우라슈트라Saurashtra라는 별명도 있다)에서 힌두쿠쉬산맥에 이르는 거대영토를 확보하였는데 그의 손자 아쇼카는 이를 한층 확대하였습니다. 아쇼카의 제국영토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방글라데시에 이르렀고, 타밀나두(TamilNadu), 카르나타카(Karnataka), 케랄라(Kerala) 몇 지역을 제외한 인도 아대륙 전체를 휘덮었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찬드라굽타가 건설한 왕국이 바로 알렉산더대왕의 동정 이후의 사건이며, 찬드라굽타는 그리스의 군사적 지배권을 몰아내고 난다왕조를 무너뜨린 후 마우리아왕조를 창설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희랍의 찬란한 고문명이 헬레니즘의 찬란한 꽃을 피울 시기였다는 것이죠. 아쇼카왕의 치세기간은 이미 동서문명의 교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시대였어요.
불교사적으로도 아쇼카왕 시대에 많은 사건과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우선 ‘결집’이라는 게 있어요. 산스크리트어로 ‘삼기티(saṃgīti)’라고 하는데 문자 그대로 ‘같이 노래부른다’라는 뜻입니다. 비구들이 한군데 모여 붓다의 가르침을 운을 맞추어 노래로 표현합니다. 그리고 서로의 기억을 확인해가면서 합의가 되면 그것을 성전에 적어 올리는 것이죠. 참 아름다운 광경이지요. 제가 말씀드렸지만 종교는 집단적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싯달타 그 개인에게 분명 위대한 소지, 그 씨앗이 있었겠지만 진정 불교를 만들어간 것은 결집을 해나간 사람들의 노력입니다. 싯달타 입멸 직후에 왕사성 교외에서 500명의 비구(아라한)들이 모여 제1차 결집을 했습니다. 이러한 성전 편찬대회의는 교단의 통일화를 위하여 매우 필수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때의 장경이라는 것은 계율과 아함밖에는 없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율장과 경장 2장밖에는 없었던 것이죠.
그 뒤 불멸후 100주년이 되었을 때 제2차 결집이 일어났는데 이때 결집내용에 대한 이견이 일어나 정통주의적 상좌부와 진보적인 대중부가 분열되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다시 말해서 부파불교의 시대가 시작된 것입니다. 제3차 결집은 바로 아쇼카왕 때 일어났는데 이때 부파불교의 이론들이 성숙하고 아비달마(阿毘達磨, abhidharma) 즉 논장(論藏)이 성립하는 것이죠. 부파불교의 이론들이 성숙해져가는 과정이었죠. 이렇게 해서 삼장(三藏)체계의 대장경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부파불교의 시대는 불타 입멸 후 100년이 되는 시점에서 기원전후 시대에 걸치고 있다고 보면 되겠죠(불타입멸을 BC 450경으로 잡으면, BC 350~AD 10년 정도까지를 부파불교시대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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