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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필 다이어리,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질 들뢰즈[시간을 잴 수 없는 시간의 무한 탈주] - 10. 중요한 감흥을 불러일으키거나 중대한 의미를 갖는 아이온의 시간 본문

책/철학(哲學)

시네필 다이어리,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질 들뢰즈[시간을 잴 수 없는 시간의 무한 탈주] - 10. 중요한 감흥을 불러일으키거나 중대한 의미를 갖는 아이온의 시간

건방진방랑자 2021. 7. 2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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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중요한 감흥을 불러일으키거나 중대한 의미를 갖는 아이온의 시간

 

 

무한일 필요가 없는 이 시간, 단지 무한히 분할될 수만있으면 되는 이 시간은 어떤 시간일까? 그것은 바로 아이온이다. (……) 과거, 현재, 미래는 하나의 동일한 시간성의 세 부분이 아니다. 그들은 각자가 완전하고 독자적인, 또 시간에서 읽어낼 수 있는 두 측면이다. 한편으로 언제나 한계 지어지는, 원인들로서의 물체들의 활동과 이들의 혼합 상태를 측정하는 현재(크로노스)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결코 한계지어지지 않으며, 효과들로서의 비물체적 사건들을 표면에 모으는 과거와 미래(아이온)가 존재하는 것이다.

-들뢰즈, 이정우 역, 의미의 논리, 한길사, 1999, 136.

 

 

타임 리프가 마코토의 삶에 던져준 메시지는 네 맘대로 시간을 요리해보라!’는 단순명료한 계시가 아니라, 시간 자체를 한없이 낯설게 만들어 시간 속의 나를 사유해보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마코토가 그토록 엄청난 타임 리프 능력을 저토록 사소한 곳에 써먹는 이유는 그녀의 천진무구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녀가 그만큼 시간에 대한 무개념상태에 처해 있음을 암시한다.

 

 

 

 

태어나서부터 정해진 인종, 국가, 성별 따위의 기계적 정체성처럼 시간또한 그녀 자신에게 당연하고도 선험적인 초기 조건으로 세팅되어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마코토는 자신의 타임 리프로 인해 온통 똘똘 말리는주변 인물들의 상황을 바라보며 그제야 시간이란 무엇인가, 시간은 어떻게 우리의 삶을 움직이는가에 대한 진지한 사유를 난생처음 시도하게 된다. 시간이 단지 조건이나 전제가 아닌 일종의 난해한 기호처럼 사유의 재료로서 마코토 앞에 내던져진 것이다.

 

 

심리적으로 중요한 감흥을 불러일으키고 중대한 의미를 갖는 시간, 이런 시간들을 현상학적 시간, 또는 아이온(Aion)의 시간이라고 한다. 이러한 시간 안에서 시간 단위들의 선적인 연결은 중요하지 않으며, 사건의 의미들은 항상 잠재적으로 존재한다.

느림이나 한가로움, 느긋함 등은 이제 낭비와 게으름, 무능력과 동일한 것으로 비난받고 있다. ‘시간은 돈이다라는 말은 이제 속도는 돈이다라는 말로 변형되어 우리들의 발걸음과 손놀림, 눈의 움직임과 마음의 움직임을 미덕이 된 속도를 향해 몰아붙이고 있다. (……) 뭔가를 기다리며 하늘 가운데 멈추어 서 있는 매를 본 적이 있는가? (……) 날아보려 한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것이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것보다 훨씬 힘든 내공을 요한다는 것을. 떨어지는 것은 속도가 없으며, 단지 중력에 끌려갈 뿐이다. 반면 이렇게 멈추어선 매의 느림은 중력을 이기고, 관성을 이기는 어떤 절대적인 속도를 갖고 있는 것이다.

(……) 노동이나 이동, 소비, 생활 등의 모든 영역에서 절대적 속도를 갖는 것, 속도의 중력에서 벗어난 외부를 창조하는 것, 강요된 속도나 시간에 벗어난 자율적인 속도와 리듬을 갖는 것, 그리하여 자율주의적인 삶의 리듬, 일의 리듬, 사유의 리듬을 창조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낡은 시간적 형식을 변형시키는 일이며, 자율주의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형식의 시간, 새로운 리듬의 시간을 창안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진경,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 푸른숲, 2002, 7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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