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운수 좋은 날과 교육학
이번엔 교육학 공부가 징허게 하기 싫었다. 그래서 9월부터는 해야지라고 생각했다가 미루고 2주 정도를 남겨 두고 조금 하는 정도로 만족했던 것이다. 그러니 밥을 먹고 숙소에 들어와서도 교육학 때문에 엄청 스트레스가 쌓이더라. 그래서 조금 더 보다가 11시 30분쯤에 잠자리에 누웠다. 임용시험 전날에 잘 때마다 잠을 푹 자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든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뒤척이다가 깨기를 반복하게 되면 분명히 내일 시험에 영향을 미칠 테니 말이다. 그래도 최대한 늦게 자는 만큼 핸드폰으로 알람을 맞춰놓고 자리에 누웠다.
▲ 이번에 묵게 된 모텔. 환해서 공부하기 좋다.
운수 좋은 날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잠이 들었고 잠시 정신이 들었을 땐 어둠이 한가득 내린 새벽이었다. 평소에 이런 식으로 눈이 떠져 시계를 보면 4시 30분을 가리키곤 했었고 예전에 임용시험을 보던 날에도 4시 30분엔 일어났었다. 그래서 ‘4시 30분인가 보다’라고 생각하고서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는데, 세상에나 딱 5시 30분이지 않은가? 더욱이 어제 맞춰놨다고 생각한 알람은 울리지도 않았다. 핸드폰으로 알람을 처음으로 설정하다 보니 실수를 한 것이다. 알람이 울리지도 않았는데 딱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5시 30분에 눈이 떠진 것이니 그 순간이 어찌나 신기하던지.
그래서 새벽부터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는데 그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일어나 아침을 먹고 준비하고 나가면 딱 좋을 시간에 일어나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고사장까지는 걸어서 25분 정도 걸린다고 나오기에 모텔에선 7시쯤에 나가도 충분하다. 그니까 출발하기까진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있는 셈이고 이 정도면 씻고 준비하고 아침까지 여유롭게 먹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둘째는 무려 6시간이나 잠을 잤기 때문이다.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전날에 깊은 잠을 자는 건 쉽지가 않다. 뒤척이기 일쑤고 그에 따라 흐리멍덩한 상태로 시험을 보기 일쑤다. 그런데 이번엔 중간에 깨거나 뒤척이지도 않고 6시간을 푹 잔 셈이니 컨디션이 여느 때보다도 좋았다. 아마도 어제 전주역 첫 마중길을 걸어서 왔고 대전에 와서도 저녁을 먹기 전에 식당을 찾겠다며 한 시간 정도 걸었기에 나름 피곤한 나머지 푹 잘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새벽부터 컨디션도 최고이고 여유롭게 아침맞이를 하게 된 셈이니 떨리긴 해도 기분은 좋았던 것이다.
▲ 시험 때마다 먹던 아침. 라면과 김밥 한 줄. 그리고 과일.
대전의 특이점
6시 55분에 모텔에서 나와 고사장까지 걸어갔다. 춥지 않은 날이고 구름도 끼지 않은 맑은 날이다 보니 새벽의 어둠이 금세 가시더라. 상쾌하게 새벽 조깅을 하듯 학교까지 걸어갔다. 학교에 도착한 시간은 7시 15분이었는데 작년이나 재작년은 7시 30분 입실임에도 먼저 온 사람들은 먼저 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줬던 데 반해 여긴 그러지 않더라. 그래서 교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부모님과 수험생이 꽤 보였다. 코로나로 인해 입실시간에 맞춰 체크를 하고 들어가야 한단다.
▲ 작년엔 개인집 담까지 넘어가며 학교에 갔었는데 오늘은 대로만 따라가면 된다.
7시 30분이 되자마자 덧신을 신고 들어왔다. 한 번도 1층에서 시험을 본 적은 없었는데 이곳엔 고사장이 1층이 배치되었다. 한문과는 일반 응시자 41명에, 장애 응시자 2명이 있어 두 개의 반에 나누어져 시험을 봐야 했다. 첫 번째 반에 배정되었기에 교실을 잘 찾아 들어갔다. 지금껏 임용시험을 보면서 책상에 수험번호와 이름이 기입된 종이가 붙어 있지 않은 적은 없었는데 이곳은 특이하게도 책상엔 아무 것도 붙어 있지 않더라. 입실시간에 맞춰 들여보내는 거나, 책상에 아무 것도 붙어 있지 않은 거나 대전은 타시도의 고사장과는 확연히 달랐다. 어쨌든 일찍 왔으니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며 1년 만에 다시 보게 되는 시험을 준비했다.
이때가 기분이 가장 알쏭달쏭하다. 1년이란 시간 만에 다시 이곳에 왔다는 회한 같은 게 있기도 하고, 그럼에도 이곳에서 맘껏 실력을 발휘해야만 한다는 압박도 느껴지기도 한다. 말로는 형용할 수 없지만 그다지 좋지 않은 기분을 느끼며 그 시간을 버티어내는 수밖에 없다. 이곳에 오려고 1년이란 시간을 보낸 것이니 말이다.
▲ 이제 들어갑니다.
교육학, 쉽지 않네
드디어 1교시 교육학이 시작되었다. 1시간 동안 문제지에서 제시한 내용을 구상하여 논술 형태로 써내야 한다. ‘나는 글을 잘 쓴다’는 창조적 창작 덕에 장문의 글을 쓰는 건 전혀 힘들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교육학 지식을 얼마나 문제에 맞게 풀어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 올해 문제는 교육학 책에 버젓이 나오지만 그럼에도 주의 깊게 보지 않았던 이론들을 많이 물었다. 이런 상황에 당황하지 않는 게 임고생의 첫째 자세다. 모르는 게 나올 수도 있고 어려운 게 나올 수도 있다. 분명한 건 ‘내가 어렵다면 모두가 어렵고, 내가 쉽다면 모두가 쉽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주눅들 것도, 흔들릴 이유도 없다. 아는 것들을 최대한 조합해가며 답안지를 채워가면 그뿐이니 말이다. 그래서 열심히 개요도를 작성했고 그에 따라 답안지를 채워가기 시작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특성답게 순식간에 답안지를 채워갈 수 있었지만, 올해는 특히나 글씨에 더 신경을 썼다. 글씨를 못 쓴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어쨌든 사람이 채점하는 만큼 남이 알아볼 수 있게는 써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올해 그토록 공부를 게을리했던 교육학은 끝났다. 잘 봤건, 아니건 교육학 시험이 끝났다는 사실에 마음이 절로 가벼워지더라. 이제 이 가벼운 마음으로 전공에 모든 걸 쏟아부으면 된다.
▲ 이 자리에서 1년 간의 공부를 펼쳐내야 한다. 어느 정도 될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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