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책임론과 역할책임론
이런 성향들이 사회적 문제에서는 어떻게 드러날까? 우리나라의 이라크 파병 문제를 놓고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 와중에 논객들이나 정치가 사이에서 ‘도덕책임론’과 ‘역할책임론’이라는 말이 몇 번 사용되었다. 사실 필자도 그때 처음 배운 말인데, 꽤 의미 있는 용어라는 느낌이 들어서 한번 다뤄보려고 한다. 풀어쓰자면 도덕책임론이란, 어떤 행동을 결정하려 할 때 ‘도덕적으로 따지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옳으냐’를 중시하는 것이다. 반면 역할책임론은 ‘사회에서 내가 맡아야 할 역할을 고려하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으냐’를 중시하는 태도이다. 일상생활에서도 이 두 가지 태도가 서로 부딪히는 경우가 꽤 많다.
역할책임은 역할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비로소 생겨난다. 예를 들어 남편 노릇도 다 제각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역량과 아내의 요구에 따라 자기 역할을 정한다. ‘경제적 안정을 주는 것’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어 주는 것’ ‘집안을 유지하는 동료가 되어주는 것’ 등등, 수도 없이 많은 역할 가운데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하는 것이고, 아내가 원하지 않는 것은 무시한다【가끔은 그것이 진짜 아내가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내는 원하고 있는데 남편 혼자 아내가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남편이라면, 또는 아내라면 적어도 이만큼은 해야 한다는 세상의 일반화된 기준을 중시하는 사람은 자기가 크게 바라지 않는 부분이나, 상대가 크게 원하지 않는 부분도 어느 정도는 맞춰주며, 상대도 맞춰주기를 원한다.
결국 소양인이 역할책임론을 중시하게 된다. 태음인은 강한 역할책임론에는 반발하게 된다. 하지만 꼭 도덕책임론 쪽은 아니다. 도덕책임론은 소음 기운이 강한 집단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난다. 좀더 자세한 이야기는, 주관/객관 문제까지 이야기된 뒤에 정리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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