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법과 질서의 존중
1. 법을 대할 체질에 따라 받는 느낌
질서의 존중과 경시
앞장의 설명으로 사상인의 성정(性情)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도구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처음에는 직관, 감성, 감각, 사고가 각각 잘 발달된 사람이라는 내용에서 출발했고, 이어서 애노희락(哀怒喜樂)의 성(性)과 정(情)에 대한 부분들을 이야기했다. 이제 주관, 보편, 특수, 객관을 각각 중요시하는 사람들이라는 새로운 설명 방법을 하나 더 얻었다. 이 각각은 서로 동떨어진 특성들이 아니라, 서로 다 연결되어 나오는 내용들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 중에서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용어를 사용하면 될 것이다.
융 | 이제마 | 주장을 내세울 때 |
직관 | 태양 | 주관, 자신 있게 주장 |
감성 | 소양 | 보편, 강하게 주장 |
감각 | 태음 | 특수, 끈질기게 주장 |
사고 | 소음 | 객관, 집요하게 주장 |
새로운 방법을 배운 기념으로 법과 질서의 존중이 체질에 따라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를 다뤄보기로 하자. 법이란 많은 사람들이 감성적으로 동의하는 바를 정리해놓은 것이다. 따라서 법의 기본 틀을 만드는 것은 소양인이 능하고, 법을 중시하는 것도 소양인이 두드러진다. 반면 법을 세부적으로 정리하고 적용하는 능력은 소음인이 가장 뛰어나다. 보편이 확립되고 나면 그 적용에 필요한 능력은 객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관 중에는 소음인의 비율이 다른 직업보다 높게 나타난다. 또 소음인이 아니라도 법관 생활을 오래하면 어느 정도는 소음 기운을 띠게 된다.
그럼 법을 가장 우습게 아는 사람은? 역시 태음인이다. 법은 웬만해서는 각각의 특수한 상황을 다 반영시킬 수 없다는 점이 불만스러운 것이다. 결국 법이란 마지못해 지키는 귀찮은 규제일 뿐이다. 보편을 이데올로기로 취급하는 사람 이야기를 하면서 머리를 일주일씩 안 감고, 이를 사흘씩 안 닦기도 하는 사람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태음인이 아니면 보기 힘든 모습이다(물론 대부분의 태음인이 그렇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태양인은? 법이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천시(天時)가 인간 세상에 적용될 수 있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법이니까. 그런데 실제의 법은 틀린 것 투성이라고 느낀다. 그런 인식이 도를 넘으면, 게다가 천시(天時)를 얼른 얼른 파악 못하는 다른 체질에 대한 경멸감을 가지게 되면, 무리한 방법으로 법을 세우려고 든다. 그런 심리 상태에서 권력을 가지게 되면 독재로 치닫는 토대가 될 수도 있다(물론 독재로 치닫는 토대도 체질별로 각각 다 있다).
하지만 이런 경향이 실제로 범법행위를 저지르는 비율로 바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각자의 체질별로 안전판이 있고, 위험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태양인이 법이 틀렸다고 생각하더라도, 주로 이론적인 옳고 그름을 먼저 인식하고 그 영역에서 먼저 시작하니까, 이게 실제 행동에서 위법으로 나타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시간이 걸리면 결국 이런저런 제약이 많아지게 마련이다. 소양인이 법과 질서를 존중한다지만, 대중의 일반정서와 법 감각이 다르게 나타날 때는 일반정서를 따라가기 쉽다. 태음인은 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경험론적 접근이 기본자세니까, 걸리나 안 걸리나 봐가면서, 조금씩 확인해가면서 선을 넘어간다. 소음인은 자신이 법보다 우위로 인정하는 기준이 위법을 지향하면 그 길을 그냥 따라갈 수 있다. 종교적 이유의 확신범 같은 경우가 이런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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