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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 오규 소라이 - 자신의 기질에 걸맞게 살아야 한다 본문

고전/대학&학기&중용

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 오규 소라이 - 자신의 기질에 걸맞게 살아야 한다

건방진방랑자 2022. 3. 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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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기질에 걸맞게 살아야 한다

 

 

소라이는 공자를 윤리적인 완성자라기보다 좌절한 정치가에 가까운 인물로 보았습니다. 그의 논어독해가 다분히 정치철학적인 색채를 띤 것도 이와 연관이 있습니다. 소라이는 논어』 「양화(陽貨)편에 등장하는 공자의 이야기를 매우 좋아합니다. 물론 그의 정치철학적 구미에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지요. “본성은 서로 가깝지만, 습관은 서로 멀다. 오직 상지(上知)와 하우(下愚)는 옮길 수 없다[唯上知與下愚不移].”라는 구절에서 상지는 가장 지혜로운 사람을, 그리고 하우는 매우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키지요. 이에 대한 소라이의 입장을 들어보겠습니다.

 

 

공자는 또 상지(上知)와 하우(下愚)는 옮길 수 없다고 했으니, 이것은 상지와 하우를 제외한 다른 자들은 모두 선으로 옮길 수 있음을 말한다. () 사람의 성()은 만 가지로 다르니, 강하게나 유약하거나 경박하거나 중후한 것, 게으르거나 부지런하거나 활동적이거나 조용한 것 등은 변화시킬 수가 없다. 그러나 모두 선으로 옮기는 것을 자신의 성()으로 여기니, 선을 익히면 선하게 되고 악을 익히면 악하게 된다. 그러므로 성인은 사람들의 본성을 이끌어 가르침을 세우고 배워서 익히도록 하여 그들이 덕을 이루도록 했다. 강하거나 유약하거나 경박하거나 중후한 것, 게으르거나 부지런하거나 활동적이거나 조용한 것 등도 각각 그 성에 따라 다르게 되었다. 오직 하우만은 옮길 수가 없다. 변명(弁名)』 「성정재칠칙(性情才七則)

孔子又曰上知與下愚不移, 亦言其他皆善移也. () 人之性萬品, 强柔輕重, 遲疾動靜, 不可得而變矣. 然皆以善移爲其性, 習善則善, 習惡則惡. 故聖人率人之性以建敎, 俾學以習之, 及其成德也. 强柔輕重, 遲疾動靜, 亦各隨其性殊, 唯下愚不移.

공자우왈상지여하우불이, 역언기타개선이야. () 인지성만품, 강유경중, 지질동정, 불가득이변의. 연개이선이위기성, 습선즉선, 습악즉악. 고성인솔인지성이건교, 비학이습지, 급기성덕야. 강유경중, 지질동정, 역각수기성수, 유하우불이.

 

 

소라이는 지금 일종의 성삼품설(性三品說)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가장 지혜로운 상지가 있고 가장 어리석은 하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선으로 향하도록 변화시킬 수 있는 중간계층이 있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소라이의 입장은 사람의 성()을 세 종류로 나눈 성삼품설의 모양을 띠게 됩니다. 인성(人性)을 정치적으로 읽어냈던 소라이에게 상지란 최고 통치자를, 그리고 변화시킬 수 없는 하우란 일반 백성들을 의미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군주와 백성들을 제외한 중간계층만이 선()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본 그의 관점입니다. 다시 말해, 중간계층만이 성인이 만들어놓은 문명 제도인 도()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본 것이지요. 그리고 이 도를 따라서 자신의 기질에 걸맞게 살게 되었을 때, 소라이는 이러한 상태를 바로 덕을 이룬다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실 소라이는 최고 통치자, 중간계층, 일반 백성이 선천적으로 규정된 존재라고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통치자의 기질, 중간계층의 기질, 일반 백성의 기질은 결과적으로 변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바로 이 점이 소라이의 성삼품설이 지닌 난제입니다. 비록 중간계층의 사람들이 자신을 선으로 향하도록 노력할 수는 있지만, 타고난 모습 그대로의 기질을 모두 바꿀 수 있던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변한다 해도 일정한 한계가 있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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