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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 오규 소라이 - 도(道)란 고대 선왕이 창안한 것 본문

고전/대학&학기&중용

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 오규 소라이 - 도(道)란 고대 선왕이 창안한 것

건방진방랑자 2022. 3. 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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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 고대 선왕이 창안한 것

 

 

태평책에서 소라이는 성인(聖人)의 도는 천하와 국가를 다스리는 도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소라이가 여타의 신유학자들과 명확히 구별되는 지점입니다. 여러분, 유학자 정이를 기억하고 있겠지요? 그는 안자소호하학론(顔子所好何學論)을 쓰면서 신유학 이념을 정초했던 유학자입니다. 그는 누구나 배우면 성인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것은 맹자의 정신을 계승한 것이기도 합니다. 맹자는 우리의 내면에 선한 본성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든지 이 본성을 확충하기만 하면 모두 성인이 된다고 보았지요. 그런데 만약 맹자나 정이의 이야기가 옳다면, 이론적으로 볼 때 이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성인들이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이와 달리, 소라이는 성인이라는 존재는 기본적으로 천하와 국가를 다스리는 최고 통치자를 상징한다고 보았습니다. 소라이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세상에 성인은 단 한 명일 수밖에 없습니다. 성인이 많다는 것은 결국 패권을 다투는 군주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겠지요. 물론 소라이가 모든 최고 통치자를 성인이라고 여기는 것은 아닙니다. 그가 성인이라고 부르는 인물들은 고대 중국의 요임금과 순임금 같은 문명 제도의 창조자입니다. 이로써 소라이는 신유학에서 마치 초인인 것처럼 신비화했던 성인을 역사 속에 살았던 문명의 창조자로 되돌려 놓았습니다. , 이제 소라이가 성인과 그들이 만든 문명 제도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살펴보지요.

 

 

()라는 것은 포괄적인 명칭으로 예악형정(禮樂刑政)을 가리키는 것이니 모두 선왕이 세워놓은 것을 합쳐서 이름 붙인 것이다. 예악형정을 떠나서, 이른바 도라는 것은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 선왕의 도는 선왕이 만든 것이지 천지자연의 도가 아니다. 대개 선왕은 총명하고 지혜로운 덕으로 천명을 받아천하를 다스렸다. 그의 마음은 한결같이 천하를 안정시키는 것을 임무로 삼았다. 그러므로 마음의 노력을 다하고 지혜를 다하여 이러한 도를 만들어서, 천하의 후세 사람들이 이것으로 말미암아 나아가도록 했던 것이다. 이것이 어찌 천지자연이 가지고 있는 것이었겠는가! 변도3~4

道者, 統名也, 擧禮樂刑政, 凡先王所建者, 合而命之也. 非離禮樂刑政別有所謂道者也. () 先王之道, 先王所造也. 非天地自然之道也. 蓋先王以聰明叡知之德, 受天命, 王天下. 其心一以安天下爲務. 是以盡其心力, 極其知巧, 作爲是道, 使天下後世之人由是而行之. 豈天地自然有之哉! -弁道3~4

도자, 통명야, 거예악형정, 범선왕소건자, 합이명지야. 비리예악형정별유소위도자야. () 선왕지도, 선왕소조야. 비천지자연지도야. 개선왕이총명예지지덕, 수천명, 왕천하. 기심일이안천하위무. 시이진기심력, 극기지교, 작위시도, 사천하후세지인유시이행지. 기천지자연유지재!

 

 

소라이는 중국 고대의 선왕들이 만든 예악형정(禮樂刑政)을 도()라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예악이 문명이나 문화를 상징한다면, 형정은 정치적 제도를 대표합니다. 이 부분에서 중요한 점은 다음에 이어지는 소라이의 이야기입니다. 그 대목에서 우리는 그가 순자의 유학 사상을 다시 회복하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으니까요. 여러분은 순자가 주장한 두 가지 명제가 떠오르나요? 첫째는 하늘[]과 인간[]의 역량을 구별했던 순자의 자연주의적 정신입니다. 여기서 하늘이 천지자연의 객관적 질서를 의미한다면, 인간은 인간 사회의 정치 질서를 의미하지요. 순자의 두 번째 명제는 본성[]과 인위[]를 구별함으로써 예()를 창안했던 성인의 역할을 설명한 것입니다. 인간의 본성은 거칠기 때문에 성인은 예를 창안하여 거친 상태의 인간들을 세련되게 만들었다는 것이었지요. 물론 이 두 가지 명제는 구조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간에게 어찌할 수 없는 하늘의 측면이 본성을 의미한다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인간의 측면이란 곧 인위를 가리키니까요.

 

도와 성인에 대한 소라이의 견해는 구조적으로 순자의 정치철학적 통찰을 다시 한 번 부활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소라이는 선왕이 창안했던 도가 천지자연의 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인간의 영역, 즉 인간 사회와 정치 질서의 영역임을 명확히 합니다. 둘째로, 소라이는 선왕이 인간 사회의 정치적 안정을 지상의 목표로 삼았다고 강조합니다. 소라이에 따르면, 선왕은 사회의 정치적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도라는 문명 제도를 창조했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소라이의 주장은 순자가 이해했던 성인과 거의 같은 맥락의 논지라고 할 수 있지요. 순자의 성인도 사회적 혼란을 싫어해서 예의를 제정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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