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 소라이는 공자까지도 넘어섰을까
모든 유학자들이 가장 높이 평가했던 인물이며 동시에 성인(聖人)으로 추앙받았던 인물은 바로 공자입니다. 이런 공자를 부정하는 순간, 그 누구도 더 이상 유학자라고 자처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소라이에 따르면, 공자는 자신이 내세우는 선왕(先王)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인물일 수밖에 없습니다. 소라이가 말한 선왕이란 공자보다 훨씬 이전 시대의 요임금과 순임금을 가리키지요. 소라이가 볼 때 공자는 문명 제도를 새롭게 창조한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공자는 전해 내려오는 전통을 잘 살리려고 노력한 정도의 인물이지요. 더구나 공자는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펼칠 수 있는 기회도 얻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그는 문명 제도를 새롭게 창조할 수 있는 군주의 자리나 대신의 자리에 오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정치철학적이었던 순자는 공지를 최고의 성인이라고 인정했습니다. 그렇다면 공자를 좀 멀리한 소라이는 이제 공자까지도 넘어서려고 했던 것일까요? 그는 공자를 어떻게 이해했던 것일까요?
공자의 도는 선왕의 도이다. 선왕의 도는 천하를 안정시키는 도이다. 공자는 평생 동방의 주나라를 만들려고 했다. 그는 제자를 가르칠 때 그들 각각의 재질을 완성하여 장차 그들을 등용하려고 했다. 마침내 제위를 얻지 못하자 그 뒤에 그는 육경(六經)을 편수하여 전하게 되었다. 육경은 선왕의 도이다. 그러므로 최근에 선왕과 공자의 가르침이 다르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천하를 안정시키는 일은 자신을 수양하는 것을 근본으로 삼지만, 반드시 천하를 안정시키는 일을 자신이 마음 써야 할 일로 삼아야 하니, 이것이 이른바 인(仁)이다. 『변도』 2
孔子之道, 先王之道也. 先王之道, 安天下之道也. 孔子平生欲爲東周, 其敎育弟子, 使各成其材, 將以用之也. 及其終不得位, 而後脩六經以傳之, 六經卽先王之道也. 故近世有謂先王孔子其敎殊者, 非也. 安天下以修身爲本, 然必以安天下爲心, 是所謂仁也.
공자지도, 선왕지도야. 선왕지도, 안천하지도야. 공자평생욕위동주, 기교육제자, 사각성기재, 장이용지야. 급기종부득위, 이종수육경이전지, 육경즉선왕지도야. 고근세유위선왕공자유교수자, 비야. 안천하이수신위본, 연필이안천하위심, 시위소인야.
소라이는 이제 공자의 도마저도 선왕의 도에서 유래했다고 이야기합니다. 공자는 선왕의 도를 복사했던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 셈이지요. 나아가 소라이는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관계마저도 정치철학적으로 읽으려고 합니다. 다시 말해, 공자가 제자들을 키운 이유는, 자신이 권력을 잡았을 때 그들을 관료로 등용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공자의 기대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공자가 여섯 가지 경전, 즉 육경(六經)을 편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요. 정치적 기회를 잃은 공자는 이제 제자들의 교육과 관련된 일에 몰두하게 되었다고 본 것입니다. 물론 소라이는 육경을 선왕의 정치철학적인 도를 정리해놓은 문헌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육경(六經)은 『주역(周易)』ㆍ『서경(書經)』ㆍ『시경(詩經)』ㆍ『춘추(春秋)』ㆍ『예기(禮記)』ㆍ『악기(樂記)』, 이 여섯 경전을 가리키지요.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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