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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서양사, 5부 꽃 - 1장 다른 세계를 향해, 황금 알을 낳는 거위 본문

역사&절기/세계사

서양사, 5부 꽃 - 1장 다른 세계를 향해, 황금 알을 낳는 거위

건방진방랑자 2022. 1. 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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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 알을 낳는 거위

 

 

동방으로 진출한 포르투갈은 목표로 삼았던 향료 원산지와 직거래함으로써 탐험의 열매를 신속히 거두어들일 수 있었다. 이것은 엔리케 이후 포르투갈의 일관된 정책이기도 했다. 그러나 뒤늦게 시작한 덕분에 오히려 더 큰 횡재를 한 것은 에스파냐였다. 동쪽 항로를 포르투갈에 선점당한 에스파냐도 원래는 서쪽으로 가서 향료 원산지를 찾으려 했으나 그 과정에서 신대륙이라는 엄청난 열매를 얻게 된 것이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에도 한동안 에스파냐의 탐험가들은 신대륙 내부를 탐험하기보다 향료를 찾기 위한 항로를 개척하는 데 더 열을 올렸다. 그러나 곧 그들은 자신들이 이미 손에 쥔 것이 항로와 향료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닌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이어 수많은 탐험가가 신대륙으로 몰려들었다. 에스파냐 본국에서는 날마다 신대륙과 신세계에 관한 이야기가 온통 화제를 이루었다. 처음에는 향료가 없다는 데서 오는 실망감이 컸으나, 엘도라도의 소문이 퍼지면서 실망감은 큰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정작으로 에스파냐가 얻은 소득은 향료도, 황금도 아니었으며, 오히려 그런 것들보다 훨씬 큰 가치를 지니는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신대륙의 영토 자체였다.

 

졸지에 본토의 수십 배에 달하는 해외 식민지를 얻게 된 에스파냐는 이를 관리하기 위해 왕실 직속 기구를 편성했다. 처리해야 할 중요한 문제는 얼추 세 가지였다. 첫째, 식민지 통치 구조를 확립한다. 본국과의 업무 연락을 위해서도 이것은 가장 시급했다. 둘째, 탐험가와 정복자(conquistador)에게 적절한 보상을 한다. 현지에서 흘린 에스파냐 군대의 피와 땀을 보상해주지 않으면 금세 반란이라도 날 터였다. 셋째, 이교도를 개종한다. 이것은 가장 어려운 문제였지만 천천히 해나가면 되니까 시급하지는 않았다.

 

이 문제들에 대한 해법은 간단했다. 에스파냐 왕실에서는 우선 믿을 만한 인물로 식민지 총독을 파견했고, 현지의 콘키스타도르에게는 각자 정복한 영토를 관할하게 했다. 또한 정복지마다 교회를 짓게 하고 사제들을 대거 파견했다. 이렇게 해서 세 가지 문제는 모두 쉽게 해결되었다. , 에스파냐 입장에서의 해결일 뿐이었다.

 

정복 과정에서 살아남은 원주민들은 즉각 강제 노동에 동원되었다. 자기 영토에서 전권을 움켜쥐게 된 콘키스타도르는 그 토지에 살던 원주민들을 노예로 만들었다. 그들로서는 본국에 세금도 내야 하고 이익도 거두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그동안 들인 본전을 뽑아야 했다. 정복 과정에 들어간 경비는 대부분 자비였던 것이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남아메리카의 대농장들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들이 본전을 뽑는 데 그치지 않고 이내 막대한 수익을 올리자 에스파냐 본국에서는 점차 탐험과 상관없는 일반 사람들도 신세계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건달들이 여전히 많았지만, 개중에는 선교사와 법관 등 관리 경험을 가진 자들도 있었고, 토지를 얻으려는 빈민들의 순수한이주도 있었다. 그들이 원주민 여성들을 함부로 대한 것은 후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크나큰 결과를 빚었다. 이로 인해 메스티소(mestizo)라는 전혀 새로운 인종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백인과 아메리카 원주민의 혼혈인 메스티소는 그 무렵에 생겨나 현재까지 라틴아메리카의 최대 인구를 형성하고 있다(메스디소는 생물학적인 기준에서의 인종 구분은 아니다)1519년 베라크루스를 정복했을 당시 코르테스는 원주민 여자 노예와 결혼했는데, 이것은 장차 중남미에 메스티소가 생성되는 계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에스파냐의 군인들은 원주민 여성들을 닥치는 대로 강간했고, 마음에 들면 첩실로 삼았다. 겨우 500년 만에 메스티소가 중남미 최대의 인구로 자리 잡은 데는 그들의 활약이 컸다. 이렇게 라틴 계통의 백인이 아메리카 원주민과 대량으로 혼혈을 이룬 데 비해 후대에 이주하게 되는 게르만 계통의 백인(영국, 프랑스)은 좋은 대조를 보인다. 그들은 현지 주민들과 결혼하거나 성적으로 관계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이런 차이를 낳은 원인은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북아메리카의 경우에는 비교적 도덕적인 청교도들을 중심으로 이주가 이루어졌다(나중에는 이것도 무너졌지만). 둘째, 가족 단위로 이주했기 때문에 군인들이 위주인 에스파냐와는 달랐다. 셋째, 중남미에 비해 북아메리카에는 처음부터 원주민 인구가 적었다. 또한 에스파냐인들이 성적으로 타락한 것은 당시 에스파냐를 지배했던 로마 가톨릭 교회의 타락을 간접적으로 말해주는 측면도 있다. 이는 종교개혁의 주요한 원인이기도 했다.

 

포르투갈은 동남아시아의 섬들을 영토화하는 데 그쳤지만(일본에 최초로 간 서양인도 포르투갈인이었다), 에스파냐는 광활한 영토와 노동력을 한꺼번에 획득했다. 신대륙에는 황금과 땅과 노예와 여자가 있었다. 에스파냐 사람들(특히 남자)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서유럽의 후진국 에스파냐는 이것을 밑천으로 일약 국제적인 신분 상승을 이루게 된다. 특히 엘도라도 까지는 아니어도 멕시코와 칠레에서 다량으로 발견된 은광과 금광은 에스파냐의 경제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현금을 땅에서 캐내는 셈이니까 이탈리아 상인들이 지중해 무역에서 올리는 이득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에스파냐로 흘러드는 금과 은은 서유럽 경제 전체를 쥐고 흔들 정도였다. 뒤늦게 신세계의 위력을 깨달은 서유럽의 전통적 강국들이 여기에 주목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당시 서유럽인들은 미처 실감하지 못했겠지만 그들이 신대륙에서 얻은 보물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유럽만이 아니라 구세계 전체가 신세계 덕분에 누리게 된 혜택이었다. 오랫동안 구세계와 독립된 역사를 가져왔기에, 신세계 원주민들은 구세계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작물들을 재배하고 있었다. 바로 옥수수와 감자, 강낭콩, 호박, 면화, 토마토 등이었다. 이 작물들은 단순히 식탁을 풍요롭게 한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구세계, 특히 유럽에 만연한 빈민의 기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물론 초콜릿처럼 식탁을 풍요롭게 하는 작물도 있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해야 할까? 만병의 근원이라는 담배도 신세계가 원산지였다그래서 오늘날 서양의 인류학자들은 담배를 홍인종의 복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양인들에게 땅을 빼앗긴 데 대한 앙갚음으로 원주민들이 그들에게 담배를 전래했다는 이야기다. 물론 정복자들이 담배를 적극적으로 수입했으므로 복수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지만.

 

 

에스파냐의 잔혹극 포르투갈은 신세계로부터 무역 이득만 얻어내려 했으나 에스파냐는 신대륙에서 엄청난 땅과 보물과 노동력을 확보했다. 그런 만큼 포르투갈과 달리 에스파냐는 평화적인 방식으로 신대륙을 경영할 의도가 없었다. 그림은 에스파냐 병사들이 반항하는 원주민들을 본보기로 살육하는 장면인데, 로마 시대부터 투견으로 기르던 사나운 마스티프 개가 학살에 이용되었다.

 

 

인용

목차

한국사 / 동양사

신앙과 양념

땅따먹기 게임

문명의 얼굴을 한 야만

황금 알을 낳는 거위

정복의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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