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우스의 예수인간론
당시 알렉산드리아에서 대중에게 감화를 주면서 기독교의 신앙분위기를 쇄신하고 선풍을 일으켰던 아리우스의 주장 가운데,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아리우스가 끝내 한치도 양보하지 않은 테마가 곧 ‘예수는 인간일 뿐이다’하는 것이었다. 이 말 한마디 때문에 오늘까지도 아리우스는 흉악한 이단자로 취급되고 파문과 저주의 대상이 되었고 기독교의 정통사상과 타협하기 어려운 요소가 내포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것은 당시 개명하고도 고상한 알렉산드리아 초기기독교도들의 리버럴한 사상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대변한 사상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아리우스 사상이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직접 중재가 필요할 정도로 문제시되었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아리우스는 당시 로마세계 전 기독교인들의 존경받는 지적 거물이었고 일반 신앙인들의 우상이었다.
‘예수는 사람일 뿐이고 하나님일 수 없다’라는 주장은 진실로 이단사상처럼 들린다. 그리고 예수를 격하시키는 발언처럼 들린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주장이 과연 어떠한 의미맥락에서 논파되었는지에 관한 아무런 탐색이 없이 그냥 이단으로 몰아치는 것은 매우 몰상식한 태도다. 사실 우리는 아리우스에 관하여 보다 동정적으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는 정확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그는 결국 이단으로 몰렸고 따라서 그에 관한 자료들이 모두 파기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역사에 남은 문헌들은 모두 그의 반대파의 입장에서 서술된 것이다. 이단이 된다는 것은 이처럼 서글픈 것이다.
그런데 당대의 논쟁을 살펴보아도 아리우스의 논점은 결코 반기독(Anti-Christ) 혹은 반기독교적인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의 강조점은 ‘예수의 사람됨’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절대유일성’에 있었던 것이다. 하나님이 절대유일하다는 것은 창조(생산)될 수 없다는 것(agennētos, ‘underived,’ ‘ungenerated’)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것은 어느 타자로부터 유래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시ㆍ공을 초월하는 것이며, 시ㆍ공의 변화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시ㆍ공의 변화를 창조할 수는 있으되, 시ㆍ공의 변화로부터 창조되거나 생산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예수는 분명 수육(受肉)된 존재이며, 시ㆍ공 속에서 걸어 다니는 변화의 존재이다. 사람들과 같이 말하며 느끼며 같이 먹고 마시며 같이 울고 웃는다. 예수가 사람 되었다는 것은 분명 아버지가 아들을 생산하듯이 생산되었다(gennētos, ‘begotten’)는 것을 의미한다.
복음서가 그리고 있는 예수는 분명 우리군중들의 삶 속에서 살아 움직인 변화의 주체이다. 만약 이러한 변화의 주체이며 인간의 형상을 한 인격의 주체를 또 하나의 완벽한 하나님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유일절대신(monotheism)을 신앙하는 기독교원리에 어긋난다. 그것은 신을 둘 인정하는 것이며 그렇게 되면 기독교는 그리스-로마전통에서 신봉되고 있는 것과도 같은 다신론(polytheism)의 한 형태가 되어버린다고 아리우스는 주장했다. 성부와 성자의 관계에 있어서 오직 성부(Godhead, the Father)만이 유일 절대의 하나님이며, 성자(the Son)는 결코 성부와 동일한 동격의 신성을 가질 수는 없다고 보았다. 성자는 성부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다.
알렉산드리아 출신의 대선배 신학자 오리겐(Origen, c. 185~c. 254)도 이러한 종속론(subordinationism)을 발표한 바 있었다. 아리우스는 자기의 상관인 알렉산드리아의 주교 알렉산더가 두 개의 하나님, 두 개의 ‘창조되지 않은 자’를 가르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인용
'고전 > 성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독교 성서의 이해, 제5장 삼위일체 논쟁 - 호모우시온 (0) | 2022.02.28 |
---|---|
기독교 성서의 이해, 제5장 삼위일체 논쟁 - 가현설의 위험성 (0) | 2022.02.28 |
기독교 성서의 이해, 제5장 삼위일체 논쟁 - 네오플라토니즘 (0) | 2022.02.28 |
기독교 성서의 이해, 제5장 삼위일체 논쟁 - 알렉산드리아의 아리우스 (0) | 2022.02.28 |
기독교 성서의 이해, 제5장 삼위일체 논쟁 - 어두운 중세기의 시작 (0) | 2022.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