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은 낭송된 것이다
마가복음은 그것이 독서용의 문헌이 아니라 초대교회에 던진 판소리의 사설과도 같은 것이다. 마가복음은 케릭스에 의하여 대중들에게 낭송되었던 것이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복음의 시작이라”로 시작되어 “선지자 이사야의 글에 ‘보라 내가 내 사자를 네 앞에 보내노니 저가 네 길을 예비하리라. 광야에 외치는 자의 소리가 있어 가로되 너희는 주의 길을 예비하라 그의 첩경을 평탄케 하라’ 기록된 것과 같이”로 이어지는데 아마도 구약(70인역 이사야 40:3)의 인용구는 노래 챈팅으로 낭독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여자들이 심히놀라 떨며나와 무덤에서 도망하고 무서워하여 아무에게 아무말도 하지못하더라’로 끝났을 때, 아마도 이 복음판소리가 준 감동은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그 이전의 어떠한 단편적 케리그마(kerygma, κῆρυγμα)도 노릴 수 없었던 장대한 케리그마의 감동이 초대교회 장막 안에 울려퍼졌을 것이다. 요한 세바스티안 바하의 장엄한 『마태 수난곡』(St. Mattew Passion, 1729년 초연)보다 몇 천 배 더 짙은 감동으로 초대교회 사람들의 심령을 울렸을 것이다. 마가복음이 낭독된 것이라는 사실은 마가복음 자체의 기록으로도 입증된다. 마가복음 13장 14절에 보면 괄호 속에 재미있는 구문이 하나 삽입되어 있다.
멸망의 가증한 것이 서지 못할 곳에 선 것을 보거든(읽는 자는 깨달을진저) 그 때에 유대에 있는 자들은 산으로 도망할지어다.
어리석은 대부분의 주석가들이 여기 ‘읽는 자’(the reader)의 뜻을 깨닫지 못하고 현재 복음서를 읽고 있는 우리들을 향한 말인 것처럼 해석하고 있다. 여기서 ‘읽는 자’는 이 복음서를 대중에게 낭송하고 있는 낭독자이다. 이것은 마치 악보에 연주자들에게 템포나 분위기를 지시하기 위하여 라르고(느리고 폭넓게), 알레그로(빠르고 유쾌하게)니, 아모로소(사랑스럽게), 델리카토(섬세하게), 에로이코(영웅적으로), 돌체(부드럽고 아름답게)니 하고 써놓는 것과 비슷한 싸인이며 낭독되는 부분이 아니다. 아마도 이런 삽입구가 많이 있었을 것인데 이 부분에만 우연히 그 잔재가 남아있는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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