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장 이집트인들의 종교관념
주혈흡충
나는 1990년 12월부터 그 이듬해 1월에 걸쳐 아프리카대륙을 대우 김우중 회장단과 여행한 적이 있다. 화이트 나일과 블루 나일이 카르툼에서 만나 낫세르 호수로 들어가고 그곳 아스완 댐에서 신 아문의 도시 룩소르, 왕들의 계곡, 나그 함마디를 거쳐 카이로, 알렉산드리아까지 뻗쳐있는 나일강 상공을 김회장의 전세기를 타고 유유히 날아가 본 적이 있다. 어여쁜 불란서 스튜어디스가 시중을 드는 가운데 라면을 끓여먹으며 머리를 맞대고 인류문명의 대세를 논했다.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 김우중 회장님은 영어(囹圄)의 몸이 되어 한기(寒氣)에도 일신(一身)의 편안함조차도 구할 수 없는 처지이고 보니 내 가슴이 쓰리고 송구스러울 뿐이다.
이 나일강 지역을 생각하면 한의과대학생시절에 소진탁(蘇鎭琸) 선생님의 기생충학 수업시간에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 지역에는 주혈흡충(Schistosoma)이라는 무서운 기생충이 있는데 강물에 몸을 담그기만 해도 피부를 뚫고 들어가 직장, 생식기에 분포된 정맥내에 기생하여 혈뇨(血尿), 농뇨(農尿), 점혈변을 일으킨다. 그리고 간이 붓고 복수가 차기도 한다. 그런데 아스완 댐을 만들기 전에는 나일강이 주기적으로 범람했다가 말라버리곤 하기 때문에 물속에 사는 충란이나 미라시듐(miracidium, 幼生), 세르카리아(cercaria, 有尾幼虫)가 모두 죽어버렸는데 댐을 만든 후로 상존 번식하여 감염환자가 급증하였을 뿐 아니라, 그 물을 수돗물로 공급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국민의 80% 이상이 주혈흡충에 감염되어 환자가 많았다고 한다.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도 이집트 군대가 힘을 못 쓴 이유 중의 하나가 장병들에게 이 주혈흡충의 감염이 심하여 체력과 사기의 전반적 저하가 일어났기 때문이라 했다.
하여튼 대자연은 인간의 편의에 따라 함부로 조작하면 반드시 그 폐해가 있다. 우리나라도 새만금이니 경부대운하니 하는 책략이 우리 문명과 인간의 복지를 위하여 과연 꼭 필요한 방식의 사업인가 하는 것은 숙고에 숙고를 요하는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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