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번을 풀어 둘둘 말다
알리는 순간 진(jinn)에 대한 공포감도 있었지만 또 들은 바가 있었거니, 이런 항아리 속에는 금이 가득 들어있을 수도 있다는 탐욕스러운 생각이 갑자기 엄습해온 것이다. 순간 이 무지스러운 인간은 곡괭이를 번쩍들어 항아리를 산산조각 내버렸다. 1578년만에 로마가톨릭의 정경화작업으로 억눌려 암흑 속으로 사라져버린 인류의 지혜가 다시 한번 빛을 보게 되는 그 역사적 순간이었다. 그 순간 그 항아리에는 정말 금이 가득차있었다. 아마도 코우덱스에 입힌 금박이 햇빛에 반사되었거나 그 금가루가 하늘로 날아가는 몇 조각의 환상적 찬란함이 확대되어 느껴졌을 것이다. 모두가 너무 실망하고 말았다.
그 항아리 속에는 13개의 코우덱스가 들어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코우덱스(codex)라는 것은 파피루스를 제본한 것이다. 그러니까 앞뒤로 써서 한 쪽을 묶은, 우리가 생각하는 책의 개념과 동일한 형태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가죽으로 포장되어 가죽끈으로 묶인다. 이 한 포장을 하나의 코우덱스라고 하는 데 이 한 코우덱스 속에는 많은 책이 들어갈 수 있다. 옛날 책의 길이가 그렇게 길지 않으니까 대강 4ㆍ5편의 책(논문)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까 13개의 코우덱스에는 5ㆍ60권의 책이 들어있는 셈이다. 이것만 해도 성서 27서보다는 많은 분량이다.
이 13개의 코우덱스가 그 뒤로 기구한 운명에 의해 훼손된 부분도 있고 하지만 지금 52서가 현존하고 있다. 이 코우덱스는 인류사상 출토된 최고(最古)의 것이다. 순간 또 무식한 촌놈이 의리는 있는지라 뭐 근사한 항아리에서 나온 골동품이라는 생각은 들어, 자기 혼자 처먹으면 뒤탈이 있으리라는 생각에 짝짝 찢어 7명 모두에 나누어 주었다. 이때도 상당 부분에 훼손이 가고 낙장이 생기는 등 유실된 것도 있었다. 이때 만약 이 아이들이 7등분하여 나누어 가지고 갔더라면 16세기 동안을 기다려온 지혜의 빛이 영영 자취를 감추어버리고 말았을 수도 있다.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그런데 꼬마들 입장에서 보자면 그 놈의 넝마꾸러미처럼 보이는 파피루스를 가지고 가봤자 담배 개피 살 돈도 안 될 것 같고, 또 번쩍이는 금덩어리가 아닌 바에야, 공연히 부정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모두 다시 알리에게 돌려주었다. 알리가 그들에게 나누어 주는 품새도 좀 위협적인 냄새도 들었고…… 시무룩하게들 내주는 코우덱스를 다시 모아서 알리는 머리에 쓴 터번을 풀어 둘둘 말아 등에 매고 어깨를 둘러 가슴에 점맸다. 우리 어릴 때 가방 없는 시골아이들이 애기 기저귀 같은 것으로 책을 허리에 매듯이…… 어깨에 코우덱스를 둘치고 낙타 타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20리길의 여정 속에서 알리는 코우텍스를 가지고 돈벌 궁리를 하고 있었을까? 아니다! 그의 머릿속에는 바로 지난 5월달에 억울하게 돌아가신(경찰 기록, 5월 7일 사망) 아버지에 대한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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