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과의 대화
자아! 이제 싯달타는 어떻게 되었을까? 오른편에서 풀을 베고 있던 아동은 싯달타에게서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에서 서있었다. 그가 들고 있었던 풀은 푸른빛이 감도는 짙은 초록색에, 공작새의 꼬리와도 같이 부드럽고 연하여 그 사랑스럽기가 마치 카칠린다까(迦尸迦衣)새의 깃털로 만든 아름다운 비단결과도 같았다. 그 풍겨 나오는 그윽한 향기가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감돌면서 자오록하였다. 그 미묘한 풀을 들고 있는 아동에게 싯달타는 다가갔다.
“그대의 이름이 무엇이뇨?”
“저의 이름은 길상(吉祥)이외다.”
“그것 참 신묘롭구나! 나 자신 길상함을 얻으러 여기까지 왔는데, 그 길상함을 여기 그대로부터 얻는 것 같구나, 이름이 길상인 그대가 내 앞에 섰으니 이제 나는 틀림없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 anuttarā samyak-saṃbodhi)를 증득하리로다.”
그때 이 길상이 무어라 말하는데 천상에서 들려오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맑고 깨끗한 칼라빙카(迦陵頻伽) 새소리와도 같았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그대여! 나에게 그 청정한 풀을 줄 수 있느뇨?”
이렇게 해서 싯달타는 길상에게서 얻은 풀로 자리를 엮은 후, 나무줄기를 등에 대고 동쪽을 향해 앉았다. 그리고 백 개의 벼락이 한꺼번에 떨어져도 부스러지거나 움찔하지도 않을 자세로 가부좌를 틀었다. 그리고 싯달타는 포효한다【『方廣大莊嚴經』 卷第八, 「詣菩提場品」 第十九, 『大正』 3-588.】.
我今若不證 無上大菩提 | 내 지금으로부터 이 자리에서 무상의 큰 지혜를 얻지 않으면 |
寧可碎是身 終不起此座 | 이 몸이 다 마르고 부서지더라도 결단코 이 가부좌를 풀지 않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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