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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굴뚝청소부, 제2부 유명론과 경험주의: 근대철학의 동요와 위기 - 4. 흄 : 근대철학의 극한, 근대철학의 전복 본문

책/철학(哲學)

철학과 굴뚝청소부, 제2부 유명론과 경험주의: 근대철학의 동요와 위기 - 4. 흄 : 근대철학의 극한, 근대철학의 전복

건방진방랑자 2022. 3. 2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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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철학의 전복

 

 

위에서 본 것처럼 흄은 근대철학의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진리혹은 과학의 불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나아가 좀더 근본적으로 근대철학의 입지점인 주체자체가 결코 안정적이거나 자명한 것이 아님을 또한 보여주었습니다. 근대의 과학주의는 물론, 주체철학 자체가 어떤 근본적 곤란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는 근대적인 문제설정이 안고 있었던 딜레마를 폭발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근대철학의 극한이요 한계지점이었습니다. 이로써 근대적 문제설정은 해체되며, 근대철학의 위기라는 사태가 초래됩니다. 그래서 그 이후의 대다수 철학자가 이 위기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노력을 하게 되고, 이것이 그 이후의 근대철학을 새롭게 발전시키게 됩니다.

 

어쨌든 흄의 주장은 모든 것을 의심하는, 급기야 생각하는 나’(정신, 주체)까지도 의심하는 극단적인 회의주의였습니다. 이같은 흄의 회의주의는 한계선에 선 근대철학의 다른 이름이었고, 그러한 의미에서 흄은 근대철학의 한계인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근대적 문제설정의 한계 안에 있었습니다. 처음에 본 것처럼, 그는 인간에 대한 과학을 구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고, 참된 지식ㆍ확실한 지식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엄밀하게 검토하다 보니 인과적인 과학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었지요. 그런 점에서 흄의 문제설정 자체는 근대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이 얘기할 수 있습니다. 흄은 근대철학의 문제설정에서 출발해, 유명론적 사고의 해체 효과를 그 내부에서 최대한 작동 시킨 것이며, 그 결과 근대철학의 한계선에 도달한 것입니다. 그 한계선이란 출발점과 이어져 있는 것인데, 결국은 한 바퀴의 원을 그리면서 출발점에 다시 도착한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서 출발점 자체를 근대철학의 내부로부터 해체시켜 버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근대의 한계 안에 있던 흄으로서는 그 자신이 드러낸 근대철학 자체의 근본적 딜레마 앞에서 당혹해 하고 난감해 합니다. 인성론의 결론에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선택지는 잘못된 이성, 아니면 무이성뿐이다. 나로서는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일반적인 이성이 할 수 있는, 즉 이러한 난관이 거의, 아니 전혀 주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뿐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말의 두 페이지쯤 뒤에서 인간의 동일성, 나라는 주체의 동일성에 대한 견해를 엄밀히 검토한 결과, 나는 완전히 미궁에 빠져서 어떻게 그 견해들을 수정해야 할지 또 어떻게 그것들을 일관되게 만들 수 있을지 솔직히 알 수 없다고 하면서 자신의 책을 끝내고 있습니다.

 

 

안동 하회별신굿탈놀이의 하회탈

가면(假面)은 글자처럼 가짜 얼굴이 아니다. 아프리카나 이른바 원시부족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그들은 영양의 가면을 쓰면 정말 영양의 신체가 되어 움직이고, 영양의 느낌, 영양의 감응(affect)을 주며 춤을 춘다. 그런 식으로 가면은 그들을 동물이 되게 하고, 다른 신체를 생성하게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가면의 용법을 잘 모른다. 거꾸로 가면을 진짜 얼굴’(이게 사실은 하나의 가면인데)을 가리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를 잘 안다. 가면무도회, 거기서 사람들은 가면의 얼굴대로 춤추지 않으며, 가면이 담고 있는 감정과 감응을 표현하지 않는다. 그들은 다만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가리기 위해 가면을 쓴다. 가면이 가짜 얼굴이 되는 것은 바로 이때다. 그러나 혹시 그 경우에도 가면은 자신의 얼굴을 가리려는 욕망을 음각으로 드러내는 건 아닐까? 마치 자신의 마음을 감추기 위해 자신의 표정을 지우는 도박장의 포커 페이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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