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닫는 글: 트위스트 교육학에 담긴 건빵의 세 가지 도전
트위스트 교육학 여는 글에 ‘아마도 이 강의를 듣고 남기는 기록들은 강의 내용과 내가 어떤 동작으로 트위스트를 췄는지에 대한 것일 거다. 그게 때론 물 흐르듯 경쾌한 동작일 수도 있고, 때론 스텝이 꼬여 흐름이 끊긴 어색한 동작일 수도 있다.’라고 쓰며, 트위스트 교육학을 듣는 각오를 밝혔다.
그 글을 쓴 지 46일 만에 드디어 그렇게 바라고 또 기다리던 닫는 글을 쓰게 됐다. 과연 나는 어떤 스텝을 밟으며 강의 내용과 함께 트위스트를 춘 것일까?
▲ 매주 월요일마다 강의가 열려 총 다섯 번 진행됐다.
일상을 서술하기
소감을 말하기 전에 트위스트 교육학 후기는 나에겐 두 가지 의미로 도전이었다는 것을 먼저 밝혀야겠다.
첫 번째 도전은 ‘특별한 일만 남겨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일상적인 얘기도 후기로 쓰게 됐다는 점이다.
예전부터 글을 써오지 않은 건 아니지만, 부담되는 내용일 땐 쓰지 않았으며, 쓴다 해도 한 편으로 짧게 쓰는 정도였다. 그렇게 한 데엔 특별한 일만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별하여 누구에게나 의미 있는 내용으로 기억될 정도의 사건이 아니면, 굳이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일상은 반복된다. 그러니 지겹고 아무런 감흥조차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그걸 쓰면 자질구레하게 반복적인 어구로 써나가는 일기와 하등 다를 게 없다. 일기는 숙제로나 쓰는 글이기에 심지어는 나조차도 보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일상적인 사건이라면 아예 쓰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동섭쌤이 예전부터 주구장창 말했다시피 ‘기술이 곧 처방이다’라는 말로 서술하는 것만으로도 현실을 드러낼 수 있고, 일상에서 ‘ㄹ’을 빼서 이상하게 보이게 할 수 있다. 그러려면 좀 더 일상에 밀착하여 들여다보고 그 생각을 정리해나가는 과정들이 필요하다. 그건 더 이상 일기의 자질구레함이 아닌, 일상의 자세한 묘사(이게 바로 김영민 선생이 말한 ‘섬세의 정신’이다)이니 말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게 된 후엔 학교에서 여행을 갔던 이야기, 도배했던 이야기, 이사했던 이야기 등과 같이 일상적인 일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처럼 이번에도 강의의 내용에 나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버무려 담아내기로 했다.
▲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예전엔 안 쓸 도배했던 이야기를 썼으니 말이다. 그렇게 나도 나간다.
부담은 내려놓고 그 당시를 기록하기
두 번째 도전은 ‘대충 쓴 글은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담담히 나의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는 점이다.
심혈을 기울여 쓴 글은 함께 본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이기에 당연히 공개하지만, 그렇지 않은 글은 쓸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냥 의식의 흐름을 따라 편안하게 써지는 글들은 공공성도 없으며 생각할 거리도 없기 때문에 값어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생각의 밑바탕엔 ‘잘 쓴 글 / 못 쓴 글’이란 판단 기준이 있고, 그 기준에 따라 합당할 때만 글을 쓰겠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그건 또 달리 말하면, ‘잘 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무척 애를 써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당연하지만 이런 생각이 강하면 강할수록 글에 대한 부담감은 커지기에 손조차 대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의미를 담아 심혈을 기울여 써야 한다고 생각하니, 쓰기 전부터 ‘과연 내가 그런 글을 쓸 수나 있나?’하는 생각이 나를 짓누르며 모든 생각을 가로막았던 것이다. 그러니 부담을 심하게 느낀 채 아무 것도 쓰지 못하고 개인적인 기록조차 남기지 못하고 깡끄리 잊어버린 적이 얼마던가.
그러다 보니 많은 경험을 했고 많은 생각을 했음에도 아무 것도 남기지 못했다. 2012년에 있었던 우치다쌤의 첫 강연, LEEL에서 들은 나카자마쌤의 강연, 2013년에 에듀니티에서 들은 모로 유지의 강연 등은 기억의 저편으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아마 이런 경우를 일컬어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다’라 할 수 있을 텐데, 시간이 지난 다음에 사진만 보고 있으니 너무나 아쉽고 아깝게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잘 쓴다 / 못 쓴다’의 이분법적인 판단 기준에서 벗어나 그때 당시에 강의를 들으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 써보기로 한 것이다.
▲ 2013년에 에듀니티에서 있었던 강연. 하지만 쓰지 못한 후기이니, 그 때 무슨 말이 있었는지 알 수도 없다.
정해진 시간 안에 완성하기
세 번째 도전은 5주 동안 쉴 새 없이 진행되는 강의를 듣고, 그 기간 동안 긴장을 풀지 않고 써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강의 후기들은 2~3시간으로 진행되는 특별강의 한 편을 듣고 와서 남기는 정도였다. 최초로 남긴 후기는 윤구병 쌤의 ‘아이들이 놀아야 나라가 산다’는 전혀 윤구병스럽지 않은 주제의 후기였는데, 첫 후기답게 생각만을 짧게 담는 정도였다. 그 후에 단재학교에서 근무하며 강의를 많이 듣게 됐고 그에 따라 후기를 쓸 기회도 많아졌다. 그런데 그때도 한 편을 넘기진 못했다. 그렇게 간단하게 써지던 후기는 작년 우치다쌤의 전주-제주 강연의 노검파일을 듣고 후기를 남기게 되면서 일대변혁이 일어났다. 전주 강연은 12편으로 후기를 쓸 수 있었고, 제주 강연은 무려 16편의 후기를 쓸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때 이후로 다른 강의를 듣고 후기를 쓰더라도 짧게는 3편에서 6편까지 후기를 남기게 되었다. 아마도 이런 식으로 강의 후기를 남기는 것에 자신감도 생기고 탄력도 받다보니, 이번에도 ‘연강이면 어쩌랴, 그걸 모두 남기면 그 뿐인 것을’이라는 ‘자뻑’스런 계획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 전주와 제주 강의 후기를 쓰며 강의 후기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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