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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군대 수양록, 이등병 - 01.06.03 일상이 파괴된다는 것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군대 수양록, 이등병 - 01.06.03 일상이 파괴된다는 것

건방진방랑자 2022. 6. 2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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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파괴된다는 것

 

0163() 더움

 

 

일상성은 늘 똑같은 생활의 반복이기 때문에 지루함과 짜증스러움을 유발한다. 하지만 그런 일상적인 행복은 그런 일상성이 깨진 다음에야 느껴지게 되니 얼마나 불행한 일일까!

 

이번 한 주간은 유독 비가 많이 내렸다. 한 번은 깨잘깨잘 내리는 비 때문에 근무 서는 일상성에 큰 타격을 가한 적이 있었고 또 한 번은 투입 전에 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들입다 퍼부어대길래 우리의 근무에 대한 일상성(그저 맑은 날 밤공기를 가르며 근무 섰던 일상성)이 너무도 그립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곧 그치게 되었으니 군장 검사 전에 그치게 되어 얼마나 다행이던지.

 

날씨가 맑은 가운데 근무를 선다는 건, 늘 그렇게 근무를 서 왔기에 아주 지루한 일상의 한 단면일 뿐이다. 하지만 비가 와서 그런 일상이 깨지고 새로운 현실이 펼쳐진다는 것은 일상이 얼마나 좋은 것이었는지를 새삼 느끼게 해주는 계기가 된다.

 

또 하나는 어제부터 심한 고열 증세로 인해 많이 아팠다는 것이다. 병에 걸리는 것만큼 일상성을 파괴하는 주요인은 없을뿐더러 자기의 일상 파괴뿐 아니라 주위 사람 모두의 일상을 파괴하기 때문에 심각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너무 아픈 나머지 전반야(前半夜) 근무조차 설 수 없었다. 그래서 첫 번째 대기를 먹자마자 분대장님의 지시에 따라 난 침상에 누었고 곧 의무병 아저씨가 왔다. 의무병 아저씨의 진단은 단순히 편도선염(扁桃腺炎, Tonsillitis)이란다. 체온을 재어보니 39.4였다. 그래서 푹 쉬라는 진단이 이루어졌고 그에 따라 비번이었던 이규희 상병님이 나 대신 근무를 서게 되었다. 나로 인해 벌써 두 사람의 일상이 크게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되고 보니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거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세면을 마친 채, 본부로 왔다. 의무병이 주는 약을 먹고 너무나 그리웠던 침낭을 덮고 자려고 하던 그 순간에, 의무병은 열을 식혀야 한다며 머리에 물수건을 올려주었다. 또한 침낭도 가슴 밑으로만 덮으라고 하여 너무 추워서 잠이 쉬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의무병은 내 곁에 계속 붙어 있어서 열을 재어주고 물수건으로 덮어주고 했다. 난 코까지 골며 잠의 나래로 빠져들고 있었고 의무병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있었으니 염치없는 짓이라고나 할까!

 

오늘 일어났는데 여전히 그 모양, 그 꼴이라 체온이 내려가지 않아 수액을 맞았다. 그런데 역시 혈관이 좁은 탓인지 수액이 쉽사리 들어가지 않았고 내 팔은 자꾸 부어오르기만 했다. 역시 내 건강,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심한 문제를 안고 있었나 보다. 아침, 점심 다 이규희 상병님이 챙겨주었다. 아버지와 아들이란 관계성(군대에선 1년 차이 나는 군번을 부자지간으로 부른다)으로 묶어진 우린 이럴 수밖에 없는가 보다. 이렇게 일상에서 벗어나 보니 그런 일상이야말로 얼마나 큰 행복인지 느낄 수 있었다.

 

여담 : 내 동기인 상남인 맹장염으로 수술을 한 대고. 나와 닮았다던 박진수 상병님(물론 내가 보기엔 아니지만)은 어제 축구 도중 넘어지는 바람에 발을 삐끗해서 압박붕대로 조치를 해놓은 상태이다. 거기다가 난 지금 이 모양이다. 나와 조금이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람들은 병으로 인해 일상이 파괴되었다. 왜 이 모양일까?

 

 

 

철원에 무더위가 내린 여름 어느날 3월 군번 기성이와 박진수 상병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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