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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군대 수양록, 이등병 - 01.06.31(토) 휴가 후에 달라진 것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군대 수양록, 이등병 - 01.06.31(토) 휴가 후에 달라진 것

건방진방랑자 2022. 6. 2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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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후에 달라진 것

 

01631() 어두움

 

 

백일휴가를 갔다가 소대에 도착하고 나서 놀라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휴가를 가기 전에 분대장님께서 칠월 초나 유월 말에 신병을 받을 거니깐. 그때까지 적응 잘 해둬라라고 말씀하셨기에 난 정말 그런 줄만 알고 휴가 복귀하였지만, 막상 도착했을 땐, 이미 우리 분대에 신병, 내 막내표를 떼게 해줄 아이가 들어와 있었으니까. 기분은 무지 좋았다. 내 후임인 용준이는 부산에 사는 아이란다. 박형국 일병님하고 같은 곳에 사는 아이이니만치 내가 휴가 가 있는 동안 들어온 용준이에게 참 잘해줬을 것이다.

 

19일에 홍민석씨가 나갔다. 나랑 싫으나 좋으나 같이 근무 서면서 애증을 모두 겪어온 사이이다. 사실 그분이 나갈 땐, 아쉬운 마음이 꽤 많이 들었다. 그건 아무래도 미운 정에서 기인한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26일엔 김문주씨가 나갔다. 그저 열정 하나로 똘똘 뭉쳐져 있던 그분은, 결산 칼럼, 보고왕 등 다수의 별명이 있다. 그것만으로 그분의 열정을 엿볼 수 있을 정도다. 왠지 민기 같은 성결하고 깊은 사람일 것만 같아 기대도 되고 내 곁에 이렇게 좋은 사람들만 보내주신 하나님께 너무나 감사했다.

 

많은 것들이 변했고 앞으로도 많은 것들이 변해갈 것이다. 만나면 헤어짐이 필수적이고, 헤어짐은 새로운 만남의 계기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필수불가결적으로 변해가는 현실 속에서 나도 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내가 막내였을 때, 하긴 그때라 봐야 2개월 전부터 이번 달 초순까지 그랬으니까. 아무것도 몰랐다. 그리고 내가 왜 이런 데서 모두의 걸림돌로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지, 내가 도대체 왜 이렇게 있어야 하는지? 근원적인 질문들만을 나에게 던지며 암울한 시기를 살아왔다. 물론 힘든 일은 하나도 없었고 모두 내가 막내라는 사실 때문에 나에게 잘 대해줬기에 그런 것들이 암울한 시기를 만드는 계기는 아니었다. 오직 내 자신이 아직도 비현실이 되어버린 과거에 얽매여 있었기 때문에 그랬던 거다. 난 사회에 있을 때, 군대에 그토록 오고 싶어 했다. 새로운 만남들, 이겨나감, 이끌어 나감의 묘미를 즐겨볼 수 있기 때문에 그랬는데, 막상 군에 와서 보니 내 자신이 그런 것들을 원했음에도 정말 속으론 인정하고 싶지 않았나 보다. 속내의 이런 미묘함에 혀를 내두르며 암울한 시기를 그저 시간에 이끌리며 살아왔다. 지금은 비록 많이 나아졌고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도 알뿐더러, 후임병들이 있기 때문에 그네들에게 밑보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보려 한다. 이젠 그네들이 나와 같이 심리적 갈등기를 겪어나갈 것이기 때문에, 내가 그네들의 짐을 조금이나마 짊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우리 때 복무기간은 26개월이었다. 그래서 이병 6개월, 일병 6개월, 상병 8개월, 병장 6개월을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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