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농사짓는 법을 물은 번지
13-4. 번지(樊遲)가 공자에게 농사일을 배우기를 청하였다.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농사일에 관해서는 나는 늙은 농부만 못하다.” 그러자 번지가 또 채소 갈아먹는 것 배우기를 청하였다. 13-4. 樊遲請學稼, 子曰: “吾不如老農.” 請學爲圃.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채소경작에 관해서는 나는 채마밭 늙은이만 못하다.” 曰: “吾不如老圃.” 번지가 퇴장하자, 공자께서는 한탄스럽게 말씀하시었다. “참 쩨쩨한 소인(小人)이로구나! 저 번수(樊須: 번지의 실명) 녀석! 통치자가 예(禮)를 좋아하면 백성들은 공경치 아니함이 없고, 통치자가 의(義)를 사랑하면 백성들은 심복하지 아니함이 없고, 통치자가 신험信驗)하기를 좋아하면 백성들은 자기의 진실을 내보이지 아니하는 자가 없다. 대저 이와 같이 행하면 사방의 백성들이 그 아기를 포대기에 업고 모여들 것이니, 어찌 농사짓는 일로써 정치의 기준을 삼으려는가?” 樊遲出. 子曰: “小人哉, 樊須也! 上好禮, 則民莫敢不敬; 上好義, 則民莫敢不服; 上好信, 則民莫敢不用情. 夫如是, 則四方之民襁負其子而至矣, 焉用稼?” |
번지는 공자보다 46세 연하의 어린아이다. 스무살을 갓 넘은 아이로서 여러 가지 호기심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 질문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요즈음 같이 ‘테크노크라트(technocrat, 기술관료)’가 숭상되고 ‘기술’의 전문성이 중시되는 사회에서는 번지의 질문에 동조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한 국가의 대계를 바라보는 공자의 안목은 역시 위대하다 할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도 ‘기술(technology)’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과학(science)’이다. 번지의 사유는 삶의 기술이라는 매우 기초적 차원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농사일이 라면 나는 늙은 농부만 못하다[吾不如]’고 말하는 공자의 솔직한 답변에는 전문가와 통재(通才)에 대한 역할분담의 시인도 들어있다.
과거에는 이민이 자유로웠다. 국가간의 경계가 애매했다. 그리고 국부의 기준, 나라의 강성함의 증표가 인구의 증대였다. 잘 먹어야 애도 많이 낳을 수 있고, 유아사망률도 적어진다. 나라가 안정되면 그리로 사람이 몰려들어 강성해지는 것이다. 성외에 경작지는 많았는데 농부가 부족했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여기 ‘사방의 백성들이 그 아기를 포대기에 업고 모여든다[襁負其子而至矣]’라는 표현이 있게 되는 것이다. 혼자 오는 것보다, 가족이 같이 오는 것이 인구증가에 보탬 이 될 뿐아니라, 농경에 정착하는 인구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이다. 포대기에 업힌 아기야말로 미래노동력이다. 그런데 여기 재미있는 문제가 있다. ‘포대기에 업는다’는 것은 천을 두루 감아 아기를 등에 업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보는 풍속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식의 강부(襁負: 포대기로 업음)가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그 풍속을 볼 수가없다. 오직 우리나라에만 보편적으로 있는 풍속인 것이다. 불행하게도 요즈음은 서양을 배워 다 유모차나 배낭식으로 바뀌어 버렸지만, 우리 어렸을 때만 해도 포대기로 아기를 업은 모습은 전국 방방곡곡의 풍속도였다. 그래서 주석가들이 ‘만이(蠻夷)’들까지 몰려든다는 식으로 보는 사람도 있으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우리 조선사람들이 옛 중원(中原) 사람들의 풍속을 가장 많이 보존한 민족이라는 것이다. 공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당시는 아기를 포대기로 없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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