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정나라의 사명장을 완성시킨 네 사람의 현인
14-9.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정(鄭)나라에서는 국민들에게 반포하는 포고문을 만들 때에 신중을 기하였다. 비침(裨諶)이 초창(草創)하였고, 세숙(世叔)이 토론하였고, 행인(行人) 자우(子羽)가 수식(脩飾)하였고, 동리(東里) 자산(子産)이 윤색(潤色)하였다.” 14-9. 子曰: “爲命: 裨諶草創之, 世叔討論之, 行人子羽脩飾之, 東里子産潤色之.” |
‘명(命)’을 외교문서라고 번역하는데 『상서(尙書)』의 용례로 보아 ‘포고문’ 같은 성격이 강하다. 특정의 신하에게 명하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포고인 것이다. 이러한 ‘명’을 만들 때, 정나라의 현명한 대부들이 4명이나 달려들어 4단계의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여기에 쓰인 동사 들은 오늘날 우리말로도 전달이 될 수 있는 말들이라서 번역을 하지 않았다. ‘초창(草創)’은 초고를 창안하는 것이다. ‘토론(討論)’은 논리적으로 따져보는 것이다. ‘수식(修飾)’은 에디팅(editing)에 해당되는 것으로 문장을 가감하고 교감 하는 것이다. ‘윤색(潤色)’은 화려하고 아름답게 문채를 빛나게 만드는 최후과정이다. ‘행인(行人)’은 외교담당관이라는 뜻이고, ‘동리(東里)’는 자산(子産)이 살던 곳이다. 물론 공자의 언급은 이러한 신중함을 칭찬하는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다음 장에 오는 정나라의 현재상(賢宰相) 자산(子産)의 훌륭함을 칭송하는 메시지의 전주곡이라 할 수 있다.
‘초창 → 토론 → 수식 → 윤색’의 과정에 비침ㆍ세숙ㆍ자우ㆍ자산과 같은 현자들이 수고했다는 사실에 비추어 말한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대통령 연두교서나 중요한 외교문서 작성과정이 보다 소략하고 덜 진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침(裨諶)’은 우리말로 사람에 따라 ‘비심’이라고도 읽고 ‘비침’으로도 읽는데 둘 다 가능하다. 『율곡언해』에는 ‘비팀’으로 되어있고, 주희 반절은 ‘시림반(時林反)’이다. 『광운(廣韻)』은 ‘씨임절(氏任切)’이다. 상고음의 성모는 선(禪)이 고 운부는 침(侵)인데, 선은 방언에 따라 시옷 발음으로도 치읓 발음으로도 될 수 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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