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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초나라 미치광이 접여가 노래하며 공자의 수레를 지나다
18-5. 초(楚)나라의 광인(狂人) 접여(接輿)가 노래를 부르며 공자의 수레 앞을 지나갔다: “봉황과도 같이 고고한 그대여! 봉황과도 같이 고고한 그대여! 나타나지 않아야 할 세상에 나타나서 돌아다니는 네 모습이 초라하다. 여태까지 나돌아다닌 것은 탓할 수 없겠으나, 지금부터라도 너의 본래 모습을 회복할 수 있도다! 그만둘지어다! 그만둘지어다! 지금 정치에 참여함은 오직 위험만이 기다릴 뿐!” 18-5. 楚狂接輿歌而過孔子曰: “鳳兮! 鳳兮! 何德之衰? 往者不可諫, 來者猶可追. 已而, 已而! 今之從政者殆而!” 공자는 수레에서 내려 그와 더불어 이야기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는 빠른 걸음으로 사라져 버렸다. 공자는 끝내 그와 말할 수 없었다. 孔子下, 欲與之言. 趨而辟之, 不得與之言. |
너무도 멋있게 처리된 장면이다. 접여의 사라져버리는 모습의 여운은 위대한 영화의 마지막 씬 같다. 많은 시사를 독자들의 가슴에 남기고 있다. 「세가」는 이 사건을 공자의 유랑시기 63세 때(BC 489)의 사건으로 기록하고 있다. 초소왕(楚昭王)이 서사(書社)의 땅 700리로 공자를 대부로 봉하려하였으나 영윤(令尹) 자서(子西)가 반대하여 취소되었다. 그후 풀이 죽어 떠나가는 공자의 모습이 겹치고 있는 것이다. 똑같은 이야기가 『장자(莊子)』의 내편에 속하는 「인간세(人間世)」 마지막 설화로서 실려있다. 그 두 장을 비교해보면 훨씬 본 장의 이야기가 더 오리지날한 파편임을 알 수 있다. 더 간결하고 더 맛깔스럽고 더 여운이 남는다. 『장자』는 이 『논어』의 파편을 보고 재구성했을 것이다. 하여튼 양자가 비슷한 전승의 자료를 공유하고 있다. 앞으로 텍스트비평(textual criticism)에 활용될 수 있는 좋은 자료들이다. 본 장에서는 공자에 대한 존칭을 쓰지 않았다. 자왈파편과 같은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장에는 봉황은 도가 행하여지는 세상에는 나타나고 도가 없는 세상에는 숨어버린다는 관념이 전제되어 있다.
‘추(追)’는 ‘따라잡다’는 의미이지만, 나는 ‘본래 모습을 회복하다’라고 번역했다. 그 본래 모습이란 7-2에 나오는 ‘默以識之, 學而不厭, 誨人不倦’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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