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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자로가 장인(丈人)의 집에서 하루 밤 묵다
18-7. 자로가 공자 일행을 따라가다가 뒤쳐지고 말았는데, 지팡이로 대바구니를 멘 노인을 길거리에서 만났다. 자로가 그 노인에게 물었다: “노인장께서는 우리 선생[夫子]이 지나가는 것을 보셨습니까?” 18-7. 子路從而後, 遇丈人, 以杖荷蓧. 子路問曰: “子見夫子乎?” 그 노인이 대답하였다: “팔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이지도 않고 오곡(五穀)도 제대로 분간 못하는 그 자를, 누가 선생[夫子]이라고 일컫는가?” 지팡이를 꽂아놓고 계속 김을 맬 뿐이었다. 자로(子路)가 공경하는 마음이 들어 공수(拱手)하고 서 있었다. 丈人曰: “四體不勤, 五穀不分. 孰爲夫子?” 植其杖而芸. 子路拱而立. 그러자 그 노인은 자로를 머물게 하여 자기 집에서 자게 하였다. 닭을 잡고 기장밥을 지어 먹이고 그의 두 아들로 하여금 자로를 뵙게 하였다. 다음날 자로는 떠나와서 공자에게 아뢰었다. 공자는 말하였다: “은자(隱者)이다.” 자로로 하여금 되돌아가 다시 뵙게 하였는데, 도착해보니 이미 떠나가고 없었다. 止子路宿, 殺雞爲黍而食之, 見其二子焉. 明日, 子路行以告. 子曰: “隱者也.” 使子路反見之. 至則行矣. 자로는 남아있는 두 아들에게 전언하였다: “누군가 벼슬을 하지 않으면 세상에 정의[義]란 사라지고 마오, 장유(長幼)의 절도를 폐(廢)할 수 없듯이, 어찌 군신(君臣)의 의(義)를 폐할 수 있으리오? 내 몸 하나를 정결히 지키고자 하다가 사회의 대륜(大倫)을 어지럽힐 수도 있는 것이니, 군자(君子)가 벼슬을 꾀함은 오직 그 의(義)를 행(行)하려 함이로소이다. 도(道)가 행하여지기 어렵다는 것은 우리도 다 알고 있는 것이외다.” 子路曰: “不仕無義. 長幼之節, 不可廢也; 君臣之義, 如之何其廢之? 欲潔其身, 而亂大倫. 君子之仕也, 行其義也. 道之不行, 已知之矣.” |
「공자세가(孔子世家)」는 이 사건도 앞장의 사건에 연이어 일어난 사건으로서 배열해놓았다. 그 실제 정황은 아무도 모른다. 신주 때문에 노인이 처음 한 말의 내용의 주체를 자로로 보고 해석하는 것이 우리나라 번역본들의 대부분의 입장이나, 그것은 도무지 어불성설이다.
이 노인은 이미 공자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사지노동을 열심히 하지 아니 하고 오곡도 분간 못하는 인간! 농사도 짓지 아니 하고 정치한다고 쏴다니는 인간! 어찌 그 자가 선생이란 말이냐?” 이러한 맥락의 메시지를, 갑자기 들이닥친 자로에게, 농사도 안 짓고 선생 선생하고 따라다니는 네 놈은 뭐 말라빠진 놈이냐 하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어색하다. 황소는 두 입장을 다 기술해놓고 있다. 신주가 노인의 말의 주체를 공자로 하지 않은 것은 공자를 욕보일까봐 무서워하는 쩨쩨한 계산도 들어가 있다.
이상이란 실현되고 안 되고에 따라 하고 그만두는 것이 아니다.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치 있는 이상이기 때문에 살아있을 동안 피하지 않고 헌신하는 것이라는 자로의 최후의 주장은 역시 도가류의 비판에 대한 강력한 유가의 아폴로지이다.
노인의 말 중, ‘근(勤)’과 ‘분(分)’은 압운이 된다. 암암리 대단한 식자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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