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밀 위국공(魏國公) 한기(韓琦)께 올린 편지
상추밀한태위서(上樞密韓太尉書)
소철(蘇轍)
迂齋云: “胸臆之談, 筆勢規模, 從司馬子長自序中來. 從歐陽公, 轉韓太尉身上, 可謂奇險.
子由時年十九歲, 或云老泉代作.
○ 按此篇, 雄健恢踈, 眞老泉之作. 子由, 文平正純熟, 不類此也. 其後, 馬存「子長游」一篇, 意實出於此, 但不用其文耳.
맹자나 사마천이 글 짓는 법을 배우지 않았음에도 글을 지을 수 있던 이유
轍生好爲文, 思之至深, 以爲文者, 氣之所形. 然文不可以學而能, 氣可以養而致.’
孟子曰: ‘我善養吾浩然之氣.’ 今觀其文章, 寬厚宏博, 充乎天地之間, 稱其氣之小大.
太史公行天下, 周覽四海名山大川, 與燕趙間豪俊交遊, 故其文疏蕩, 頗有奇氣.
此二子者, 豈嘗執筆, 學爲如此之文哉. 其氣充乎其中而溢乎其貌, 動乎其言而見乎其文而不自知也.
외적 환경의 한계를 극복하려 장쾌한 여정을 떠나다
轍生十有九年矣, 其所居家與遊者, 不過其鄰里鄕黨之人, 所見不過數百里之間. 無高山大野可登覽以自廣, 百氏之書, 雖無所不讀, 然皆古人之陳迹, 不足激發其志氣, 恐遂汨沒.
故決然捨去, 求天下之奇聞壯觀, 以知天地之廣大.
세상을 유람하고 구양수와 이야기를 나눈 후 알게 된 것
過秦ㆍ漢之故都, 恣觀終南嵩華之高, 北顧黃河之奔流, 慨然想見古人之豪傑, 至京師, 仰觀天子宮闕之壯, 與倉廩府庫城池苑囿之富且大也而後, 知天下之巨麗.
見翰林歐陽公, 聽其議論之宏辨, 觀其容貌之秀偉, 與其門人賢士大夫遊而後, 知天下之文章, 聚乎此也.
태위님 저에게도 사마천의 유람을 할 수 있는 휴가를 주소서
太尉以才略, 冠天下, 天下之所恃以無憂, 四夷之所憚而不敢發. 入則周公ㆍ召公, 出則方叔ㆍ召虎, 而轍也未之見焉.
且夫人之學也, 不志其大, 雖多而奚爲?
轍之來也, 於山見終南嵩華之高, 於水見黃河之大且深, 於人見歐陽公, 而猶以未見太尉也.
故願得觀賢人之光耀, 聞一言以自壯, 然後可以盡天下之大觀而無憾者矣.
轍年少, 未能通習吏事, 嚮之來, 非有取於升斗之祿. 偶然得之, 非其所樂. 然幸得賜歸待選, 使得優游數年之間, 將以益治其文, 且學爲政. 太尉苟以爲可敎而辱敎之, 又幸矣.
해석
迂齋云: “胸臆之談, 筆勢規模,
우재가 말했다. “가슴 속 말과 붓 기세의 규모가
從司馬子長自序中來.
사마자장의 자서로부터 온 것이다.
從歐陽公, 轉韓太尉身上,
구양공을 따라서 한태위의 신상으로 돌렸으니
可謂奇險.
기이하고 험하다 할 만하다.
子由時年十九歲,
자유의 이때 나이는 19세로
或云老泉代作.”
혹자는 ‘노천 소순(蘇洵)이 대신 지었다’고 말한다.”
○ 按此篇, 雄健恢踈,
이 글을 살펴보면 웅장하고 건실하며 드넓고 소탈하니
眞老泉之作.
진실로 노천의 작품이다.
子由, 文平正純熟, 不類此也.
자유의 문장은 평이하고 바르며 순박하고 익숙해 이와 같지 않다.
其後, 馬存「子長游」一篇,
뒤의 마존이 지은 「자장유」 한 편의
意實出於此, 但不用其文耳.
뜻이 실제로 여기서 나왔고 다만 문자만 쓰지 않았을 뿐이다.
맹자나 사마천이 글 짓는 법을 배우지 않았음에도 글을 지을 수 있던 이유
轍生好爲文, 思之至深,
저는 태어나면서 문장 짓기를 좋아해 생각하길 지극히 깊이하여
以爲文者, 氣之所形.
‘문장이란 기가 드러난 것이다.
然文不可以學而能, 氣可以養而致.’
그러나 글은 배워서 할 수 없고 기가 길러져야 지극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맹자는 ‘나는 잘 나의 호연지기를 기른다.’라고 말했으니,
今觀其文章, 寬厚宏博,
이제 그 문장을 보면 너그럽고 후하면 굉장하고 드넓어
充乎天地之間, 稱其氣之小大.
천지 사이에 가득차 기의 작은 것이나 큰 것이나 알맞습니다.
太史公行天下, 周覽四海名山大川,
태사공이 천하를 다녀 사해와 명산과 대천을 두루 보고
與燕趙間豪俊交遊,
연나라와 조나라 사이의 호걸한 이들과 교유하였기 때문에
故其文疏蕩, 頗有奇氣.
그러므로 그 문장은 소탈하고 넓어 매우 기이한 기운이 있습니다.
此二子者, 豈嘗執筆,
이 두 사람이 어찌 일찍이 붓을 잡고
學爲如此之文哉.
배워 이와 같은 글을 지었겠습니까?
其氣充乎其中而溢乎其貌,
기가 내면에 충만해 겉으로 흘러넘치고
動乎其言而見乎其文而不自知也.
말에 동하여 문장으로 드러나면서도 스스로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외적 환경의 한계를 극복하려 장쾌한 여정을 떠나다
轍生十有九年矣, 其所居家與遊者,
저는 태어난 지 19년으로 머무는 집과 교유하는 사람이
不過其鄰里鄕黨之人,
이웃 마을과 동네 사람들에 불과했고
所見不過數百里之間.
보는 것은 수백리 사이에 불과했습니다.
無高山大野可登覽以自廣,
높은 산과 너른 들판으로 오르고 볼만하여 스스로 넓힐 만한 게 없고
百氏之書, 雖無所不讀,
백가의 책을 비록 읽지 않은 게 없지만
然皆古人之陳迹, 不足激發其志氣,
그러나 모두 고인의 진부한 자취이니 지기를 격동시켜 발하기엔 부족하여
恐遂汨沒.
마침내 외골수가 될까 걱정되었습니다.
故決然捨去, 求天下之奇聞壯觀,
그러므로 결연하게 버리고 떠나 천하의 기이한 이야기들과 장엄한 볼거리를 구해
以知天地之廣大.
천지의 드넓고도 커다랗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유람하고 구양수와 이야기를 나눈 후 알게 된 것
過秦ㆍ漢之故都,
진나라와 한나라의 오랜 도읍을 지나
恣觀終南嵩華之高,
종남산과 숭산과 화산의 높음을 멋대로 보고
北顧黃河之奔流,
북쪽으로 황하의 어지럽게 흘러감을 돌아보며
慨然想見古人之豪傑,
쓸쓸하게 옛 사람의 호걸한 이들을 상상해보았고
至京師, 仰觀天子宮闕之壯,
서울에 이르러 천자 궁궐의 장엄함과
與倉廩府庫城池苑囿之富且大也而後,
곡식창고와 무기창고 성의 연못과 동산의 풍부하고도 큼을 우러러 본 후에
知天下之巨麗.
천하가 매우 아름답다는 걸 알았습니다.
見翰林歐陽公, 聽其議論之宏辨,
한림 구양공을 보고 그 의론의 굉장함과 분별력 있음을 듣고
觀其容貌之秀偉,
용모의 빼어나고 위대한 것을 보았으며
與其門人賢士大夫遊而後,
문인과 어진 선비와 대부들과 교유한 후에야
知天下之文章, 聚乎此也.
천하의 문장이 여기에 모였다는 걸 알았습니다.
태위님 저에게도 사마천의 유람을 할 수 있는 휴가를 주소서
太尉以才略, 冠天下,
태위는 재주와 지략으로 천하에 으뜸이 되었으니
天下之所恃以無憂,
천하가 믿어 걱정이 없고
四夷之所憚而不敢發.
사방의 오랑캐가 꺼려 감히 나서지 못합니다.
入則周公ㆍ召公,
조정에 들어가선 재상이었던 주공과 소공 같았고
出則方叔ㆍ召虎,
나가선 장수였던 방숙【방숙(方叔): 주 선왕(周宣王) 때의 경사(卿士)로서 왕명을 받아 북쪽으로 험윤(玁狁)을 정벌하고 남쪽으로 형초(荊楚)를 정복하여 공로를 세웠다. 『시경(詩經)』 소아(小雅) 「채기(采芑)」에, “방숙이 임하니 그 수레가 삼천이다[方叔涖止 其車三千].” 하였다.】과 소호【소호(召虎): 주 선왕(周宣王)의 명을 받고 회이(淮夷)를 평정한 소목공(召穆公)으로, 그를 기린 내용이 『시경(詩經)』 대아(大雅) 「강한(江漢)」에 나온다.】와 같았지만
而轍也未之見焉.
저는 뵙질 못했습니다.
且夫人之學也, 不志其大,
또한 사람의 학문이 큰 것에 뜻을 두지 않으면
雖多而奚爲?
비록 많다 해도 어찌 쓰겠습니까?
轍之來也, 於山見終南嵩華之高,
제가 옴에 산에 있어선 종남산과 숭산과 화산의 높음을 보았고
於水見黃河之大且深,
물에 있어선 황하의 크고 깊음을 보았으며
於人見歐陽公, 而猶以未見太尉也.
사람에 있어선 구양공을 보았지만 오히려 태위를 보진 못하였습니다.
故願得觀賢人之光耀,
그러므로 현인의 빛남을 보고
聞一言以自壯,
한 말씀을 듣고 스스로 장엄해지길 원하오니
然後可以盡天下之大觀而無憾者矣.
그런 후에 천하의 큰 봄을 다 할 수 있다면 섭섭함이 없을 것입니다.
轍年少, 未能通習吏事,
저의 나이가 어려 관리의 일에 통달하고 익숙하지 못하지만
嚮之來, 非有取於升斗之祿.
접때에 온 것은 한 되와 한 말의 봉록을 취하려는 게 아닙니다.
偶然得之, 非其所樂.
우연히 봉록을 얻게 된 것으로 즐거워하는 게 아닙니다.
然幸得賜歸待選,
그라나 다행히 돌아감을 허락해주셔서 뽑히길 기다리고
使得優游數年之間,
만약 넉넉하게 몇 년 간 유람하게 해주신다면
將以益治其文, 且學爲政.
장차 문장을 다스리고 또한 배워 정치를 하는 데에 유익될 것입니다.
太尉苟以爲可敎而辱敎之,
태위께서 진실로 가르칠 만하다 여기시고 외람되이 가르쳐주신다면
又幸矣.
또한 댜행일 것입니다.
인용
'산문놀이터 > 중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당근상인시집서(錢塘勤上人詩集序) - 구양수의 소개로 알게 된 혜근, 그는 어진 불자였네 (0) | 2020.08.29 |
---|---|
전당근상인시집서(錢塘勤上人詩集序) - 解說. 스님 혜근과 구양수의 깊은 우정 (0) | 2020.08.29 |
장뢰 - 약계(藥戒) (0) | 2020.08.29 |
약계(藥戒) - 2. 폭정으로 빠르게 안정된 나라와 인의로 천천히 안정된 나라 (0) | 2020.08.29 |
약계(藥戒) - 1. 빠르게 고친 병과 느리게 고친 병 (0) | 2020.08.29 |